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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암에서 묘법연화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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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마의 방 - 강덕식 2005년 05월 279호

나는 2004년 11월 셋째 일요일 문수암을 찾아 법화경의 제19 법사공덕품을 듣게 된다. 문수암은 해인사 암자 중에 가장 화려하지 않은 암자 중의 하나일 것이다. 다른 암자처럼 상당한 규모일 것으로 생각하고 찾다가 한참 만에야 찾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칠보로 아름답게 단장한 부처님상을 모시고 법화경 공부하는 보살님들, 그리고 원철 스님의 낭랑한 목소리는 오케스트라의 하모니가 되어 가야산 한 골짜기에 퍼져가고 있었다.

‘그때 부처님께서 상정진보살 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선남자 선여인이 이 묘법연화경을 받아 지녀 읽고 외우거나 해설하고 쓰면 이 사람은 반드시 팔백의 눈 공덕과, 천이백의 귀 공덕과, 팔백의 코 공덕과, 천이백의 혀 공덕과, 팔백의 몸 공덕과, 천이백의 뜻 공덕을 얻으리니, 이러한 공덕으로 육근을 장엄하여 모두 청정하리라.’

이런 공덕 중에서 우선 코 공덕만 보자.

‘잉태한 사람이 있되 남아인지 여아인지 생식기 없는지 사람 아닌지를 냄새 맡아 모두 능히 알며, 냄새 맡는 힘으로 처음 잉태한 삶이 성취할 것인가 성취하지 못할 것인가 편하게 복된 아들을 낳을 것인가 알며, 냄새 맡는 힘으로 남녀가 생각하는바 욕심에 물들고 어리석고 성내는 마음을 알고, 또한 선행 닦는 자를 알며, 땅속에 묻힌 보물들 금, 은, 여러 진귀한 보배와 구리 그릇에 담겨진 것들을 냄새 맡아 능히 알며, 갖가지 여러 영락의 그 가치를 알 수 없거늘 냄새 맡고 그것의 귀하고 천함과 나온 곳과 있는 곳을 알며, 천상의 여러 꽃들 만다라꽃 만수사꽃과 파리질다 나무를 냄새 맡아 다 알며, 천상의 여러 궁전들 상중하의 차별과 갖가지 보배 꽃으로 장엄함을 냄새 맡고 능히 다 알며, 곳곳마다 계신 부처님 모든 이의 공경 받으며 중생을 아껴 설법하심을 냄새 맡고 능히 다 알며, …… 중생들이 부처님 앞에서 경을 듣고 모두 환희하며 법다이 수행함을 냄새 맡고 능히 알며, 비록 보살이 무루법으로 생긴 코는 얻지 못하였지만 이 경을 지닌 자는 먼저 이런 코의 공덕을 얻느니라.’

이 묘법연화경을 지녀 읽고 외우거나 해설하고 쓰면 이 코 공덕뿐 아니라 그 많은 공덕을 받게 되는데 모든 것을 볼 수 있고, 모든 것을 듣고, 모든 것을 냄새 맡고, 혀로 모든 것의 맛을 알고, 모든 것을 말하며, 몸의 상태를 알고, 그리고 정신상태를 안다는 것이다.

묘법연화경은 의사에게 꼭 필요한 경전이 아닌가 한다. 특히 ‘잉태한 사람이 있되 남아인지 여아인지 생식기 없는지 사람 아닌지를 냄새 맡아 모두 능히 알며, 냄새 맡는 힘으로 처음 잉태한 삶이 성취할 것인가 성취하지 못할 것인가 편안하게 복된 아들 낳을 것인가 안다’고 하는 이 부분에 있어서는 산부인과 의사는 필히 읽고 지녀야 할 경전 아닐까.
의사에게는 시각을 통해서 진찰하는 망진이 있고, 듣고 진찰하는 청진이 있고, 만져서 알아내는 촉진이 있고, 냄새를 맡는 진찰도 있고, 말을 시켜보는 진찰, 정신상태를 알아보는 정신분석학적 여러 가지 진찰이 있으나 질병을 정확히 찾아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모른다.

인류는 이제까지 쌓아온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질병을 진단함에 있어서 상기 진찰법에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기계나 기구를 만들어 이를 이용하게 되었다. 망진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영상의학은 X-선 사진, CT, MRI, 초음파 등으로 발전하여 몸속 구석구석을 평면에서 단층면으로 볼 수 있으며 단층영상을 3차원으로 재구성한 영상뿐 아니라 기능적인 면까지도 다 볼 수 있게 되었다. CT나 MRI는 우리 몸을 단층으로 마치 두부모 자르듯이 그것도 아주 얇게 1mm 이하까지 생체를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아무 고통도 없이 자른다. 불과 1~2십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할 영상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제는 또 나노 이미징이라 하여 분자 레벨까지 영상화하려 하고 있다. 정말 엄청난 발전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발전 속도도 점점 더해가고 있다.

이렇게 발전하고 발전해도 아직도 모르는 것이 너무나도 많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고, 알 수록 모르는 것이 더 많아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정밀한 장비일수록 기계적 오차도 때로는 무시할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된다.
아무리 정밀한 사진을 찍어내도 여기에 필요한 지식이 없으면 무슨 병인지 알아내지 못 한다. 여기에 전문 지식이 필요한 것이고 사진을 보고 판독하는 영상의학 전문의는 기본적인 의학교육을 받고 고된 전문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래야 눈의 ‘공덕’을 받는 전문의가 되는 것이다. 그래도 아무리 열심히 봐도 볼수록 모르는 것이 더 많아진다.

묘법연화경을 받아 지녀 읽고 외우고 설하고 쓰면 한번 보고 듣고 냄새 맡아 다 알게 된다고 했으니 지금부터라도 묘법연화경을 공부하는 것이 지름길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우리 의학도는 의학을 공부함에 있어서도 묘법연화경을 지니고 외우고 공부하여 모든 병을 척 척 진단해낼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명의가 되는 길일 수 있겠다.

다음달 셋째 일요일에는 꼭 문수암을 다시 찾아가야 할 것 같다. 칠보로 단장한 부처님과 원철 스님의 낭랑한 목소리와 보살님들의 아름다운 법화경 외우는 소리를 보고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