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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이야기 - 법현/해인사 승가대학 사교과
2005년 04월 278호

저는 1999년 우즈벡키스탄의
수도인 타쉬켄트에 있는
자광사라는 한국불교 포교당에서
한국에서 온 양기훈 법사를 만나
불교와의 인연을 처음 맺었습니다.
자광사에서 불교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배웠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우주와
인간의 근원적인 본질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접한 불교에선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불교를 더 공부하고
싶다고 발심하게 되어 일년 후인
2000년 8월에 한국으로 건너와
강원도 철원에 있는
심원사 주지스님이신 영도 스님을
모시고 출가하게 되었습니다.
심원사에서 행자생활을 마친 후
2001년 20기 행자교육을 마친 후
사미계를 받았습니다.
그 후 2년간은 강원도 고성에 있는
건봉사에서 기도 정진하며
한국말을 배웠습니다.
건봉사는 설악산 신흥사, 백담사,
양양의 낙산사를 말사로 거느린
대찰이었는데, 임란 때에는
통도사에 봉안되어 있던
부처님 진신사리를 왜구들이
훔쳐가자 사명 대사가 다시 되찾아
이곳 건봉사에 봉안한
적멸보궁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곳에서 기도를 하면서 멀리
타국에서 건너와 출가를 하게 된
저의 길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앞으로 이 발심한 마음이 물러나지
않도록 힘을 키우고 싶었습니다.
처음 한국으로 건너와
기도 정진한 곳이 적멸보궁인 것을
보면 저와 한국불교의 인연이
현생에 한한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전생 또 전생부터 한국불교와
인연을 맺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건봉사에서 생활하면서
여러 스님네들로부터 한국불교의
제도랄까, 앞으로 제가 걸어가야 할
수행의 과정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많은 스님들이 처음 발심한
수행자는 대중이 많은 곳에서
경전을 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해서 해인사
강원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근대 한국불교를 이끌어오셨던
큰스님들이 많이 배출된
해인사에서는 왠지 올바른
한국불교를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2003년 3월에
해인사 강원에 방부를 들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해인사 강원에
들어오고 보니
제 생각과는 많이 틀렸습니다.
고향인 우즈벡키스탄에서
군복무도 했었는데,
해인사 강원이 꼭 군대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절도있는 예불과 생활, 무조건적인
하심은 저로 하여금 강원생활을
무척이나 힘들게 했습니다.
아직 한국문화와 절집안 예절이
익숙하지가 않은데
해인사 강원에서는
조그마한 실수도 용납하지않으니,
저의 치문반 생활은
절참회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힘들게 느껴져도
한철 한철을 생활하다보니
향을 싸두었던 종이에서
향내가 나는 것처럼
대중의 갈마 덕분에 어느새
저도 어엿한 스님으로서의
위의가 갖추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허리가 아파서
치문반 때는 참가하지 못한
용맹정진을 사집반 때 해보니,
진정한 해인사 강원의
힘이라고 할까, 한국불교의
간화선의 매력이랄까,
아직은 잘 모르지만
예전에 무턱대고 신심만 갖고 있었던
제가 이제 나름대로의 수행을
해가고 있는 의젓한 수행자가
되었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원생활에서의
즐거움은 사물을 치는
고두 소임이었습니다.
이번철에는 제가 고두대장이란
소임을 맡아 삼시 예불전에
사물을 두드려 뭇 중생들을
구제하는 소임을 하게 되었는데
조용한 새벽을 여는 법고소리는
마치 제가 한국에 와서
아무것도 모르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한발 한발 나아가는 저의
심장소리처럼 크게 한발 한발
나아가는 느낌이 들어 무엇보다도
좋아합니다. 한글이 아직은 어려워
떠듬떠듬 경전을 보고 있지만
다른 한국스님들보다
부처님 말씀을 찬찬히
그리고 깊이 보려 애쓰고 있습니다.
어느덧 제가 경반이 되어보니
해인사 강원에 방부 들이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왕에 힘들게 한국까지 와서
한국불교의 정수를 배워가려면
많은 대중이 살고 있는
총림이 좋고,
그 중에서도 종정스님을 비롯해
여러 큰스님들이 와호장룡처럼
숨어 있는 이 해인총림에서
수행하는 것이 때로는 뿌듯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앞으로의 수행에 많은 번뇌가
뒤따르겠지만 지금은 경전을
열심히 보고,
또 강원을 졸업한 후에는
참선 정진도 열심히 해서,
먼 훗날에는 고향땅에
부처님의 향기를
전할 수 있는 수행자가 되기를
발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