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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봄을 지키는 두부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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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타 - 박재은 2005년 04월 278호
게을러지기 쉬운 일요일 아침,
목욕탕에 갔다.
이 시간대에는 뛰어다니는
아이들이나 수다쟁이 아줌마들보다
할머님들이 많다.
할머님 한 분이 온탕에 앉아
“한 오백녀언 사자는데
웬서엉화여~”를 나직이
부르시는 날도 있고,
틀어둔 물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고요한 날도 있어 그 분위기도
다양하다. 오늘 아침에는
한증막 속에서 할머님 한 분이
강의(?)를 하셨다.
주제는 본인의 ‘갱년기 극복’에
관해서였는데, 연배가 어리신
할머님 몇 분을 두고
당신만의 노하우를 설명하셨다.
열나는 몸과 허무한 마음을
식이 요법과 운동으로 다스렸다며
‘두부 많이들 먹으라’ 하셨는데.
목욕탕에서 만난 할머님이
‘갱년기학學 박사’는 아니지만,
두부로 효과를 봤다는 말씀은
사실이다. 두부를 만드는 콩은
모두 알다시피 영양 덩어리.
단백질이 특히 풍부하여
수행을 위해 고기를 먹지 않는
불자라면 꼭 챙겨야 한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흡사한 작용을 하는
‘아이소 플라본’ 역시 콩으로
섭취가 가능하다. 바로 이 때문에
콩이나 두부가 갱년기에
좋은 식재료라 불리는 것이고.

두부요리
두부요리는 우리가 쉽게 접하는
메뉴다. 된장찌개에 두부를 넣거나
신 김치를 볶아서 두부와
곁들이는 등 주변에 흔하다.
두부를 이용하여 색다른 맛을
낼 수도 있는데, 낯익은 재료라서
조리도 쉽다. 우선 데쳐낸 생두부를
차게 식혀서 올리브유, 식초, 소금,
후추, 사과즙에 버무린
두부 샐러드가 있다.
두부를 으깨서 다진 양파와
다진 버섯으로 씹는 맛을 더하고
달걀흰자와 녹말가루로 질척하게
해서 버거를 빚어도 맛있고.
두부 반죽에 다진 김치를 섞으면
퓨전 버거, 돈까스 소스로 양념하면
일본식 맛이 난다.
노릇하게 지져서 빵 사이에 끼우면
아이들이 좋아한다.
두부를 대충 썰어 달걀 물,
팽이버섯과 훌훌하게 볶다가
간장, 설탕, 파, 마늘로 맛을 내면
밥에 얹어 먹기 좋고, 곱게 갈아서
양파랑 감자를 넣고 육수와 치즈,
생크림으로 맛을 낸
‘화이트 수프’는 영양식이다.
두부에 깊은 칼집을 내고
찰밥을 넣어 찐 다음 볶은 표고와
지단을 고명으로 얹어내면
고급스럽다. 중식 재료상에서
‘양 소스’를 구하여 튀긴 두부와
고수를 소스와 끓이면
매콤한 동남아식 찌개가 된다.
또, 한입크기로 썰어서
빵가루 묻혀 튀긴 다음
설탕, 식초, 소금과 양파 즙으로
맛을 낸 다진 토마토를 얹어 먹으면
이태리식 전채 요리로 손색없다.

두부 요리법을 길게 쓴 이유는
이중 하나라도 당장 응용해보자는
뜻에서다. 쉬운 메뉴 서넛을
손에 익혀서 꾸준히 먹어야
‘두부 효과’를 볼 것이니.
두부를 먹는 것에 더하여
‘여자’라는 느낌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도 ‘봄날’을 지키는 데
중요하겠다. 드라마 속
러브 스토리에 울어도 보고
동네 미장원을 찾아 깨끗한 커트를
시도해보는 등의 노력 말이다.
‘갱년기’라는 말이 백년 후의
일인 양 무관심하게 듣고 있던
나를 보며 목욕탕 할머니는
말씀하셨다.
“아가씨, 젊은 날이 마냥 있는 게
아냐. 그저 열심히 살아,
늘 감사하고.”
봄날을 지키려 평생을
노력해야 하는 것이
‘여자의 일생’이지만,
다음 생에도 나는 여자로
태어나서 여전히 치마 입고
긴 머리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