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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이 환경정부... 지금은 환경 비상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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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편집실 2005년 02월 276호
환경에 있어서 노무현 정부는 역대 최악의 정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마 박정희 정부가 최악이 아니겠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일리 있는 반론이다. 그러나 박정희 정부 때는 권위주의 정부였고,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정도의 상황이어서 개발이 불가피했다는 측면을 고려한다면 역대 최악의 환경파괴 정부는 노무현 정부라는 규정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지금은 환경 비상시국이다. 지난해 11월 우리 나라의 환경단체가 거의 참여한 가운데 ‘환경비상시국회의’가 출범했다. 서울의 광화문 시민공원에서 단식과 대규모 항의집회를 열었으며, 노무현 정부에 ▷반환경 개발 계획 및 제도의 백지화 ▷지속가능한 국가 운영을 위한 시스템 정비 및 인적 쇄신 ▷반환경적 대형 국책사업의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40여 명의 환경활동가들이 ‘초록행동단’을 조직해 전국의 환경파괴 현장을 찾아다니며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지율 스님은 단식 89일째(1. 23. 현재)이다. 경부고속철도 노선 중 천성산 구간의 환경영향평가를 재실시하라는 것이 지율스님의 단식 이유이다.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를 근거로 공사를 할 경우 안전의 문제, 천성산 고층습지의 훼손을 피할 수 없는데도 정부는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지난해 8월 3차 단식 해제 조건으로 환경부는 민관이 추천한 전문가들로 하여금 터널 공사로 인하여 천성산 고층습지의 훼손이 일어나는지를 알아보겠다고 환경단체와 약속했다가 번복했다. 그런데 미적거리며 시간을 끌던 환경부는 산하기관인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연구원들을 동원해 3일 동안 현장조사를 시키고 ‘이상 없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어떻게 3일 동안의 짧은 기간으로 조사를 할 수 있으며, 환경부 단독으로 행한 조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단 말인가.
새만금 간척사업과 관련,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월 17일 조정권고안을 내놨다. 권고안의 내용은 “환경단체와 정부, 전라북도가 추천한 위원들로 국회 또는 대통령 산하에 위원회를 만들어 간척지의 용도와 개발 범위를 결정하고 환경평가를 거친 뒤 사업을 실시하라. 방조제 물막이 사업은 신설된 위원회에서 논의가 끝날 때까지 중단하라”는 것.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 등 대표적인 환경단체들은 법원의 조정권고안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불교계를 비롯한 종교계와 시민·환경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새만금생명평화연대’도 권고안 수용 의사를 밝힘과 동시에 정부에도 권고안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새만금 사업 주무부처인 농림부는 조정 권고안을 거부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3년 동안 논란을 벌여온 새만금 간척사업은 아직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그런데 정부의 ‘강행’ 이유가 볼 만하다. 지금까지 들어간 예산이 적지 않기 때문에 부득이 강행할 수밖에 없다는 말도 나온다. 법원의 조정 권고안을 받아들일 경우 사업계획의 변경이 불가피한데, 지금까지의 계획을 밀어붙였던 공무원들의 책임 문제가 뒤따를 것이 두렵기 때문에 버틸 때까지 버티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만약 이 같은 말이 사실이라면 더 큰일이다. 잘못되었다면 마땅히 책임지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 이미 투입된 예산 문제도 그렇다. 지금까지 약 4조 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농지조성까지 하려면 21조 원가량이 든다고 한다. 그런데 남아도는 농지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십수조 원이 더 들어가야 한다. 수질 유지를 위해서도 적지 않은 국민의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 노름판에서 돈을 잃고 본전이 생각나서 노름을 계속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노무현 정부가 최악의 환경정부라는 비판을 듣는 근거는 또 있다.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경기 부양을 위해 전국에 230개의 골프장을 짓도록 허가를 내주겠다고 밝혔다. 골프장은 가장 반환경적인 개발사업이다. 산지의 대규모 훼손, 지하수 고갈, 지하수 오염 등 환경적인 문제를 발생시킴은 물론 지역주민과 골프장 이용자와의 위화감 조성 등 사회적인 문제까지 일으킨다.
18홀 규모의 골프장을 만들려면 48만 평의 산을 허물어야 한다. 약 1억1천만 평의 산이 골프장을 짓기 위해 허물어진다. 골프장의 잔디를 사철 푸르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맹독성 농약을 살포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지하수 오염의 주요 원인이다. 사용금지 농약을 사용하거나, 기준량 이상의 농약을 살포하다 적발되어도 몇 백만원의 벌금만 내면 되는 가벼운 처벌만 받는다.
최근 KBS 토론프로그램에 나온 재정경제부 고위공무원의 발언은 듣기에 민망했다. 각 지역의 상공인과 언론인이 토론자로 나와 ‘지역경제’를 주제로 진행된 이 프로그램에서 그 공무원은 환경단체의 반대로 국책사업의 진행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하고 지역민들이 힘을 모아 국책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되게 해달라는 요지의 말을 했다. 지역경제가 어려운 것은 국책사업을 반대하는 환경단체에 있다는 생각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우리 나라의 경제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고위공무원의 환경의식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고 불쾌했다.
환경단체가 반대하는 것은 국책사업이 아니다. 지율 스님이 단식으로 호소하는 것은 경부고속철도 사업을 폐기하라는 것이 아니다. 지율 스님은 한번도 경부고속철도 사업을 그만두라고 하지 않았다.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했으므로 제대로 하라는 주장을 했고, 지금도 그렇다. 고층습지에는 영향이 없는지, 만약 영향을 미친다면 대책은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천성산에는 법적보호종을 비롯해 1,000종이 넘는 동식물이 살고 있는데, 철도시설공단의 의뢰를 받아 작성된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왜 300여종만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지를 묻는 것이다. 지율스님의 단식은, 18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고, 희귀한 지형인 천성산 고층습지에 터널을 뚫는 사업인 만큼 법과 규정을 지켜 제대로 된 국책사업을 하라는 호소이다. 정부는 지율 스님의 물음에 대답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그래야 제대로 된 정부이다.
노무현 정부는 개혁을 표방하고 있다. 또 참여정부라고 불려지길 원한다. 참여정부를 내걸고 있음은 국민의 권리와 양심을 어떤 가치보다 귀하게 여기겠다는 약속이다. 지율 스님과 환경단체 그리고 많은 불자와 국민들은 개발을 하되 환경을 지키는, 최소한 현행의 환경관련법이 부실하지만 그 법이라도 지켜야 한다는 이 땅에 사는 시민으로서의 의무와 권리를 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참여정부에서 그 목소리들이 외면당하고 있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