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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문화도량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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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신행문화도량 건립설계안 설명 및 토론회 - 이연정 2005년 01월 275호
지난 12월 21일 조계사 총무원 신청사 2층 회의실에서 ‘해인사 신행문화도량 건립설계안 설명 및 토론회’가 있었다.
토론회는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을 비롯하여 원택(해인사발전위 위원장), 무관(총무원 총무부장), 여연(총무원 기획국장), 법진(종회 사무처장), 원철(포교원 신도관리국장) 스님 등이 자리를 함께 하였으며, 신행문화도량 건축설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왔던 조성룡(도시건축 대표), 이상해(성균관대 교수), 정기용(기용건축 대표), 민현식(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씨와, 토론자로 김동현(문화재위원), 정재훈(전통문화학교 석좌교수), 정웅기(참여불교재가연대 정책실장), 주강현(문화재위원, 민속학자) 씨 등이 나와 4시간에 걸쳐 진지한 토론을 펼쳤다.
이외에도 각종 신문사와 방송사 기자들, 시민단체 회원 등 많은 이들이 자리를 뜨지 않고 토론을 경청해 ‘해인사 신행문화도량’에 대한 각계의 뜨거운 관심을 알 수 있었다.

토론회는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이 동지날 토론회를 갖게 된 배경과 과정을 간단하게 설명하는 것으로 문을 열었다.
현응 - 지난해 봄 해인사 초입 구 해인초교 부지에 연수원 성격의 건물을 짓고자 설계경기공모를 했고 설계안을 확정했다(2003년 6월). 바로 계획설계에 들어가 확정안을 문화재청에 심의를 요청하였고, 전문위원들이 답사도 했다. 그 과정에서 산중 안팎의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여러 사람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오자 문화재위원회에서도 중단된 상태다. 그런 와중에 집행부가 교체되었고 해인사 ‘불사검토협의회’에서 협의 결과 전면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협의회에서는 그동안 설계안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으나 산발적이고 선택적 입장만이 대두됐다는 아쉬움을 많은 이들이 피력했다. 이에 올해가 가기 전 관심과 애정을 가진 이들의 의견을 다각적으로 수렴할 수 있는 공청회를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연수공간의 필요성은 누구나 느끼고 있는 일이고 지금 당장이 아니라도 시기가 무르익으면 언젠가는 해야 하는 일이기에 의견 취합의 장을 마련했다.

이어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참석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신행문화도량 설계를 맡아 진행해왔던 이상해 교수가 건축에 담긴 의미를, 조성룡 도시건축 대표는 설계안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있었다. 그런데 설계안 설명은 영상과 함께 이루어져 지면에 나타내기에는 한계가 있어 정리할 수가 없었으며, 전체적인 분위기가 건축을 문제 삼기보다는 도량 불사 자체에 맞추어져 토론 위주로 정리해보았다.

사찰의 현대적 기능 위해서는 별도의 공간이 필요해
이상해 - 초기 한국사찰 건축은 중국 건축을 수용하여 (황룡사, 미륵사지) 기하학적인 대칭구조를 이룬데 비해 점차 산지로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자연을 이용하는 방식을 정착해갔다.
해인사 역시 10세기 이전 사찰 가운데 삼국사기에 창건연대가 나오는 사찰로(802년) 창건 이후에 몇 단계 거쳐 기본적으로 틀을 이용하는 방식은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현대에 오면서 문제가 생겼다. 소득도 높아지고 교통수단도 발달해 일시에 사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 불교사찰 건축도 현대적 요구를 반영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래서 기존 사찰에 현대적 기능을 수용하기 위한 필요공간을 만드는 방식을 취하기도 하는데, 해인사 보경당이나 구광루도 그런 경우다. 그러나 전통적인 사찰공간의 아름다움을 잃고 수용에도 한계가 있다는 측면에서 성공적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기존 사찰에서는 현대적 요구를 수용하기 힘들기에 별도의 공간을 수용할 수 밖에 없다.
21세기는 생태와 친환경 건축이 대두하고 있다. 그동안 잃어버린 것을 찾고자 함이다. 거기서 불교의 역할이 크다고 본다. 우리 나라만이 아니라 세계불교센터의 역할도 가능하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신행문화도량은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새로 짓는 건축은 자연을 훼손해선 안 된다, 기존 녹지에 건축이 들어가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이 부분을 심도있게 논의해봐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 산지가 70% 이상인 나라에서 정말 손을 안 대고 둘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 속에 들어가는 건축물은 자연을 훼손하는 것인가 하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건축이 들어가는 방식도 있을 수 있다.

전통건축양식을 사용하면서 현대적 요구를 담아내려 노력
조성룡 - 지난 8월부터 일을 시작해 올 6월까지 작업했다. 대체적인 규모는 대지 면적이 8,600평으로 신행문화도량을 짓기 위해 정지되었거나 선이 그려진 부분이다. 거기에 지상 1-2층 규모로 연면적이 4,500평, 지하주차장이 2,400평이기에 직접적으로 쓰인 건물은 2,000평 남짓이다. 시설내용은 법당, 염불동, 참선동, 사무동, 요사일부, 산사, 공양간, 일반숙소 등이다. 신행문화도량이 들어갈 곳은 예전 해인초교가 있던 땅으로 옆에 성보박물관이 있고 상가건물이 있다.
설계를 하면서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이 땅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였다. 종교적인 분위기와 활동적인 것을 어떻게 조화롭게 할 것인가. 사용자의 프로그램을 어떻게 유용하게 활용토록 할 것인가. 또한 주변 경관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 훼손된 땅이지만 최소한의 시설이 들어가 원래의 풍경을 회복하자는 쪽으로 생각했다.
산지사찰에서 배우는 것은 물리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것이다. 다만 어떻게 이해하고 담아내느냐 하는 것이 전통적으로 한국 건축의 특징이다. 그러한 건축양식은 오늘날 요구하는 다양한 기능과 활동을 어떻게 유연하게 담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 화두였다. 설계안을 보면 알겠지만 우리의 전통 건축기법을 살리면서 최대한 자연을 이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설계한 건물들이 합리적인 기능만을 고려했던 것에 반해 땅을 읽고 정신을 살리려 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도 큰 경험이었다.

해인사 주변 관광시설 막아낼 명분 사라져
정웅기 - 친환경이라고 한다. 논거가 산림훼손을 적게 한다는 것이다. 환경친화적이라는 용어사용에 본말전도의 느낌이다. 이는 각종 소재나 공법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생태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용자를 고려한 것인가를 의미한다.
설계에 나온 시설들은 1,000명 수용의 법당 규모에 지하주차장이 2,400평이니 최소한 250대 규모의 차량이 들어간다. 어지간한 쇼핑센터와 같다. 해인사는 150대 정도이다. 환경성 검토를 거쳤다고 해도 해인사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시설을 통해보면 필연적으로 관광객을 부를 수밖에 없고 교통량이 증가하면 기존 도로를 넓혀야 한다. 그러면 그동안 해인사가 문화재 보호의 명분 아래 59호선을 막고 골프장을 반대하는 등 주변 관광시설의 난립을 막아냈던 명분이 사라진다. 향후 가야산 주변 개발개획에 무력해지게 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신행문화도량이라는 하드웨어를 채울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개발된 상태인가이다. 해인사만이 아니라 불교 전반이 이런 거대 공간을 채울 만한 프로그램 개발이나 지도자 육성이 안 돼 있는 상황에서 일단 공간을 확보해놓고 채워넣겠다는 것이다. 그건 순서가 바뀌었다. 열심히 하다보니 정말 포화상태라 공간이 없으면 안 될 상태에 왔을 때 불사가 진행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불교가 어디 공간이 없어 포교 못해왔는가.

신행문화도량이 왜 필요한가?
김동현 - 밖에서는 문제가 있다는 얘기만 듣고 자세한 얘기는 몰랐다. 건축의 부분적인 얘기보다 원초적으로 해인사에 신행문화도량이 왜 필요한지 의문이다. 그리고 어느 사찰이나 다 필요하다고 한다. 해인사를 시발점으로 다른 사찰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이것도 우려다.
그리고 아까 조성룡 씨가 법당 안에 동판으로 팔만대장경을 만들어 넣는 이야기를 중요하게 이야기했는데 그것도 의문이었다. 거기서부터 문제가 파생돼 여론이 이런말 저런 말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나의 전환기이다. 문화재위원의 입장에서 보면 매장 문화재가 파괴돼가고 있다. 어떤 데 가보면 한 방향으로 길이 세 개씩 나 있다. 전국토가 도로가 될 참이다. 일본 법륜사에 30년 전에 가보고 이번에 가보았는데, 똑같았다. 길도 2차선이다. 일방통행인 것도 있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역사환경을 지키기 위함이다. 그런 데서부터 생각해야 한다. 해인사부터 이런 일 일어나면 앞으로 사찰의 큰 변화가 일 것으로 보여진다. 설계 도면상의 문제는 큰 게 아니다. 그 파급효과를 생각하면 엄청나다.

해인사 안과 밖의 관점은 다르다
원철 - 토론자는 아니지만 신행문화도량불사 진행을 지켜봐왔고 진행시켜왔던 한 사람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해인사 안과 밖의 관점은 다르다. 문화재 보존을 이야기하지만 사찰 안에 대중이 살면 사찰은 보존될 수가 없다.
신행문화도량이 왜 필요하냐는 이야기를 하지만 불교에서는 관광객도 넓은 의미에서 신도이다. 또한 기존의 사찰을 보존해야 하는 방편으로도 별도의 공간은 필요하다고 보았다.
또한 동판대장경이 왜 필요하냐고 하지만 안에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수명이 다해가는 목판을 보면서 영구적으로 보존하는 방법을 찾다 생각해낸 것이다. 이도 지금 판단할 수는 없다고 본다. 고려대장경 만들 때 이렇게 귀중한 문화재가 될 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공론화되지 않아 알지 못했다고 하는데 사실 얼마나 알려고 했는지 묻고 싶다.

불사도 좋지만 문화재보호 범주 벗어나서는 안 된다
주강현 - 고려시대 때는 나무 깎는 자체가 불심이었다. 지금 그렇게 복원하려 한다면 추진위원장이 되고 싶다. 동판을 무슨 선물세트 찍어내듯이 한다는 것은 공감을 얻기 힘들다. 사회적 공론감이다. 그리고 왜 그렇게 유형 중심으로만 사고를 하는지 모르겠다. 불사가 왜 건축물에만 쏟아부어지는가. 소프트웨어 개발 이야기가 나왔듯이 그런 식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작은 것이 아니라 거대불교로만 치닫는 것이 아쉽다.
그리고 현대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21세기적인 건물이어야 한다고 했는데 맞다고 본다. 그런데 이것도 알아야 한다. 박정희식 기와집이 우리 살림을 망쳐놓았다. 다만 창덕궁 옆에 김수근 건축가의 공간사랑이라는 근사한 건물이 있는데, 옆에 그런 세련된 건물이 있으므로써 궁을 빛내는 면도 있다. 그러나 궁내로 들어와서는 절대 안 된다. 하고자 하는 얘기는 불사도 좋지만 문화재보호 범주를 절이 먹어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늦어지더라도 공감 얻는 것이 중요
정재훈 - 가야산 해인성지에 이러한 건물을 충격적으로 넣어야 하는가 하는 생소함이 든다. 나는 자문위원으로 지속적으로 반대했지만 반영되지는 않았다. 설계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루블 박물관에 가면 피라미드문이 있다. 이것을 처음부터 프랑스 사람들이 동의한 게 아니었다. 오랫동안 토의하고 걸어놓고 그런 과정을 거쳐 만든 것이다. 베를린의 왕궁을 복원할 때 설치미술처럼 해놓고 해마다 투표를 했다. 내가 갔을 때는 26%인가 된다고 했다. 그와 같이 늦더라도 공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해인사도 중요하지만 홍류동천 계곡도 중요하다. 환경파괴를 적게 하고 경관을 복구해 살리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본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으므로 정확히 재서 판단해야
정기용 - 2002년부터 신행문화도량 코디네이터로 일해왔다. 그동안 일만 열심히 했지, 소통의 기회가 없었다. 공청회 자리가 있었으면 했는데 이제 와서 열리게 되었다. 최초로 공개적으로 논의되는 중요한 자리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많은 오해가 있었다. 환경단체에서 환경파괴로 몰아붙인 감이 있다. 신문에서도 절만 지으면 문제로 삼는다. 나 역시 마음속으로 해인사가 성역이 되었으면 했다. 그러나 스님들 불편한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모든 것은 얻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도 있다.
그런데 스님들께 바라고 싶은 것은 정말 해야 한다면 영악스럽다 할 정도로 잃을 것과 얻을 것을 정확히 재서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른 절이 따라할 수 있는 전형적인 불사가 되길
민현식 - 건축가는 해인사에 대해서만큼은 모범이 되고자 했다. 환경만 앞세우면 모든 게 되는 환경폭력이라는 것도 있다. 건축계에서도 전국토의 공사장화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지만, 건축=파괴라는 등식도 경계해야 한다.
나는 지금까지 들으면서 해인사에서 이런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봤다. 도량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 프로그램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거기에 지어야 하는가의 문제는 현행법을 떠나 생각해야 한다. 지금 거기가 되니까가 아니라 정말 지어야 할 자리가 거기인가이다. 그리고 한꺼번에 다 지을 것인가 차근차근 지어갈 것인가, 또한 건축양식은 어떻게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재검토를 통해 해인사가 하면 다른 절도 따라하는 것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모범을 보여 다른 절도 따라하게 해야 한다.

원래 계획은 거대하지 않았다
원택 스님 - 신행문화도량이 필요한가라는 토론자의 질문에 쇼크를 먹었다. 신행공간을 만들고자 한 것은 1993년부터였고 이상해 교수에게 정식으로 부탁하여 설계를 마쳤다. 그러나 그때는 이렇게 큰 것이 아니었다. 어느 순간 가보니 거대해져 있었다. 그래서 튀어나온 것이 동판이었고 문제의 발단이 되었다. 규모가 이렇게 커야 하는가에는 나도 아직 판단이 안 서나 신행문화도량의 필요성은 사중에서 오래 전에 느끼고 있었던 것만은 사실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해인사 신행문화도량 건립은 그동안 불교 안팎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왔지만 이렇게 공개적으로 토론에 붙여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사찰의 거대불사를 곱지않게 보는 내외의 시선을 더 이상 외면으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공론화시켜보자는 해인사의 의지를 드러냈다는 면에서 많은 이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런데 이는 밖에서 이런저런 비판을 가해왔던 사람들뿐 아니라 안에서 실제 진행을 맡아왔던 관계자들의 바람이기도 했다는 점도 토론회를 통해 알 수 있었다.
토론자들은 한결같이 거대불사 자체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신행문화도량 건립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였다. 따라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가는 논외가 되었다. 특히 이번 토론회 주제는 아니었지만 동판제작에 있어서도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해인사 입장을 대변하는 현응 스님은 모든 계획이 재검토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공론화시킨다는 것, 즉 많은 이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것은, 일을 복잡하게 만들어 짧은 거리를 돌아가게 할 수도 있고, 사공이 많다보니 배가 산으로 올라갈 수도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만큼이나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문을 열기 시작했다는 것은 발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