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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년에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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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소리 - 원택 2005년 01월 275호
새해를 맞이하면 누구나 나름대로 감회에 젖게 된다. 지난해에 대한 반성과 새해에 대한 다짐의 마음이다. 을유년乙酉年을 맞이하면서 새해의 다짐의 의미로 몇 마디 고언苦言을 할까 한다.
해인사 산중에서 30년을 넘게 산 초로初老의 산승山僧이 되어 그간의 해인사 변천사를 눈여겨보면서, 산중의사결정과정에 있어서 대중의 의견 개진과 대중의 의견 수렴에 문제가 있다고 느껴왔다.
구 초등학교 불사를 예로 들자면, 전前 주지 스님의 경우, 주지로 새로 오신 뒤 신문에 자운 큰스님과 성철 큰스님의 원력에 따라 43m 높이의 대불을 초등학교 자리에 세우겠다는 의견이 발표되었고, 곧이어 사방에서 반대하는 들끓는 여론이 지면을 장식했다.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문화재청에서도 문제가 되고, 나중에는 33m 높이로 허가를 받았다는 소문이 들리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날 대불大佛불사 이야기는 사라지고, 해인사 목판 고려팔만대장경은 1,000년의 수명이 다 되어가니, 만년 가는 인동팔만대장경 불사를 한다고 불교TV나 교계신문이나 일간신문에 대대적으로 광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해인사 산중에 사는 나도 해인사 동판불사의 갑작스러움에 어리둥절한데 세상사람들과 사부대중들은 또 얼마나 어리둥절할까 생각해본다.
해인사는 임회가 있다. 산중최고의결기구인 임회에서 동의 받고 결의해서 모든 일을 추진한다.
나도 산중 임회의원의 한 사람이지만, 임회에 나가보면 대중공의를 수렴하는 토론과 회의의 장이 아니라 주지스님의 의견에 일방적으로 동의를 구하는 자리가 되어버리고 대중공의의 수렴은커녕 주지스님의 일방적인 의견 통과의 장이 되어버리고 있다. 그런 까닭에 임회결의가 대중적으로 공신력을 얻기는 애시당초 어려운 일이다.
회고해보면 임회의 이런 문제는 해인총림이 설립된 이래 깊고 얕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 뿐 매번 그렇게 운영되어왔던 것도 총림의 현실이었다.
구 초등학교 자리에 어떤 불사를 할 것인가를 두고 20여 년 우여곡절을 겪으며 오늘에 이르렀다.
80년대 중반 자운 대율사께서 그 터에 대불大佛을 모시자는 의견을 내놓으신 후 1993년 10월쯤에는 그 자리에 만불전과 여러 신행기도처로 하자는 안이 만들어지다가 성철 큰스님께서 열반에 드시고는 그 계획이 흐지부지 되어버렸다. 그 후 1996년 이후 보광 스님께서 주지를 하시면서 그 자리에 박물관을 짓고 선禪 수련원과 컨벤션센터 격으로 대법당과 위에 10여m의 대불을 모시는 것으로 계획되었다.
이 계획도 새로운 대작불사가 계획되어 발표되고 또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중지된 상태에서, 지금은 현응 스님이 새로 주지로 오시게 되었다.
이런 일련의 일들에서 볼 때, 무언가 해인사 산중의견 결정과정에 있어서 대중의견의 개진과 의견수렴에 새로운 접근이 있어야 된다고 본다.
새로운 주지스님이 오셨고 해인사도 2005년을 새로 맞이한다.
대중 여론 수렴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계시는 새 주지스님이신 현응 스님께, 전래의 숙제를 푸는 대중 의견의 개진과 대중 의견 수렴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제도의 마련을 기대해본다. 그리하여 해인사 방장 큰스님의 뜻이 대중에게 제대로 전달되고(上意下達) 대중의 뜻이 주지스님이나 방장 큰스님에게 제대로 전달되어서(下意上達), 해인사 전체가 화합하고 역동하는 모습을, 초등학교 불사에 대한 대중의 굳건한 합의를, 올해 을유년乙酉年에는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