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바로 여기에 연꽃을 피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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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덕담 - 혜능 / 해인사 율원장
2005년 01월 275호
“시간은 끊임없이 흘러 금방 밤낮이 지나가고, 하루하루가 끊임없이 바뀌어 빠르게 한 달 그믐이 지나가고, 한 달 한 달이 끊임없이 바뀌어 홀연 일 년이 되는구나”라고 하며 원효 스님은 촌음을 아끼지 않고 나태해지려 하는 자신을 준엄히 경책하고 있습니다.
어느덧 을유년의 새해 아침이 찬란히 밝았습니다. 새해가 밝아온다는 것이 겁이 난다고 머뭇대며 어려운 주변 환경이나 여건을 탓하며 아무런 준비도 못한 채 다시 새해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함경》에 이런 말씀을 전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부처님은 슈라바스티국의 제타 숲에 계셨습니다. 그때 어떤 바라문이 부처님께 공손히 문안을 드리고 물러앉아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미래에는 몇 분의 부처님이 오십니까?”
“미래에 오실 부처님은 갠지스 강가의 모래알만큼이나 많을 것이다.”
그 말을 들은 바라문은 생각하였습니다.
‘미래에 그토록 많은 부처님이 오신다면 굳이 지금부터 수행할 필요가 없다. 그때 가서 수행을 해도 늦지 않겠다.’
바라문은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부처님 곁을 떠나려던 그는 문득 발길을 멈추었습니다. 과거에는 몇 분의 부처님이 있었는지 묻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는 다시 돌아와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그럼 과거에는 몇 분의 부처님이 계셨습니까?”
“과거에도 갠지스 강가의 모래알만큼이나 많은 부처님이 계셨다.”
그 대답을 듣고 바라문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과거에 그렇게 많은 부처님이 계셨는데 그는 한 번도 그 가르침을 받지 못하였다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그는 탄식하며 부르짖었습니다.
“과거에 그토록 많은 부처님이 계셨음에도 내가 가르침을 얻지 못했는데, 앞으로 갠지스 강가의 모래알만큼이나 수많은 부처님이 오신다 한들 언제나 그 가르침을 배울 수 있을까? 지금 당장 수행을 하지 않으면 때는 오지 않으리.”
그러면서 그는 부처님께 출가하여 수행하는 비구가 되었다고 합니다. 지난 세상에 항하의 모래수와 같은 부처님이 오셨어도 제도되지 못하였듯이 미래에 항하의 모래수와 같은 부처님이 오시더라도 지금 바로 여기에서 깨어 있는 마음으로 맑은 업을 짓지 않으면 새해를 맞아 아무리 거룩하고 고상한 소망을 가졌다 하더라도 그 일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비록 세상이 불확실하고 내일이 불투명하며 상호간에 신뢰감이 상실되고, 사는 것에 대해 깊은 회의에 놓여 있다 하더라도 자신의 아름다운 원망願望을 성취한 지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우리는 늘 깨어 있는 맑은 삶을 살아야 합니다. 결코 자신의 원이 성취되도록 도와줄 외부의 힘이나 매개해주는 대리자가 따로 없다는 것을 투철히 자각하는 것이 바른 신심입니다. 우리의 삶의 목적은 초자연적인 존재의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지혜와 노력에 의존해 이루어가는 것이라고 부처님은 말씀하십니다. 지복의 성취는 지금 바로 여기에서의 맑고 향기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올바른 수행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