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를 향해 문을 나선다. ‘미래소년 코난’에 나오는 어설픈 미래도시를 빠져나오는 기분. ‘우~웅~응’ 범종이 울어 새벽의 길을 열기 시작한다. 소나기를 퍼붓듯 법고를 때리는 스님의 팔뚝.
스님들이 이어가며 만들어내는 소리가 마치 쉴 새 없이 뛰어가는 발걸음 같다. 그 발소리를 듣고 있으면
숨이 가쁠 정도로 빠르게 느껴진다. 어쩌면 법고가 지니고 있는 소리를 꺼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대적광전의 새벽 예불소리는 군마들의 말발굽소리나, 찬 바닥을 구르는 돌의 소리처럼 웅장하다.
수행자의 어깨가 올라가고 숨을 들이마시면, 호흡이 빠져나가듯 염불이 이어진다. ‘옴마니반메홈’
길을 나서고 문을 들어서듯 새로운 해를 시작하며, 얼마 전 뒤돌아보았던 지난해의 기억을 꺼내어봅니다.
가야 할 길이 멀고 걸어왔던 길이 보잘것없다고 느껴지면 계속해서 길을 가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돌아가기엔 멀고, 관성처럼 걷기에도 썩 내키지 않는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되뇌이며 한 해를 보냈습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는 수행자의 뒷모습처럼, 새로운 시간이 다시 출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