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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종회, 종도들의 대의/입법기구 역할 미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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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편집실 2004년 12월 274호
이해찬 국무총리의 한나라당 비하 발언이 빌미가 되어 정기국회가 보름 가까이 표류했다. 국회를 열었으면 각종 법안을 심의 의결하고, 정부 정책의 잘잘못을 따져야 하는데, ‘개점휴업’ 상태였으니 국민들이 보기에 답답했을 것임은 분명하다. 급기야 이럴 바엔 뭐하러 국회를 열었느냐는 ‘국회 무용론’까지 신문지면을 장식하기에 이르렀다.

시민사회 원로들의 쓴소리
마침내 시민사회의 원로들이 지난 11월 19일 여야 원내대표들을 불러 간담회를 가졌다. 말이 간담회이지, 국민의 소리를 직접 전달하겠으니 제대로 하라고 혼내는 자리였다. 어느 국회의원은 “초청장을 받고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제대로 못해온 정치인들이 원로들에게 리콜을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국민들은 간담회 한번 여는 것으로 국회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나 다를까. 간담회가 있었던 그날 바로 여야의 대표들은 또 헐뜯기에 나섰다. 열린우리당은 4대 입법의 표결 처리도 불사하겠다고 나섰고, 한나라당은 몸으로라도 막겠다고 맞받아쳤다.
다시 시민사회 원로들의 고언이 절실하게 들린다. 19일 있었던 간담회에서 원로들은 쓴소리를 했다. “나라의 안정과 국민생활을 고려해 4대 입법에 국민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라.” “감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은 논리적 설득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금 국회는 없고 여야만 있다. 여당은 보수적으로, 야당은 개혁적으로 해야 한다.”

중앙종회 파행 없었으나
아쉬움 많아
정기국회와 비슷한 시기인 3일부터 10일까지 정기중앙종회가 열렸다. 13대 종회의 후반기를 이끌 종회의장(법등 스님)과 부의장(장주 스님, 원택 스님)을 뽑았고, 의원들을 각 상임분과위원회별로 편성했다. 이른 바 원院 구성을 마쳤다. 2005년도 예산을 심의, 일반회계 168억7천4백79만8천원, 특별회계 127억4천1백74만1천원 등 모두 296억1천6백여만 원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중앙종회는 또 부산 선암사주지 징계 무효를 판결한 사법부 규탄 결의문, 해종행위자(대종단 소송 제기자)에 대한 중징계 촉구 결의문, 사립학교법 개정 반대 결의문을 채택했다.
원로의원추천, 종헌종법 개정, 군승특별교구법 제정, 기관지 운영에 관한 법 제정, 종헌 개정, 중앙종회법 개정, 종무원법 개정, 총림법 개정은 다음 종회로 이월했으며, 군승특별교구법 제정을 위해 12월 중 임시종회를 열기로 했다.
중앙종회는 국회와 달리 파행도 없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그러기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는 중앙종회가 끝난 다음 날인 11일 논평을 내고 이번 종회를 평가했다. 교단자정센터는 논평에서 “출석률이 예전에 비해 높아지고, 과거 종회의원 일부에 발언이 편중되어 있던 반면 그 저변이 넓어지는 등 비교적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또한 종회가 선암사 문제의 배후자에 대한 조사와 처벌을 촉구하고, 종회의원 면책 조항을 폐지하기 위해 개정안을 내어놓은 것도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반면 이번 정기중앙종회를 통하여 중앙종회가 여전히 대의기구이자, 입법기구로서 미흡한 부분이 존재함도 확인하였다”며 몇 가지를 주문했다.

종책연구모임의 책임성 높여야
중앙종회는 세간의 국회가 교섭단체의 구조로 움직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4개의 종책모임 위주로 움직이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일승회, 금강회, 보림회, 화엄회와 같은 종책모임간의 비공개 협상을 통하여 상임분과위원장을 나누어 갖는다거나, 계파들 간의 이견이 생기면 아예 종회 진행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여서, 세간의 국회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착각마저 일으키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계파 위주의 종회운영이 현재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세속화의 부정적 측면, 즉 권한은 커지되, 책임은 지지 않는 비정상적인 측면이 더 지배적이다. 국회처럼 교섭단체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면,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여 존재가치를 입증할 수 있어야 할 것이고, 지금처럼 구성원들의 이익을 옹호하면서 권한에 따르는 책임을 다할 의지와 역량이 없다면, 종책연구모임은 응당 해산해야 할 것이다.

상임위 배분 교육 포교 등
주요 분야 외면 심각
상임위 배분을 통하여 종회의원들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 공개적으로 확인한 것도 씁쓸하다. 교육, 포교, 사회 등 종단의 목적사업과 연관한 분과는 인원이 적어 강제 조정을 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또한 직능직으로 선출된 위원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신의 직능 분야의 상임위에서 활동할 것을 촉구한다. 지금처럼 직능직 종회의원 대다수가 전혀 자신의 직능과 관계없는 상임위 활동을 하는 것은 스스로 직능직 선출제도의 문제점과 불필요성을 웅변하고 있는 것에 불과함을 알아야 할 것이다.

종정감사의 형식화 여전
종무보고와 종책질의가 1시간 내로 끝난 것이나, 예산 심의가 형식적으로 진행된 것은 오래 된 구조적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또한 종회 감사제도의 개선 문제 역시 매년 원칙적 입장만 반복되고 있다. 이번 13대 종회 임기 기간 내에 반드시 이와 관련하여 개선된 대안을 내어놓기 희망한다.

‘비밀투표 취지 훼손’
‘취재 제지’ 오점 남겨
이번 종회의장 선거과정에서 종책모임별로 투표용지의 특정부분에 기표하게 하였다는 보림회, 금강회 일부 스님들의 주장이 제기되었다.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들은 책임있게,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해야 할 것이며, 총무원 호법부는 진상을 남김없이 조사하여,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차제에 전자투표제 등 투표제도 전반에 대하여 대폭 보완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종회 취재과정에서 언론사의 취재를 제지한 불상사가 일어난 것에도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 중앙종회가 취사선택하여 정보를 공개하는 전근대적 폐단을 되풀이하고자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를 금할 길 없다. 당사자와 종회의장단은 이에 대해 책임 있게 해명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할 것이다.

결코 어려운 주문이 아니다. 종도들을 대표하는 대의기구로서 응당히 해야 할 일이다. 새 의장을 뽑고 상임분과위원을 새롭게 편성했다.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종회의원은 사사로운 소임이 아니다. 종도들의 마음을 깊이 헤아리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