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남부 아메리칸 인디언 박물관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성보여화 - 김진숙 2004년 12월 274호
미국의 초등학교에서는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공립학교에서는 일반적으로 4학년부터 사회과목을 배운다. 캘리포니아 지역에서는 4학년 때는 캘리포니아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 그리고 5학년이 되면 미국 전체에 대해서 공부를 한다. 네이티브 아메리칸(Native American, 인디언)의 역사와 문화는 미국 어린이들이 사회과목에서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내용이다. 각 학생들끼리 그룹을 만들어서 인디언의 종교, 음악, 춤, 그리고 그들의 생활도구에 대해서 조사하고 발표한다. 또한 인디언의 문화를 소재로 한 연극을 하기도 하면서 이문화異文化에 대한 이해를 넓혀 나간다. 마침 우리 아이가 사회과목의 프로젝트의 하나로 캘리포니아에 거주하였던 인디언 부족들의 토템에 관하여 조사를 끝내고 모형을 만든다기에 시간을 내어서 인디언 박물관을 가보기로 했다.
LA 근처에는 인디언에 관한 대표적인 박물관이 대략 세 곳 정도가 있는데 이번에는 LA 동부에 있는 남부 아메리칸 인디언 박물관(Southwest Museum of the American Indian)을 선택했다. 박물관은 LA 시내에서 동쪽으로 일전에 소개한 파사데나(Pasadena) 시로 가는 도중에 있으며 박물관 드라이브(Museum Dr.)라는 거리에 접한 높은 언덕 위에 있어 LA 시내와 주변 도시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 박물관은 1907년에 여행가이며 사진작가였던 찰스 룸미스(Charles Fletcher Lummis, 1859~1928)와 이 지역 사람들이 세웠다. 특히 인디언들의 미술과 공예품을 보존하고 전수하는 데에 그 설립 목적을 두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늘 여기서는 여러 가지 이벤트가 열리는데 오늘은 박물관 정원에서 흰 블라우스에 여러 가지 꽃무늬 자수를 놓은 인디언 전통 의상과 사막에 살고 있는 동물들을 소재로 한 목각 동물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부드러운 나무로 조각을 하고 나무의 진에 석류, 흙 등을 섞어 만든 천연염료로 색칠을 하였는데 색상이 너무나 선명하고 고왔다. 공예품을 팔고 있는 사람들은 내가 미국에 와서 처음 대화를 나눈 인디언들이었다. 관람을 위하여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니 안내원이 내년 1월까지는 입장료가 없으며 대신에 정원에서 열리고 있는 공예품을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하나 사 주면 좋겠다고 했다.
이곳은 모두 네 곳의 상설전시장으로 나뉘어 북아메리카의 미시시피강 서쪽부터 태평양 연안에 살았던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문화에 대해 전시를 하고 있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각 지역에 살았던 인디언들의 의식주 문화를 집중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독수리의 깃털로 만든 장식품은 그 부족의 추장만이 쓸 수 있는 것으로 힘과 권위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가죽이나 천으로 만든 블랑켓으로 불리는 인디언 고유의 복장들도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결혼식 등 특별한 행사 때 입었던 드레스 같은 옷들도 색깔이나 디자인은 심플하지만 자세히 보면 하나하나 섬세하게 만들어진 수공예품들이었다.
특히 캘리포니아 지역에 살았던 인디언들은 바구니와 가죽 제품 제작에 뛰어난 것으로 유명한데 이 박물관에도 다양한 크기와 종류의 바구니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사냥에 사용되었던 도구들은 간단한 총도 몇 자루 보였지만 돌이나 칼로 만든 원시적인 도구가 대부분이었다.
한편 인디언들 중에는 정착생활을 한 부족도 있었지만 대부분 천막생활을 하면서 이주를 한 부족이 많았다. 박물관에는 티피(Tipi)로 불리는 인디언들이 생활했던 천막이 만들어져 있었다. 가운데 몇 개의 나무를 세워 기둥을 만들고 바깥은 버팔로의 가죽으로 만든 것으로 가족 단위로 생활했다고 한다. 사막 지역의 인디언들은 바위 밑이나 바위를 조금 파서 더위와 추위를 피하면서 생활하였다. 그러한 생활 공간으로 쓰였던 바위 안쪽에 동물 등을 그린 벽화와 불을 땐 흔적들을 모형으로 만들어 보여주고 있었다.
나바호 부족 같은,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인디언 부족 이외에도 수많은 인디언 부족들이 있었으나 사진이나 기록으로 보는 그들 대부분은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부족별로 같은 방식으로 집을 짓고 음식을 조달하며 옷을 입고 하늘과 땅에 감사하며 춤과 노래로 그들의 마음을 표현했던 것 같다. 아마도 이들에게는 변치않는 그들의 땅이 있었기에 그들의 삶의 방식을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11월 넷째 목요일은 미국에선 가장 큰 명절 중의 하나인 추수감사절이다. 추수감사절의 기원은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이주, 정착하여 가을 수확을 기뻐하며 그들을 도와주었던 인디언들을 초대하여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은 것에 기원한다고 한다. 미국에 살면서 오늘날 인디언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는 그들의 거주지를 직접 방문하거나 <네이티브(Native)>라는 인디언 잡지를 통해서 접할 수 있으나 모두 단편적인 생활상만을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미국 내의 이들의 인구는 1,500만에서 1,600만 정도로 추정하나 교육수준이나 취업, 생활환경 등은 너무나 열악하다. 매년 이맘때면 사랑을 나누어 받아야 하는 불우한 이웃이 되어버린 그들의 현재 모습을 생각하며 추수감사절 날 아침이 되면 그들은 그들의 아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 줄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