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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소리 - 종현 2004년 12월 274호
해인편집장 소임을 본 지도 어느덧 9개월이 흘렀습니다.
20세기 마지막으로 강원을 졸업하고 해인사를 떠난 지도 4년이 흘러서 21세기의 해인사 풍경도 여간 낯설거니와 오가며 마주치는 강원 후배스님들의 생활모습도 예전과 많이 달라보이는 것이 쉽진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편집장 소임이 두려운 게 아니라 어쩌면 총림생활이 두려웠는지도 모릅니다.
7, 8월에 있었던 여름수련회는 총림생활에 재미와 보람을 안겨준 행사입니다. 강원에서도 안해본 수련회에 암자순례로 참여하며 강원스님들도 조금 알게 됐고, 암자순례를 하면서 내 스스로 암자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어 총림이 새롭게 다가온 느낌입니다.
순간순간 질문해대는 수련생들 때문에 나의 무지가 탄로나기도 했고, 수련회 총책을 맡은 현진 스님의 매끄러운 진행에 스스로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발행되는 해인지는 나를 긴장된 생활속으로 몰고 갔고, 우려 속에도 차질없이 발행되는 해인지를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합니다.
생소한 사람들과의 전화통화로 원고를 청탁해야 되는 어려움과 언제나 그렇듯 원고마감일에 맞춰 독촉전화를 해야 하는 어려움은 아직도 부담입니다.
늘 기획해야 하고 고민하며 사는 생활이지만, 어느새 처음보다 여유 있어진 모습에 스스로 대견해 하기도 합니다.

어느덧 12월 한 해가 갑니다. 내년에는 또 어떤 일이 기다릴까 기대와 조바심이 납니다.
많은 독자들의 이야기가 있었지만 그중 마음에 남는 글이 있어 소개합니다.
월간 해인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글을 삭제했다고 올린 어느 독자의 일갈입니다 .
내년 한 해도 언제나 겸손한 마음으로 독자 여러분을 만날 것을 약속드립니다.

대문을 열어놓고 손님을 부르더니
아무글 적어놓고 모두들 좋아하네
지나가던 나그네 글하나 지어놓고
이것을 알아라고 모두에게 소리치네
사람들은 수군수군 맞다고 말하는데
이유없이 삭제하는 주인네가 우습구나
세상에 이런 일은 밥상마저 치우는 꼴
손님들은 말도 없이 쳐다만 보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