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를 왜 신의 나라라고 하는 것일까 - 하는 궁금증은 파르테논 신전의 야경만으로도 설명이 되는 것 같았다. 평평한 아테네에 작은 구름 같은 언덕이 있는데 그곳에 파르테논 신전이 세워져 있었다.
밤의 조명을 받은 파르테논은 지상의 건축물이 아니라 하늘나라에서 밤사이 땅에 내려놓은 것처럼 경이로웠다. 우리의 관광일정은 빠듯했다. 고린도 운하와 지중해의 절경을 담고 있는 애기나섬에서 막내와 수영도 즐겼다.
터키 이스탄불은 동양과 서양을 경계하는 보스포러스해협이 있지 않은가. 강처럼 좁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아시아와 유럽이 마주 보고 있는 뱃길을 따라 가는 쿠르즈는 지중해의 햇살이 따가웠다.
쏘피아성당과 로마점령하에 만들어 놓은 지하 물 저장고는 물의 궁전이라는 환상적인 이름으로 세계인의 발길을 모으고 있었다.
그런데 이스탄불의 그 유명한 그랜드 바자르에서 막내가 실종됐다. 오후 4시 10분에 모이기로 한 장소에 막내가 나타나지 않았다.
불안과 초조, 긴장된 마음으로 시장 골목길을 뛰어다녔다. 이집트행 비행기를 오후 7시 30분에 타야 했다. 실종된 우리 막내 때문에 23명의 여행팀이 스케줄을 미룰 수는 없다. 그래도 걱정이 가득한 일행들은 아이를 찾을 때까지 여행을 미루자고까지 했다. 고맙지만 그건 안 될 일이다. 그나저나 다섯시 반이 넘도록 막내는 보이지 않았다. 그랜드 바자르 시장을 벗어나 있는 것이 분명한데 그 넓은 이스탄불의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때 얼굴이 하얗게 되어 뛰어다니던 이스탄불 가이드 김 준 씨가 “찾았습니다”라고 외쳤다.
막내를 볼 때까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녀석은 시장을 벗어나 차로 10여분 되는 쏘피아 성당 쪽에 가 있었다. 다행히 현지가이드의 친구를 만났던 것이었다. 경찰을 찾아가 대사관을 알아봤더니 한국대사관은 앙카라(터키의 수도)에 있더라나.
좌우간 여행가서는 반드시 현지가이드의 명함을 꼭 챙겨야겠다. 요즘은 누구나 휴대폰이 있으니까 번호만 알면 막내 같은 소동은 없을 것이다.
그리스가 신의 나라라고 한다면 이집트는 인류역사의 시원을 간직하고 있는 전설 같은 나라이다. 유럽의 무수한 고대유적들이 저마다의 역사와 전통을 찬란하게 간직하고 있지만 이집트의 유적들은 연도에 있어서는 따라가지 못한다.
기원전 4, 5천년의 시간만이 아니었다. 이집트 문명의 장대함과 미적 감각은 가히 경탄과 경이로움이란 표현도 초라하고 볼품없다. 그러나 모순도 아이러니도 어처구니도 가득한 곳이 카이로였다. 카이로 도심을 벗어나 기자에 있는 피라미드를 찾아가는 설렘은 계속 이어지는 공동묘지에서 머뭇거리고 당황하게 된다.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그리 많아서 10여리 이상 이어지는 공동묘지 옆에 움막을 짓고 죽은 자와 산 자가 공생하는 괴기 엽기적인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가 아무리 살기 힘들다 한들 망우리 묘소 옆에 움막을 짓고 살 수 있겠는가. 가장 찬란하고 화려한 인류 문명 발상지의 남루함은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보다도 풀기 어려운 기괴함이었다. 영화로 사진으로 그림으로 신비롭게 동경했던 기자에 있는 3기의 피라미드 - 그 규모의 장엄함은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높이 1m, 폭 2m, 평균 2.5톤의 거석을 210단을 쌓아 올렸다. 자그만치 230만개의 돌을 수학적 기하학적으로 거기다 미적으로 쌓아 놓았다. 그 축조기법은 미스테리여서 외계인의 흔적이라는 주장에 아직도 정확한 반론을 내놓고 있지 못한다고 했다.
요즘엔 이집트 관광에 룩소를 포함시키고 있다. 카이로 근교 기자에 피라미드가 있다면 룩소엔 고대 이집트의 신전과 역대 왕들의 무덤계곡이 있다.
태양신을 숭배했던 이집트의 왕들은 영생을 믿었다. 자신이 죽으면 그것은 이 생을 잠깐 떠나 있는 것일 뿐 영원한 죽음이 아닌 것이기에 거대한 무덤을 왕으로 취임하면서부터 축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룩소 아부심벨의 거대한 람세스 2세의 좌상이 있는 신전에서 석양에 비친 거상과 돌기둥의 위용은 이집트의 비경이었다. 이 나라는 인류문명의 발원과 소멸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한여름엔 50~60도가 넘는 살인적인 더위지만 문명은 흠뻑 흘린 꿈속의 식은땀처럼 비몽사몽의 시간 여행이었다.
그 여행 중 불교와 고대이집트의 인연에 대해 생각할 점이 있었다. 웅대한 신전의 무수한 기둥과 연꽃의 만남 때문이다. 기둥의 상단 끝부분이 파피루스(이집트강변 곳곳에 있는 종이의 원료가 되는 식물)의 모양을 하고 있다. 공작의 날개처럼 퍼지는 형태로 파피루스 잎새가 넓게 지붕을 받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형태가 있다. 바로 연꽃이었다. 기둥 상단에 성인 100여 명이 서 있을만큼 작은 광장 같은 그곳의 모양을 연꽃으로 디자인한 것이다. 연꽃의 인자함과 후덕함이 둥글게 펼쳐져 무겁디무거운 돌지붕을 떠받치고 있었다.
고대 이집트와 연꽃의 연계는 어떤 신비스런 미스터리를 갖고 있는 것일까.
나의 궁금스런 여행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