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방콕 중심가 실롬에 자리잡은 무슬림 사원을 찾아드니 몇몇 사람들(파키스님인,이란인)은 \'사담 후세인\'을 위해 기도하고 있었으나, 많은 사람들은 \"다국적군을 이해하고, 전쟁의 뜻을 알고있다\"고 말 건네온다. 그러나 이들에게 \'이스라엘\' 얘기를 꺼내자 대뜸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당신은 어떻해 생각하느냐?\"고 되물어와 잠시 긴장을 하기도 했다.
\"방콕에 나와 있는 아메리카,브리티시,오스트레일리아,이스라엘 대사관을 비롯하여 아메리카,유럽의 깃발이 나부끼는 사무실이나 서양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앞으로 48시간 안에 집중적인 테러를 당할 것이다\"는 미국무부의 18일 발표에 이어 미국 대사관은 모든 직원들과 방콕에 머물고 있는 미국인 약 1만 8천명에게 48시간 동안 안전한 집 안에 있도록 요청했으며, 이날 브리티시,오스트레일리아 외무부에서도 비슷한 경고를 내린 바 있으나 테러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일본 적군파의 움직임을 눈여겨 보고 있다는 말이 브리티시 외무부 관계자로부터 흘러나와, 지난주 초북부 치앙마이에 숨어든 일본 적국파를 타이 경찰이 쫓고 있다는 보도와 연관시켜 볼 따름이다.
한편, 테러정보에 따라 19일 밤부터 이들 대사관 부근과 돈 무앙국제공항을 비롯한 방콕 시내 80여 개 지점에는 M16, M60으로 중무장한 타이 육군과 경찰이 특별경계에 들어갔으나. 차티차이 타이 수상은 \"내 생각으로는 테러리스트를의 공격이 단지 협박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그렇더라도 결코 무시하지는 않는다.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그러나 이라크 대사는, \'바그다드\'는 타이에서 테러활동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대사관은 한술 더 떠 \'아이들의 학교를 오가는 길도 매일 달리하도록\' 권유했으며, 일요일인 20일 미국인 교회를 비롯하여 침례교회의 주일예배조차 모두 취소해 버렸다.
이처럼 테러에 대한 적색경보 속에서, 타이 관광의 절정기랄 수 있는 1월은 때아닌 된서리를 맞은 셈이다. 여느 때라면, 숱한 관광객들의 물결로 어디를 가나 외국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쳐야만 했고, 마치 인종전시장을 빼닮았던 방콕이었으나, 지난 17일 이른바 다국적군의 바그다드 폭격과 이에 따른 테러경보가 내려진 다음부터 갑작스레 서양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어버려 방콕 전체가 숨죽인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곳곳에서 눈을 부라리고 있는 군인들의 모습은 마치 계엄령을 방불케 하고, 특히 돈 무앙 국제공항에는 더욱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테러의 과녁이 되고 있는 사우디항공을 비롯한 항공기들의 운항이 속속 중단되고 있으며, 아직까지 운항은 하고 있으나 미국의 유나이티드, 델타 항공 등에는 집중적인 경비와 검문,검색이 벌어지고, 모든 승객의 드나듦이 매우 까다로워졌다. 이러한 긴장 속에서 승객들의 마음 졸임이 눈에 띄고, 더구나 여기저기서 이런저런 까닭으로 줄기차게 항공기 사고를 당해 왔던 한국 승객들의 불안이 남달라 보인다.
그런가하면 랏차담리 길가에 있는 쿠웨이트의 국영 쿠웨이트 항공사 사무실에는 사무원들은 보이지 않지만 밤마다 쉬지 않고 간판불을 밝히며 말없는 항쟁을 벌이고 있어 지나다니는 이들로부터 안스러움을 자아내고 있다.
20일이 지나면서 다행히 48시간 동안 어떤 형태의 테러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군인들의 눈초리는 여전히 매섭고 서양인들의 발길도 그전 같지가 않다. 특히 수많은 관광객들로 들끊었던 \'맥도날드\',\'켄터키 치킨\',\'피자 헛\'을 비롯한 미국 상호를 내건 음식점에는 파리가 날고, 경비원들의 움직임만이 예민해져 있다.
한편, 타이 외무장관 알팃 우리이랏의 \"어제밤으로 \'48시간\'이라는 미국의 인용은 끝났으나, 그것이 우리의 경계를 풀라는 것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아울러 앞으로도 타이를 무대로 한 테러는 일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 까닭은 걸프 전쟁에 대해서 타이 정부는 어느쪽에도 적대감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는 얘기나 국방장관의 \"인도적인 입장에서 지난 15일,16명의 의료진을 사우디에 파견했으나, 전투부대의 파병은 전혀 생각지 않고 있으며 또한 타이의 공군기지를 바그다드 공격에 제공치 않을 것이다. 다만 위급한 비행기들의 통상적인 사용은 지금처럼 가능할 것이다.\"는 얘기를 통해 걸프 전쟁에 대한 타이의 어려움을 읽을 수 있다.
걸프 전쟁이 모든 제3세계의 목을 조르고 있는 가운데, 타이 정부의 숨은 괴로움은 남다르다. 나라살림의 매우 중요한 뒷심이 되는 \'관광사업\'이 이번 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고, 더구나 타이 남부지방의 대다수 국민들이 \'무슬림\'이고 보면 그들의 움직임이 또한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괴로움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방콕에서 광광객들이 줄어든 것은 물론이고 휴양지로 이름난 파타야의 호텔들은 예약취소로 가동률이 40%에 머물러 걸프 전쟁이 터지기 전인 1월 초순만 하더라도 호텔 방을 잡지 못해 난리를 피우던 것과는 대조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행사에는 서양인들과 일본인들의 예약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어, 겨울철에(12월~2월)한몫을 건져야 하는 관광수입이 큰 타격을 받아 신문의 경제면은 온통 \'관광 차질\'에 대한 기사로 메워져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이곳은 큰 고객인 \'한국 관광단\'은 여전히 하루에 1천 명도 넘게 몰려들고 있어 좋은 비교거리가 되고 있다.
다른 한편, 오래 전부터\'분리독립\'을 외치며 무장투쟁을 벌여왔던 남부 무슬림들이 테러에 참가한다거나. 기회를 틈타 새로운 싸움을 펼치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이 타이정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남부 무슬림의 중심도시인 파타니, 얄라의 무슬림 지도자들은 \"이번 전쟁에 따른 어떠한 문제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고 말하여 오나, 전보적인 이란계 무슬림 근본주의자들이 \"파타니 지역 무슬림 속에 \'사우디\'에 대한 증오가 불어오고 있다.\"는 얘기를 흘리고 있는 가운데 파타니의 경찰은 그곳 송클라대학의 미국,영국,프랑스인 교수들을 대피시키고 있다.
전체 국민의 80%가 부처님을 받들고 있는 타이에서 유독 남부지역 국민들은 70% 이상이 무슬림을 따르고 있으며, 인종적으로도 말레이 계열이어서 언제나 눈여겨 봐야 하는 타이 정부로서는 쉽사리 넘어갈 수 없는 까닭이다. 더구나 이들의 \'분리독립투쟁\'을 약 1년쯤 전에 가까스로 마무리지어 놓은 타이 정부이고 보면, 걸프 전쟁의 불똥이 또 다른 모양으로 튀지나 않을까 마음 졸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22일 오후, 방콕 중심가 실롬에 자리잡은 무슬림 사원을 찾아드니 몇몇 사람들(파키스타인,이란인)은 \'사담 후세인\'을 위해 기도하고 있었으나, 많은 사람들은 \"다국적군을 이해하고, 전쟁의 뜻을 알고 있다\"고 말 건네온다. 그러나 이들에 \'이스라엘\' 얘기를 꺼내자 대뜸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당신은 어떻해 생각하느냐?\"고 되물어와 잠시 긴장을 하기도 한다. \'이스라엘\' 한마디에 뒷말을 듣지도 않고 표정을 바꾸어 갑자기 공격적으로 나오는 이들을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서로에 대한 미움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를 되씹으며 미국대사관 쪽을 찾아간다. 철통 같은 경계를 뚫고, 랑캄행대학생 10여 명이 반전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순정은 주위의 눈길을 전혀 끌지 못한 채 쓸쓸히 묻혀버리고 만다. 그들의 외침대로, 걸프 전쟁은 아무런 조건없이 멈춰져야 한다는 오직 하나뿐인 진지를 새삼 느끼며, 어떤 전쟁도 정당함을 인정해주지 않는 역사와 인류의 지혜를 빌어본다.
어떤 일이든, 어떤 문제든 반드시 상반된 논리가 있을 터이고 뒷그림이 있게 마련일진데,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 외신과 호외따위는 오직 다국적군의 뜻을 알리고 살피는 기사로 메워져 있을 뿐, 어느 구석에도 반대쪽 얘기는 찾아볼 수 없다.
마치 떳떳하게 허가받은 살인자들처럼, 오늘은 무엇을 어떻해 때려부셨고, 얼마를 죽였다는 따위의 글들로 가득찬 신문을 바라보며 \'다수의 논리, 힘센 자의 논리\'가 어떻해 작용하며 또 어떻해 사람들을 마비시켜 가는가를 곰곰 생각하게 된다.
쿠웨이트에 대한 안타까움이 인류의 양심이라면 미국을 대장으로 한 다국적군의 숨은 뜻도 결코 흘려 넘길 수 없는 제3세계의 숙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