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어느 스님 얘기가 있다.
도반스님이 노스님의 간병을 위해 한국 최고의 병원에 있을 때의 일이다. 병원에 최고라는 말이 있으면
환자나 가족에게는 최후라는 의미도 같이 있다고 한다. 이 병원은 암 병동이었으니 그 절실함이 더욱
큰 곳이었다. 꼬마환자도 누나환자도 할아버지환자도 대부분이 항암치료로 까까머리인 곳이었다.
노스님의 공양을 챙겨드리려 물건들을 잔뜩 챙겨들고 엘리베이터에 탔을 때이다.
어느 백발이 성성한 노보살님이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눈빛으로 굽은 허리를 움직이며
다가오셔서 스님의 손을 덥석 잡으시는 것이다.
순간 스님도 코끝이 찡하니 매워지고 눈물도 핑 돌았다. 그래서 손을 꼬옥 잡아드렸다.
이심전심의 시간이 엘리베이터 안의 나머지 대여섯명과 가슴 뭉클하니 지났다.
노보살님이 운을 떼었다.
“아이고! 우짜까이!
얼굴도 잘생겼고만 우짜다가 젊은 사람이 여호와 하나님을 여의고 악의 길로 들어섰을까잉?”
“???”
“그래도 우리 예수님은 젊은 중님을 사랑허요!”
“!!!!”
이 스님이 지하철로 통학하며 학구열로 한창 불타고 있을 때였다. 초심 때였는지라 수행자 체면에
육신 편하자고 젊은 청춘이 자리 차지하는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도 칼날 같은 풀옷이 구겨지는 것이 싫어서
서서 다닐 때였다. 미아역을 지나고 빈자리도 몇 개 보일 즈음 점점 가까워 오는 소리가 있었다.
“○○지옥 ○○천당.” 순간 전철 안은 회색 바바리 코트에 밀짚모자를 쓴 젊은 스님과 메가폰과
성경책을 든 전도사와 전단지를 든 아줌마 간의 오케이목장으로 바뀐 것 같았다.
모두 미묘한 긴장감으로 일어날 결말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한참 핏대를 올리던 40대가량 되어 보이는 이 전도사가 스님 옆에 점점 가까이 다가서며 큰소리로 외쳤다.
“길 잃은 어린 양이여,당신의 발길은 어디로 향하고 있습니까? 지옥입니다. 지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 발길을 돌이켜서 회개하고 주님의 품으로, 천국으로 오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지옥행입니다!”
이에 스님이 귀찮은 듯이 한마디 했다.
“아저씨, 이 차 당고개행이거든요! 형제님이 지하철 잘못 탔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