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회난금견사다客懷難禁繭絲多 객회를 견디기 어려움 매우 많아
일입우두상간아一入牛頭賞磵阿 가야산에 들어가 시내 굽이 구경하네
호호운산개시락浩浩雲山皆是樂 드넓게 구름 낀 산은 모두 즐겁고
망망원화본무애茫茫元化本無涯 아득한 천지 조화는 본디 끝 없네
풍화미로추용호楓花未老秋容好 단풍이 시들지 않아 가을 모습 좋은데
광경여류영절과光景如流令節過 광경은 물 흐르듯 좋은 절기 지나가네
일모주성환초초日暮酒醒還 해 저물어 술 깨자 다시 쓸쓸하기에
송창최환소승다松窓催喚少僧茶 송창에서 동자승 재촉하여 차 달이라 하네
고치의 실올(繭絲)처럼 많은 금계의 객회는 우두산, 즉 가야산의 시내 굽이를 구경하는 동안 드넓게 구름 낀 산과 아득한 천지의 조화 가운데 어느덧 즐거운 심회로 변하고, 단풍이 시들지 않은 가을 광경에 좋은 절기가 흘러감을 느낀다. 이때는 주지스님의 지극한 환대를 받아 몇 잔 술도 겸한 뒤였다.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문득 해는 저물어 주흥酒興도 따라서 깨자 동자승에게 차를 달여오라 하였다. 그리고는 아마 주지스님과 함께 차 향을 음미하면서 시를 논했으리라. 금계는 또 뒤의 시에 차운하기를, 구슬이 구르는 소리를 내는 계류溪流의 서늘한 바람을 쐬며 한 번 유하주流霞酒에 취한다면 금단金丹의 선약仙藥이 없더라도 절로 신선이 될 만하다고 하였다.
그로부터 4백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가을의 문턱에 선 가야산은 여전히 맑은 물소리 울리며 비단 수놓은 듯한 단풍으로 선경仙境을 장식하고 산 밖의 사람들을 부른다.□
*필자 주 : 본문에 인용한 시의 제목은 <가을에 가야산을 유람하고 주지승의 시축에 차운하다(秋賞伽倻次持僧軸)>이고, 이 시는 황준량의 시문집인 《금계집》 권6에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