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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총림에서 나와 다른 총림으로 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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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하고 청정한 수행을 위한 법문 - 조계종정 해인총림 방장 법전 스 2004년 09월 271호
출일총림입일총림出一叢林入一叢林하니
삼봉수급오로운심三峰水急五路雲深이로다.
산등방과무타의山藤放過無他意이니
향도진유불환금向道眞鍮不換金이로다.
한 총림에서 나와 다른 총림으로 들어갔는데
삼봉에는 물이 급하고 오로봉에는 구름이 깊도다.
등나무 몽둥이로 때린 것은 다른 뜻이 아니라
놋쇠와 순금은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보였네.

경청鏡淸 선사께서 어떤 납자에게 물었습니다.
“요즈음 어디에서 왔는가?”
“삼봉三峰에서 떠나 왔습니다.”
선사가 다시 물었습니다.
“여름은 어디에서 지냈는가?”
“오봉五峰에서 지냈습니다.”
그러자 선사가 말했습니다.
“그대에게 서른 방망이를 때리리라.”
“저의 허물이 어디에 있습니까?”
이에 선사가 대답했습니다.
“그대가 한 총림에서 나와 다른 한 총림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니라.”

경청도부鏡淸道 선사는 설봉의존雪峰義存 스님의 법을 이었습니다.
처음에 민 땅으로 들어가서 설봉 선사를 뵙고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행각行脚의 큰일을 어떻게 남에게 지시하십니까?”
그러자 설봉 스님이 말했습니다.
“절강성 지역의 쌀값은 어떠한가?”
이에 경청 선사가 대답하였습니다.
“하마터면 쌀값으로 알 뻔하였습니다.”
경청 선사가 또 물었습니다.
“예로부터 조사들이 한결같이 입로入路를 말씀하셨다고 하는데 그게 사실입니까?”
설봉 스님이 대답하였습니다.
“그렇다.”
“저에게 들어갈 길을 지시해 주십시오.”

행각은 행각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입로入路 즉 들어갈 길을 찾기 위함입니다.
해제하여 이 총림을 떠나 저 총림으로 가고 이 산중을 떠나 저 산중으로 가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경청 스님은 이러한 행각과 입로의 인연으로 공부경지가 달라짐으로 인하여
그 뒤 월주 경청사에서 회상을 열고서는 오고가는 납자들을 가만히 그냥 두지 않고
꼭꼭 한마디씩 내던지신 것입니다. 낚시를 드리우면 틀림없이 걸려들게 되어 있습니다.
밝은 이는 눈 밝은 대로, 어두운 이는 눈 어두운 대로 한마디씩 내뱉었던 것입니다.

경청鏡淸 스님께서 어떤 납자에게 물었습니다.
“요즈음 어디서 왔는가?”
“석교石橋에서 떠나 왔습니다.”
선사가 다시 물었습니다.
“본분의 일은 어떠한가?”
그러자 그 납자가 다시 말했습니다.
“저는 요즈음 석교에서 떠났습니다.”
이에 선사가 다시 말했습니다.
“나는 그대의 석교에는 관계치 않는다. 본분의 일은 어찌 되었는가?”
그러자 그 납자가 말했습니다.
“화상께서는 어째서 말귀를 못 알아듣습니까?”
이에 선사가 한 대 때리니 그 납자가 다시 말했습니다. “저는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에 선사가 말했습니다.
“그대는 방망이나 맞아야겠다. 나는 그 이야기가 퍼지기만을 바랄 뿐이다.”

경청 스님께서 어떤 납자에게 또 물었습니다. “어디서 오는가?”
“응천사應天寺에서 옵니다.”
선사가 다시 물었습니다. “뱀장어를 보았는가?”
“못 보았습니다.”
당나라 월주越州 응천사는 희원希圓 스님의 토굴인데 낭야산 꼭대기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그 곁에는 우물이 있었고, 그 우물 속에는 뱀장어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뱀장어는 나무는 말할 것도 없고 댓돌에 나다니기도 하고
방에 들어오기도 하는데 사람을 봐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에 선사가 다시 물었습니다.
“그대가 뱀장어를 보지 못했는가? 뱀장어가 그대를 보지 못했는가?”
그러자 그 납자가 말했습니다.
“그런 것 모두가 아닙니다.”
이에 선사가 말했습니다.
“그대는 첫머리는 잘 지키더니, 마지막은 삼갈 줄 모르는구나.”

결제대중이 이제 해제를 하니 행각을 떠나게 됩니다.
행각은 떠나는 것이 아니라 또다른 공부처를 찾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걸망을 져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고인들은 해제가 곧 결제라고 하였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제방의 선지식을 참방하면서 한철의 살림살이를 점검받는 행각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산승도 경청도부 선사처럼 가야산에 앉아 있으면서
다른 곳에서 이곳을 찾아오는 행각승들의 여름 한철 살림살이를 점검할 것입니다.

경청鏡淸 선사께서 행각을 하는 어떤 납자에게 온 곳을 물었을 때
삼봉三峰과 오봉五峰이라고 대답하니 삼십 방망이를 휘두릅니다.
그러자 그 납자는 억울하다고 여겼던지 무엇이 잘못이냐고 따지니
한 총림에서 나와 다른 한 총림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서 공수空 화상이 상당上堂하여 말했습니다.
“하하하! 낭야노인은 경험한 일이 많아서 이 법문을 듣고는 곧바로 그 자리에서
‘나물 베는 낫이로다’라고 대답하였는데 이는 경청과 손을 맞잡고 같이 다니니, 사용하려면 곧 사용한다.
마치 하늘을 덮는 그물과 같아서 날아다니는 신령한 새마저 도망할 길이 없게 되었다.
무슨 까닭인가? 그대들이 한 총림에서 나와 다른 한 총림에 들었기 때문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산승이 해제대중들에게 묻겠습니다.
경청 선사의 법문낙처法門落處를 알겠습니까?
모르겠다면 행각을 하면서도 참구해야 할 것입니다.

해고종견저 海枯終見底니와
인사부지심 人死不知心이로다.
바다가 마르면 마침내 바닥을 보거니와
사람은 죽어도 마음은 알지 못하는구나.

불2548(2004)년 음. 7월 15일 하안거 해제 법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