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시장과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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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소리 - 주경
2004년 08월 270호
지난 7월 1일 ‘오마이뉴스’라는 인터넷 신문에는 서울특별시 이명박 시장이 우리의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바친다는 ‘서울을 하나님께 드리는 봉헌서’를 한 대규모 기독교 행사에서 낭독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명박 씨가 평소 기독교인으로 신앙생활을 해온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정말 기가 막히고 황당한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봉헌이란 교회에서 신자들이 미사·성사 집행·전례, 또는 심신 행위와 관련해 자발적으로 바치는 일종의 예물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이명박 씨가 예물로 서울시를 바쳤다면 그는 무슨 권리와 자격으로 그렇게 했다는 말인가? 서울시가 시장의 뜻대로 바칠 수 있는 예물이라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하도록 시킨 기독교 행사의 책임자들은 서울시와 서울시민들을 정녕 자신들이 믿는 신의 ‘종’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현대는 다원주의시대라고 한다. 다른 모든 가치들 위에 군림하는 특정가치, 중심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저마다의 다양한 가치가 인간 삶의 본질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기독교가 한국에서 전도활동을 하며 내세운 논리 중의 하나가 종교다원주의이다. 불교와 유교적 가치로 단단하게 무장되어 있던 우리민족의 정신세계에 침투하기 위해 기존의 우리 민족이 가진 가치와 사상을 인정하며 ‘기독교에도 진리가 있다’며 기독교의 설 자리를 비집고 들어 온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종교를 신앙하는 사람이 시장으로 선출되었다고 해서 자신들의 종교적 시각으로 우리 사회 전체를 판단하고 결정하려고 한다면 종교와 관계없는 다수로부터도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때맞춘 서울시 교통체계 개편으로 인한 실책과 잘못에 대한 거센 비판과 비난의 물결 속에서 이 문제가 뉴스와 논란의 핵심에 크게 떠오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국 종교인구의 일부에 해당하는 기독교인과 기독교인 시장의 양식 없는 행동과 더불어 그 휘하직원들의 뻔뻔스러운 상황 대처에 다수 시민들과 종교인들은 준엄하고 분명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실로 이번 사건은 한국종교의 최대 교단인 불교계와 불교인들을 크게 분노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같은 기독교계에서조차 공개적인 사과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일 불교, 천주교, 개신교(KNCC), 원불교, 유교, 천도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등 7개 종단 지도자의 협력체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는 이 시장의 부적절한 언행을 지적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러한 대처에 이 시장은 종교인평화회의 대표단 회의에 참석하여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14일에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해명성 사과문을 올려놓았다. 하지만 아직도 이 시장은 불교계를 비롯한 전 국민들에게 공개사과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시장은 자신의 사과문에서 “저는 평소에도 편견 없이 여러 종교행사에 참석해 왔으며 이번 행사도 그 중 하나일 뿐, 어떠한 종교적 편향이나 정치적인 목적 등 다른 의미가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종교적 화합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라고 말하고 있다.
노력은 결과가 있어야 하는 것이며, 사과는 받는 측이 수긍해야 하는 법이다. 이 시장은 불교인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노력과 사과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