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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반장’ 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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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우소 - 현진 2004년 08월 270호
여름 수련회 습의사習儀師 가운데, ‘홍반장’이라는 별명을 가진 스님이 있다.
말하자면 ‘홍반장’은 ‘어디선가 무슨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영화 속의 주인공이다.
그러니까 ‘홍반장’ 별명을 가진 스님은, 항상 수련생 가까이 있다.
그러다가 수련생이 한눈을 팔면 홍길동처럼 동서로 번쩍번쩍 나타나서 지적을 한다.
수련생으로서는 정말 환장할 노릇이다. 그래서 그들이 복수하듯 붙여준 이름이 ‘홍반장’이다.

수련생 한 명이 해우소 옆에서 잠시 서 있었다.
그때 갑자기 나타난 홍반장 스님이, “거기서 뭐 하십니까? 빨리 수련장으로 들어가세요!”
지적당한 그 수련생, ‘차 한 잔을 나누며’ 시간에 홍반장에게 한방 날렸다.
“수련생은 흐르는 물 구경도 못합니까?”

해우소 앞에 수련생들이 볼일을 보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이번에도 어디선가 나타난 홍반장 스님이, “빨리 빨리 일 보세요!”
묵언 규칙이라서 수련생들은 대꾸를 하지도 못하고 서 있는데,
홍반장 스님이 더 큰 목소리로 해우소 안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그만 짜르고 나오세요!”

옷을 갈아입는 탈의 시간에 묵언 규칙을 깨고 말을 하자,
역시 번개같이 나타난 홍반장 스님이 문을 왈칵 열었다.
옷을 갈아입던 수련생들이 기겁을 했다. “누가 말을 하라고 했습니까?”
여자 수련생들이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몰라 하자, 홍반장 스님 얼굴 벌겋게 되면서 이렇게 마무리했다.
“그래도 저는, 아무 것도 안 보았습니다!”

이동할 때는 안행雁行을 한다. 기러기 떼처럼 항상 3명 이상이 줄을 서서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수련생 한 명이 해우소를 가기 위해 줄을 섰다. 3명이 해우소를 가던 도중 2명은
세면장으로 빠지고, 갑자기 혼자 남게 된 수련생 앞에 역시 홍반장 스님이 나타났다.
“아니, 누가 혼자 다니라고 했습니까?”
이 수련생, 묵언이라서 변명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고스란히 벌점을 받았다.

이런 ‘홍반장’ 스님을 어떤 수련생은 후기에서 ‘24시 감시 경찰’이라고 재미있게 적기도 하였다.
하지만 아무리 악역을 한다고 해도 수련생은 ‘홍반장’의 따뜻한 마음을 안다.
오히려 ‘홍반장’을 통해 수련회의 감동과 추억을 더 담고 가는 것 같다.
수련회가 끝나면 ‘홍반장’을 향해 보내는
수련생들의 우레와 같은 감사의 박수가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