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행복하세요~ 꼭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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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이야기 - 한지혜 / 1차 수련생
2004년 08월 270호
벌써 후기글들이 올라와 있네요.
‘몸이 있는 곳에 마음도 같이 있어라’라고 배우고 왔건만 다들 저처럼 몸만 돌아오고 마음은 해인사에 두고 오셨군요^^.
고향이 합천 옆동네인 관계로 태어나서 제일 처음으로 가본 사찰이 해인사였고 그 이후로도 가야산이나 매화산을 오르내리며 자연스럽게 들르곤 했었지요. 오래전 저녁시간에 우연히 들른 해인사에서 마침 저녁예불을 알리는 법고소리를 듣게 되었고 그때 힘차게 법고를 치는 스님들의 모습을 보며 ‘참 아름답다’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나와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수행자의 삶이 막연하게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 왠지 모를 가슴 먹먹함도 있었습니다.
여기선 스님들이 따라다니시면서 딴 생각 다른 행동을 못하게 해 줄 뿐더러 우리한텐 한마디도 못하게 하고 스님들만 계속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스님들 하시는 말씀만 듣고 있어도 전혀 심심하지 않고 다 뼈가 되고 살이 됩니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주변의 도반들과 친하지 못했다는 점. 묵언하라 해서 주변도 살피지 않고 정면만 주시하고 지내다 보니 마지막 시간에 얘기 나눌 때 다들 새롭게 보이고 서로에 대해 알 만하면 바로 헤어져야 한다는 것. 아마 이것 또한 홀로 수행이니 사람에게 미련을 갖지 말라는 뜻이 아닐지.
수련회 일정이 너무 빡빡하다고 힘들어서 중도포기하는 분들을 보며 ‘저분들은 참 편하게 살아온 사람들인가보다. 살다보면 이것보다 더 힘든 일도 많을텐데,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걸릴 것이 없지 않은가’ 라고 여유를 가지던 저도 죽을 뻔한(!) 고비를 한번 넘겼습니다. 당연히 1080배 과정에서였죠. 죽음을 각오하고 해보자라고 생각하던 중 마침 스님께서 절하다가 죽어도 좋다, 오히려 복이다, 죽으면 천도재도 지내주겠다고 우스개 격려를 해주셔서 힘내어 두 시간 동안 따라 해봤지만 앞에서 무서운 속도로 진행하시는 스님들 덕택에 1080배라기보단 쉬지 않고 끝까지 했다는 걸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 자만도 잠시, 마애불 포행은 그야말로 저에겐 죽음이었습니다. 현오 스님 및 도반들의 격려에도 불구하고 그냥 바위틈에 쭈그리고 앉아 몸을 이겨내지 못하는 내 나약한 마음이 부끄럽고 한심해서 가지고 있던 수건에 얼굴을 한참이나 파묻고 있었지요. 산행길에 하염없이 주저앉아 있던 보살이 저랍니다(T.T)
이제 그런 시간도 꿈결처럼 지나간 추억이 되어버렸습니다. 살아갈수록 사는 게 힘든다는 걸 느끼면서 나이를 먹을수록 어처구니없게 마음도 점점 약해지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회향식 때 발원문 낭독에서부터(참! 그 발원문 다시 한번 볼 수 없을까요? 너무 감동적이라…) 습의사스님 한분 한분 인사하실 때까지 가슴이 울컥거리고 주책스럽게 눈물이 나려고 해서 아주 혼났습니다. 무성 스님께서 정이 많으면 한이 많다고 하신 말씀이 여운으로 남아 있네요.
4박 5일 동안 인연도장을 찐하게 찍고 온 지금 스님들의 잔소리(?)가 참 그립고, 또 이담에 해인사를 비롯해 산내암자를 찾게 되면 남다른 미소가 떠오를 것 같습니다. 나를 기분좋게 하는 곳이 있다는 생각만 해도 행복하군요.
스니임~도반니임~ 모두 행복하세요.(^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