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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데나 태평양 아시아 박물관(Pasadena Pacific Asian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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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여화 - 김진숙 2004년 06월 268호
미국에서도 불자들에게는 5월은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여 일년 중 가장 바쁘고 뿌듯하게 보내는 달인 것 같다. 한국 사찰들은 연등으로 사찰 안팎을 장식하고 관불식을 봉행하면서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날을 같이 기뻐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다른 커뮤니티의 사찰에서도 성대하게 봉축행사를 하며 각국의 스님들과 신도들이 한자리에 보여 공동으로 법요식을 가지기도 하였다. 아직은 미국 주류사회 속에서 기념행사로 자리하기에는 미미하지만 꾸준히 미국 신도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젊은이들의 참여는 날로 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한국 불교도 세계 포교에 보다 조직적으로 임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한국도 그렇겠지만 미국에 사는 한국인들의 기독교에 대한 신앙은 너무나 열성적이다. 만나는 한국 사람마다 교회를 다니느냐고 묻는다. 그래서인지 특히 한국 커뮤니티에서 사업을 하고 계시는 불교신자님들은 자신을 불교신자라고 당당히 말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한편 미국인들은 자신을 불교신자라고 소개하면 대부분이 많은 흥미를 가지며 대화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불교로 옮겨간다. 한 예로 나의 영어 공부를 도와주셨던 미국 할머니와 그 친구 분은 우리 식구가 불교도란 이유로 너무나 호의적으로 대해 주셨고 늘 화제의 중심은 불교와 불교 미술에 관한 것이었다. 이분은 예전에 뉴욕의 한 컬리지에서 교수를 하셨던 분으로 남편은 쿠바 밑에 있는 작은 섬나라 사람이며 중국인의 딸을 입양하여 키워 동양 특히 중국에 대한 관심은 굉장히 높아 늘 중국 지도를 가지고 다니셨다. 미국인으로서는 드물게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았으나 불교에는 특히 부처님의 가르침과 명상에는 관심이 많아 남편과 함께 가끔 불교 모임에도 참석한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한국의 불교와 내가 다니고 있는 절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보여 주셨다.
이분이 나한테 제일 먼저 방문해 볼 것을 권한 박물관이 오늘 소개할 파사데나 태평양 아시아 박물관(Pasadena Pacific Asian Museum)이었다. 아시아 문화와 조각들을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내가 아주 좋아할 곳이라 소개해 주면서 직접 70의 할머니가 한 시간 넘게 운전하여 이곳을 안내해 주셨다.
이곳은 5월호에 소개했던 노턴 사이먼 박물관과는 아주 가깝고 올드 파사데나의 가장 중심적인 거리인 콜로라도 길의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다. 1971년 중국 보물 하우스(Chinese Treasure House)로 시작하여, 그 후 아시아 지역과 태평양 연안 섬들의 콜렉션을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바뀌었다. 15,000점이 넘는 소장품이 있으며 상설 전시와 함께 특별전도 하고 있다. 박물관은 중국적 건축물의 미음(ㅁ)자 모양의 2층 구조이며 한가운데 중국식 정원을 가지고 있다. 통로로 들어오면 입구가 보이고 바로 전시 갤러리가 시작되며 12갤러리가 전부 연결되어 있다. 정원의 경우는 중국 수종의 나무, 꽃 등이 있고 수석水石과 불상, 사자 등을 배치하여 한껏 멋을 더하고 있다.
이곳 박물관의 가장 큰 특징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콜렉션을 수집하고 전시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들 지역의 생활과 문화에 밀착해서 그들의 삶을 보여주고 이해시키는 박물관인 점이다. 구체적으로 어린이들의 체험교실, 학생들의 관람 안내, 가족 단위의 페스티벌을 수시로 개최하여 아시아 각 나라들의 전통적인 음악, 춤, 놀이, 음식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올해 설날에는 한국의 전통 문화에 대한 페스티벌이 열려 우리의 한복에 대한 특별전과 한복 입기 체험과 민속놀이, 떡국 먹기 등의 체험이 있었다.
또한 이 태평양 아시아 박물관은 원래 중국의 보물들을 전시하는 곳으로 출발했던 까닭에 갤러리 1에서 3까지는 중국의 무덤에서 출토된 진흙으로 만든 사람과 동물 모양의 토우들과 각 시대의 대표적인 도자기를 전시하고 있었다. 한나라(BC 206 ~ AD 220년) 때 만들어진 것으로 춤추는 그룹의 토우들은 몸의 윤곽은 간략히 만들어져 있으나 얼굴 모습은 아주 크게 웃고 있는 모습, 미소를 띠고 있는 모습 등 제각기 사실적이면서도 해학적으로 표현되어 있었다. 도자기는 문양을 가득 넣은 것들이 많았으나 역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송나라의 심플한 청자 대접이었고 동행한 분들도 동감하셨다.
이번 봄의 특별전시는 일본의 술(사케)에 관련된 예술품이었다. 이제까지 술에 관련된 전시를 본 적이 없기에 처음에는 어리둥절하였다. 전시장에 들어서니 어느 대학에서 단체 관람을 온 것처럼 보이는 대학생들이 설명을 듣고 있었다. 일본의 술 문화를 그런대로 알고 있었는지라 흥미 있게 보았다. 일본의 경우는 정월 초하루나 특별한 날에 신사의 신들에게 술을 올리기에 이에 관련된 술잔과 술병들이 많았다. 또한 봄의 벚꽃놀이와 가을의 단풍놀이 때에 그 아래에서 술을 즐기는 그림 등도 있었다. 아마 이것도 일본의 문화를 알리기 위한 일종의 살아 있는 전시였으며 아울러 토요일에는 일본 술의 시음과 판매까지도 한다고 했다.
불교미술품은 주로 동남아시아, 티베트 지역의 규모가 작은 불상들과 불화, 만다라 등이 있으며 다른 신상神像들과 더불어 주로 아시아인들의 삶 속에서 이러한 것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신앙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 그다지 시대적으로 오래 되고 뛰어난 작품들은 없었지만 그런대로 사람들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불상들이기에 좋았다. 한 예로 나무로 만든 불좌상의 경우 이것은 19세기 베트남에서 만들어진 불상인데 그 모습이 베트남 사람을 꼭 빼닮아 한참을 재미있게 보았다. 눈은 완전히 감고 있으며 납작한 코에 꽉 다문 입술 사이로 몇 개의 작은 이빨이 보이고 있어 그야말로 순박한 베트남 사람을 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자바나 인도네시아의 작은 신상들을 통하여 그들의 색깔과 이상을 이해할 수 있었으며 신상들의 얼굴을 통하여 그들의 모습까지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다양함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가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서로를 인정할 수 있는 포용성을 부산물로 얻기도 한다. 나와 동행하셨던 두 분의 미국 할머니들은 다른 인종 사람들과 결혼하여 살면서 끊임없이 상대방의 문화를 이해하고자 하기에 그들은 이곳을 최고의 장소로 여기는지도 모르겠다. 그분들에게 이곳을 배경으로 하여 찍은 사진으로 감사의 마음을 대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