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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판 팔만대장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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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소리 - 관암 2004년 06월 268호
수행을 근간으로 하는 불교에서 부처님의 거룩함을 찬탄하고 흠모하는 마음은 부처님을 닮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어지고 이것은 다시 부처님의 마음과 말과 행동 즉 선과 교와 율을 집대성한 대장경의 찬탄과 흠모로 이어져 인류는 다양한 재료와 지극한 마음으로 여러 나라에서 이 대장경이 조성되었다. 그러나 모두 소실되거나 일부만 전해오고 있는데 비해 신비롭게도 유일하게 정본으로 완질이 남아 있는 목판대장경이 해인사에 봉안되어 있는 고려팔만대장경이다. 무려 750년 된 목판이다.
그리하여 해인사를 일러 부처님의 법을 모시고 있는 으뜸 사찰이라는 뜻에서 법보종찰이라고 하는데 대장경에 대한 이러한 역사성과 상징성을 간직하고 있는 해인사에 경판 재질이 동銅으로 된 또 하나의 팔만대장경 탄생의 시발이 현실화되었다. 지난해 가을 동판대장경 조성 고불식에 이어 지난 5월 17일 그동안 총림의 방장스님과 주지스님 이하 모든 사부대중과 각계의 전문가들의 각고의 노력 끝에 결정되어 만들어진 동판대장경 첫판이 탄생되어 대적광전에서 총림대중과 많은 내외귀빈을 모시고 성대하게 동판대장경 봉정식이 올려졌다. 경판의 재질은 동 중에서도 수명이 길고 견고하다는 인청동이 사용되었으며, 서체는 고려대장경연구소가 개발한 한문서체로서 양각이며 서각의 깊이는 1mm 정도로 모양과 형태는 고려 목판대장경과 동일하게 조성되었다. 물론 조성 동기 또한 고려 목판대장경의 조성 원력과 같은 맥락이다. 이제 봉정식을 계기로 부처님과 약속한 동판대장경 불사를 이루어 내기 위해서는 재원 마련이 급선무이다. 81,258매의 동판대장경 1질을 조성하는 비용은 삼백억 이상 일 것이다. 주지스님의 원력대로 3질을 조성하여 1질은 해인사에 봉안하고, 1질은 북한에 봉안하고 그리고 1질은 시주자들의 가정에 각각 봉안할 경우 거의 일천억이 소요되는 대작불사이다.
해인사는 많은 불자들의 동참을 유도하는 의미에서 경판에 시주자의 이름과 간지를 적어드리고 있다. 이것은 조계종의 거의 모든 대소 사찰에서 불사 재원 조달을 위한 방편으로 사용되는 고육지책으로 한국 불교신도들의 상냄 수준이기도 하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조계종의 소의경전인 금강경의 주요 내용은 ‘상을 내지 말라. 집착하지 말라’가 아니던가! 그런데 고려시대의 목판대장경 조성의 재원조달은 어떠했는가? 고려 목판대장경은 대장도감이라는 국가기관이 설치되어 조성되었으나 강화도 피난시절이라 인적 물적 재원조달은 거의 모두 지방의 시주자들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그런데 목판대장경에 시주자(또는 판각자) 이름이 있는가? 물론 있다. 해인사에 봉안된 목판대장경의 대부분의 경판 귀퉁이에 작게 시주자(혹은 판각자) 이름이 도장처럼 혹은 사인처럼 표시되어 있다.
작고 모양이 다양해서 앙증맞고 인간적인 모습에 아름답기도 하다. 이제 우리 불자들의 시주 문화도 변화되어야 하며 금강경의 가르침처럼 상냄에서 깨어나야 한다. 동판대장경 불사에 “佛” “海印” “쫛” “無” “∴” 등으로 자신의 시주 공덕을 대신할 수는 없는가! 물론 아무 표시도 없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해인사 동판대장경 불사 동참으로 깨어 있는 불자로 거듭 태어나시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