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밭에 쉴 새 없이 바람이 온다.
마치 지금의 복잡한 머릿속, 마음에 들어온 혼란스러움 같다.
파도 같은 일렁임을 보다가 지나가는 기억을 잡았다.
몇 해 전 처음으로 섬진강 상류를 따라 간 적이 있었고, 지난 봄엔 벚꽃을 쫓다보니 쌍계사에 와 있었다.
하동에서 구례까지 강 옆 길가엔 벚나무가 줄지어 있어서 꽃 또한 장관을 이루었다.
광양과 하동은 이미 만개하였고 쌍계사 골짜기는 하나 둘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지천으로 떨어져 있는 흰 꽃잎은 강물을 타고 흐르고,
바람이라도 ‘후욱’ 하고 불면 꽃잎은 창공을 무리지어 나는 나비 같았다.
흰나비 떼가 별처럼 반짝이며 강물로 뛰어든다. 저 나비는 섬진강을 타고 흘러 남해에 잠길 테지.
악양 보리밭 옆에서 한참 동안을 앉아 있었던 때에도 흰나비가 날고 있었다.
‘꽃잎이 또 떨어지는 구나’ 하고 보고 있자니,
흰나비가 푸른 보리밭 위를 헤엄쳐 건너고 있었다. 꽃잎 같은 날개를 달고……
기억을 더듬는 동안 법고가 울리기 시작한다. 날개 짓 하듯 흩날리는 장삼자락.
법고 위를 부드럽고 능숙하게 장삼자락이 날아간다.
“두웅둥~쿵쿵!” 쌍계사를 출발한 울림은 산을 타고 마을로 밀려 내려가기 시작했다.
파도는 여러 스님들에게 이어지며 고요하고 힘차게, 무겁고 빠르게 울어 댄다.
파도 치듯 날개 짓 하는 나비는 한참 동안을 장삼자락에 머물다 떠났고 혼란스럽고 거칠게 요동치던 마음 또한 가라앉았다.
합장을 하는 마음이 부드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