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처음으로 마라톤을 했다. 이렇게 쉬지 않고 많이 달려보긴 처음이다. 이번 마라톤은 불교종단이 장애인 후원을 목적으로 주최를 한다고 해서 그 취지가 좋아 선뜻 승낙을 했다. 막상 대회 날이 다가오니 그간 연습을 안 한 것이 큰 걱정이었다. 도반스님들과 당당히 참석을 했지만 개회식을 하기 전에 조금씩 긴장을 했는지 해우소를 자주 찾는다.
많은 스님들이 마라톤에 참석을 하는 줄 알았는데 이런! 하프마라톤에 참가하는 스님들은 우리 해인사 스님들 뿐이었다. 속은 것이다. 다른 스님들은 5킬로, 10킬로 걷기에 참가했다. 더한 것은 그냥 마라톤이 아니라 경주 남산 산길 마라톤이란다. 허 이런 일이……. 해인사스님들이 좀 드세다지만 하프 참가가 우리뿐이라니.
처음으로 마라톤대회에 왔는데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뛰는 걸 즐기는 줄 몰랐다. 마라톤의 열풍이 크다는 걸 얼핏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보긴 처음이다.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나오기 전까지 모두들 자기만의 노하우로 몸들을 푸는 모습이 많이들 해본 모습이다. 나의 목표는 무사히 완주를 하는 것이다. 시간 내에 완주만 해라. 산길에 들어서선 연습 부족으로 걸을 수밖에 없었다. 남자들보다 더 잘 뛰는 여자, 젊은이보다 더 힘찬 노인들. 모두의 모습은 즐거워 보이기만 했다.
사회는 웰빙이 열풍이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은 모든 인류의 공통목표이다. 먹거리, 요가, 명상등 사람들은 밖에서 건강과 행복을 추구한다. 몸을 가꿔 건강해지고, 편안해지는 것을 웰빙의 전부인양 생각한다.
부처님 당시 제자들과 함께 탁발을 나가셨다. 농번기에 힘들게 일을 하던 농부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탁발하고, 참선만을 하는 부처님과 그 제자들이 미워 탁발하는 그들을 비아냥거리며 직접 일을 해서 먹고 살라고 했다. 이를 들으신 부처님께선 “나도 밭 간다”란 게송을 읊으셨다. 마음의 밭을 갈아 열반의 결실을 맺어 모든 이들의 복밭을 일군다는 이 게송을 듣고 농부들은 환희심을 내어 공양을 올린다.
우리 스님들도 웰빙을 한다. 몸과 말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수행하고, 기도한다. 진정한 웰빙이란 신·구·의를 깨끗하고 건강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팔정도의 생활과 육바라밀을 행해야 한다.
몸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선 먼저 그 마음을 깨끗하고 건강하게 해야 한다. 마음은 그대로 말과 얼굴에 나타난다. 밝은 얼굴과 사랑스럽고, 좋은 말은 그대로 일상에 나타나 나를 행복하게 하고, 남들도 편안하고 즐겁게 한다. 이것이 우리 불자들이 하는 웰빙이다. 먹기만 좋은 걸 먹고, 잠깐의 시간을 투자한 요가나 명상이 우리를 행복하게 할까? 일상의 생활은 질투와 욕망에 차 있으면서 잠깐의 시간을 투자한다고 우리는 결코 건강하고 행복해지진 않는다. 하루 24시간, 일년 365일, 일생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은 우리의 몸과 말과 마음을 깨끗하게 맑히는 것이다.
많은 스포츠 중에 마라톤을 인생에 비유한다. 묵묵히 나의 길을 혼자서 끝까지 달리는 것이 우리의 인생과 같기 때문일 것이다. 남들이 어떻게 달리든 나의 근기에 맞추어 끝까지 달려야지 남이 빨리 뛴다고 나도 똑같이 뛰면 쉽게 지쳐서 결승점에 도착할 수가 없다. 처음 마라톤을 하는 거라 어떻게 뛰어야 하는지 모를 때 강사스님께서 이렇게 말하셨다. “묵묵히 화두를 들며 나의 속도에 맞추어 남을 의식하지 말고 뛰면 된다”고 말이다. 남이 나보다 부자라고, 나보다 능력이 뛰어나다고 나 자신을 원망하거나 남을 시기, 질투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중생의 근기가 다 다르듯 그 업도 다르다. 부처님이 마음의 밭을 갈아 정진의 힘으로 보리의 싹을 열반의 열매를 통해 결실을 맺듯이 나의 길을 묵묵히 정진하고, 닦아 나갈 때 우리는 진정한 행복을 이룰 것이다.
인생의 마라톤을 달리는 것은 빨리 달렸다는 기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완주하였는가가 중요하다. 이제 작은 웰빙에서 보다 크고 원대한 웰빙으로 나아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