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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홍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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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류동천 - 김홍영 2004년 05월 267호
이제 봄이 지나고 여름의 문턱에 이르렀지만 산중에는 아직 봄기운이 다하지 않았다. 더구나 가야산처럼 높고 깊은 산중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는 고금에 다를 것이 없어서 2백년 전 인악(仁嶽, 1746~1796) 스님이 홍류동에서 본 광경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인악 스님은 법명이 의첨義沾이고 속성은 이씨이다. 18세에 용연사龍淵寺의 헌공軒公에게 출가, 벽봉碧峯에게서 구족계를 받았고 《금강경》 《능엄경》 등 대승경을 배웠다. 영조 44년(1768) 벽봉에게 돌아와 법을 이어받고 뒤에 설파雪坡에게 화엄경을 배우고 여러 곳에서 경전을 강설했다. 정조 14년(1790)에는 수원 용주사를 창건할 때 증사證師가 되기도 했다. 〈화엄사기〉와 《금강경》 《원각경》 《능엄경》 《기신론》 등의 사기私記를 남기기도 했고, 시문집으로는 《인악집》 3권 1책을 남겼다.
인악 스님이 홍류동의 경치를 감상하고 시를 지은 것은 오월의 일이었는데, 더구나 음력이라면 이 때는 꽃이 다 지고 이제 녹음이 한창 푸른 때였으리라.

오월홍류동 五月紅流洞 오월의 홍류동에
춘여은사가 春餘隱士家 봄기운이 은사의 집에 남았네
암화간필괴 巖花看必怪 바위의 꽃은 보자니 필시 뜻밖이고
임조청감가 林鳥聽堪嘉 숲의 새소리 들으니 정히 아름답네
산역운시호 山亦雲時好 산 또한 구름 낄 때의 경치가 좋고
계다석처와 溪多石處渦 시내는 돌 있는 곳에 소용돌이치네
신선지불원 神仙知不遠 신선이 멀지 않은 줄 알겠으니
소입상봉하 笑入上峯霞 웃으며 상봉의 노을로 들어가네

그러나 이 시를 보건대, 이곳 홍류동에는 아직 봄기운이 다하지 않아 바위 사이에 꽃을 더러 볼 수 있었다. 철 지나도록 남은 꽃이 스님의 눈에는 다소 괴이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뿐만 아니라 이 무렵의 홍류동 숲과 산과 시내에는 아름다운 새소리, 구름 낀 경치, 돌에 부딪치는 소용돌이가 함께 어울려 산수간에 노니는 흥을 한껏 고조시킬 만하다.
나지막이 소리내어 이 시를 읊조리는 동안 내 마음은 문득 홍류동 산수 사이에 들어가 있고, 봄기운 다하지 않은 은사의 집 정원 노송 아래 기대 앉아 노을에 둘러싸인 상봉을 유연悠然히 바라보는 송하도인망악도松下道人望岳圖의 주인공이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