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홍류동 五月紅流洞 오월의 홍류동에
춘여은사가 春餘隱士家 봄기운이 은사의 집에 남았네
암화간필괴 巖花看必怪 바위의 꽃은 보자니 필시 뜻밖이고
임조청감가 林鳥聽堪嘉 숲의 새소리 들으니 정히 아름답네
산역운시호 山亦雲時好 산 또한 구름 낄 때의 경치가 좋고
계다석처와 溪多石處渦 시내는 돌 있는 곳에 소용돌이치네
신선지불원 神仙知不遠 신선이 멀지 않은 줄 알겠으니
소입상봉하 笑入上峯霞 웃으며 상봉의 노을로 들어가네
그러나 이 시를 보건대, 이곳 홍류동에는 아직 봄기운이 다하지 않아 바위 사이에 꽃을 더러 볼 수 있었다. 철 지나도록 남은 꽃이 스님의 눈에는 다소 괴이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뿐만 아니라 이 무렵의 홍류동 숲과 산과 시내에는 아름다운 새소리, 구름 낀 경치, 돌에 부딪치는 소용돌이가 함께 어울려 산수간에 노니는 흥을 한껏 고조시킬 만하다.
나지막이 소리내어 이 시를 읊조리는 동안 내 마음은 문득 홍류동 산수 사이에 들어가 있고, 봄기운 다하지 않은 은사의 집 정원 노송 아래 기대 앉아 노을에 둘러싸인 상봉을 유연悠然히 바라보는 송하도인망악도松下道人望岳圖의 주인공이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