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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데나 노턴 사이먼 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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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여화 - 김진숙 2004년 05월 267호
이번 봄에는 LA와 LA근교의 도시 파사데나에서 틱낫한 스님과 달라이라마 스님의 강연회가 있었다. 달라이라마 스님의 강연은 아쉽게도 가보지 못했지만 틱낫한 스님의 강연에는 주위의 아는 분들과 함께 다녀왔다. 이곳 미국에서도 틱낫한 스님은 많이 알려진 듯 이번 강연은 한국인들이 주최를 한 것이지만 미국인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150분의 비구, 비구니 스님들과 함께 한 강연회는 틱낫한 스님의 법문과 챈팅, 노래 등이 아우러져 3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있을 수 있었다. 강연의 주제는 ‘평화’로 깨어 있는 숨쉬기와 깨어 있는 걷기를 통하여 매 순간 행복하고 평화로운 나 자신으로 돌아갈 것과 이러한 수행은 가족과 함께 일상생활 속에서 꾸준히 실천할 수 있음을 강조하셨다. 질의와 응답 시간에는 주로 미국의 젊은 사람들이 승려들이 먹는 음식에 관한 것에서부터 스님의 기독교에 대한 견해, 그리고 불교는 약물 중독에 대한 어떤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지 등 주로 현실적인 질문을 많이 했다. 스님은 질문 하나하나에 대해 아주 명확하면서도 자세히 답변을 해주셨다.
달라이라마 스님의 강연이 있었던 파사데나는 LA의 북동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로스엔젤레스 카운티 가운데 가장 오래 된 도시로 LA에서는 차로 30분쯤 걸린다. 이곳은 현재 새로이 도시가 정비되고 있어 예전의 도시는 ‘올드타운(Old Town)’으로 불린다. 매년 1월 1일에는 갖가지 테마들을 꽃으로만 장식한 꽃차들의 퍼레이드인 로즈 파사데나(Rose Pasadena)라는 축제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파사데나는 미국 내에서도 크고 작은 박물관이 많기로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헌팅턴 라이브러리(The Huntington Library)와 노턴 사이먼 뮤지엄(Norton Simon Museum), 그리고 태평양 아시아 뮤지엄(Pacific Asia Museum) 등은 규모는 물론이고 소장품들도 방대하며 인도를 비롯한 동양미술 관계 콜렉션도 많이 있어 차례로 방문해본 적이 있다.
이번 호에서는 먼저 노턴 사이먼 뮤지엄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박물관은 파사데나 올드 타운의 외곽에 위치하고 있으며 유럽의 근대와 현대 회화 작품들과 함께 조각 정원으로 유명하다. 이 박물관은 하인즈 케찹 등 여러 기업을 세웠던 노턴 사이먼(Norton Simon, 1907~1993)이 1975년에 세운 박물관으로 소장품 대부분은 그가 평생 동안 모은 것들이다. 그는 특히 여러 차례의 인도 방문을 통하여 인도 지역의 불상과 신상神像들의 조각에 매력을 느껴 이후 적극적으로 인도 조각들을 수집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금요일은 정오부터 밤 9시까지 개관하기에 오전에 일을 마치고 오후 늦게 LA에서 출발했다. 어두워지기 전에 사진부터 찍으려고 정원에 나가니 정원은 연못과 산책로가 있으며 여기저기 로뎅, 헨리 무어, 드가 등의 조각 작품들이 있었다. 연못에는 수련과 창포꽃이 만발해 멀리서 달려온 우리들의 바쁜 마음을 여유롭게 만들어주었다.
안으로 들어오니 1층에는 14~16세기 갤러리, 17~18세기 갤러리, 19세기 갤러리, 20세기 갤러리가 있으며 아래층에는 특별전시장과 South Asian 갤러리가 있었다. 14세기에서 18세기까지의 갤러리에는 아주 사실적으로 그려진 종교회화와 초상화가 많았으며, 19세기 갤러리에는 주로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들인 고갱, 모네, 르노아르, 세잔느, 드가 등의 작품들이, 그리고 20세기 갤러리에는 피카소, 마티스, 간디스키 등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곳에는 드가의 그림과 조각이 많았는데, 그림과 조각의 주제는 대부분 발레하는 소녀들의 모습이었다. 예전에는 자세히 보지 않아 미처 몰랐는데 소녀들의 인상이 하나같이 어둡고 불안해 보여 흔히 생각하는 소녀의 맑고 생동적인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아래층의 South Asian 갤러리는 주로 인도, 티베트, 동남아시아의 불상과 신상들로 이것들을 효과적으로 전시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배려를 하고 있었다. 사방의 유리를 통하여 전시장 전체에 가능하면 자연 빛으로 조각들을 감상할 수 있게 하였으며 밖의 정원은 동남아시아를 연상할 수 있는 나무와 꽃들로 꾸며져 있었다. 전시실 내부는 큰 통로를 중앙에 두고 사이사이에 벽을 세워서 통로와 각 벽에 불상과 신상들을 전시해 마치 실제의 사원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연출을 의도하고 있었다. 불상과 힌두교의 쉬바신과 비쉬누신상, 그리고 자이나교의 신상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으며 대부분 신상들은 풍만한 몸체를 지니고 있었다. 다양한 포즈의 비교적 작은 티베트의 불상과 보살상들, 얼굴은 눈과 입술을 두툼하게 강조하고 반면에 얇고 심플한 옷을 통하여 신체의 볼륨을 강조한 동남아시아의 불상과 신상들도 눈길을 끌었다.
불교 조각 중에는 간다라 지역에서 만들어진 석가여래입상(높이 175.2센티, 간다라, 1~3세기)과 보살입상(사진 높이 190.5센티, 간다라, 2~3세기)이 가장 뛰어났다. 석가여래입상은 양쪽 어깨를 가린 통견通肩의 옷과 오른손은 어깨 위까지 올린 시무외인施無畏印을 하고 왼손은 옷 주름을 잡고 있으며, 보살입상은 터번을 틀어 올린 머리와 몸에는 목걸이, 팔찌 등의 많은 장식을 하고 있다. 이 지역은 당시 인도는 물론이고 아시아적 요소와 서방의 요소가 혼재한 곳이었으며, 페르시아인, 그리스인, 인도인, 중앙아시아인 등 다양한 민족들이 살았던 곳이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이 지역에서 만들어진 불상과 보살상들은 동방의 전통과 더불어 서방의 고전 미술 전통이 결합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간다라 양식의 불·보살상은 이후 다른 나라의 불상 조성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한편 또 다른 인상적인 작품은 50센티 정도의 작은 미륵상이었다. 이 상은 두광을 지고 양다리를 교차한 자세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웨이브 진 머리는 어깨까지 흘러내리고 그 위로 터번 같은 것을 쓰고 있었다. 두 손은 가슴에 모아 목걸이 장식을 잡고 있었다. 비록 작은 상이지만 얼굴은 엄숙하였고 건장한 체격을 지니고 있었다. 다리를 교차하여 의자에 앉은 형식의 미륵상은 중앙아시아와 돈황敦煌 석굴 등에도 그려졌으며 중국에서는 조각으로도 많이 만들어졌다.
서양의 미술작품들과 함께 전시되어 있는 인도 불상과 신상들, 얼핏 보기엔 아무런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간다라 불상에서도 서양의 미가 부처님의 자비를 표현하고 있었다. 또한 불상을 비롯한 종교 조각들을 그 종교적인 분위기 속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한 박물관 측의 세심한 배려는 찾는 이들에게 예술적 의미와 더불어 종교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