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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머니, 나의 스승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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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이야기 - 김옥련(라파엘)/수녀 2004년 05월 267호
한 해 돌아 백합 피는 5월입니다.
꿈에도 그리운 어머니의 모습이 내 안에서 꽃처럼 피어나고 있습니다. 자비로우신 모습뿐만 아니라 마음을 담은 음성까지도 들리고 있습니다.
‘마음을 낮추어라’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느니라’ 하시며, 늘 삶의 지혜를 일깨워 주시고 위로와 용기를 심어주셨습니다. 깊고 넓은 불심을 안고 사셨던 어머니는 부처님께 한결같은 믿음을 두고 그분의 말씀을 몸과 마음으로 실천하셨습니다.

오래 전, 수녀원 입회를 만류하시던 어머니는 마지막 타협을 해왔습니다.
“얘야, 이왕에 수도자가 되려거든 비구니가 되렴.”
“어머니, 비구니도 수녀도 같은 길을 가는 것입니다.”
수도원 입회에 무조건 반대가 아닌 절충선을 찾았던 어머니의 뜻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어머니의 뜻을 알고 무척 마음 아팠습니다. 수녀원 담장 안으로 묻히면 다시는 나의 얼굴을 볼 수 없을 것 같았기에 당신이 예불 드리는 절집에 가면 나를 만나볼 수 있기에 그러한 제안을 하셨다 하였습니다.

입회하던 날 아침이었습니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가는데 서두르는 나의 손목을 잡으셨습니다.
“얘야, 지금 떠나면 내가 언제 너를 다시 볼 수 있느냐?”
“어머니, 3년의 수련이 끝나고 ‘첫서원’을 하면 한 주간의 본가 휴가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면 그때까지 기다리마.”
나의 애매한 답변이 어머니의 머리 속에는 3년 동안의 수련 후 아주 귀가하는 줄로 착각하셨던 것입니다.
그 후 딸의 소식을 묻는 이웃 친우들에게 ‘우리 아이는 서울에 있는 수녀학교에 공부하러 갔네’ 하시며 늘 확신을 갖고 답하셨다 하였습니다.

3년이 지나 또 3년이 지나고 세월이 흘러도 수녀학교의 공부가 끝이 나지 않는 딸을 기다리시던 어머니는 어느 해 휴가 중에 또 한 번의 타협을 해왔습니다.
“이제 수녀학교의 공부는 할 만큼 했으니 그만 돌아와서 혼인을 하거라. 그 길이 싫으면 지금이라도 비구니의 길을…….”

평생을 기다리시다가 생전에 그리던 부처님의 품으로 가셨습니다.
가끔 절집을 방문하면, 어머니가 하셨던 것처럼 부처님께 큰절 올리며 못다 한 효도를 대신합니다.
철이 들면서부터 수녀원 입회 때 까지, 그 후에도 나는 한 번도 어머니의 얼굴에서 화가 난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없는 살림에 많은 자식을 키우시면서 아무리 고달파도 짜증내시는 모습을 못 보았습니다.
우리 집에는 연중 내내 손님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웃, 친지 누구든 마음 편히 잠시 머물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따스한 손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넉넉하지 않더라도 함께 나누고 베푸는 어머니의 마음은 ‘착한 벗이 있고 착한 동지와 함께 있다는 것이 바로 성스러운 길’임을 이미 깨닫고 계셨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독실한 불자로서 천주교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셨습니다.
그러기에 수녀원에서 다시 돌아오길 기다리시던, 지극히 인간적이던 그 모습이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을 위하는 마음이 앞서신 분이라, 수녀원이 있는 북쪽을 향하여 ‘본인이 원하는 길이라면……’ 하시며 주어진 삶에 충실할 수 있도록 기도 드리셨습니다.
고달픈 삶의 여정에서 모든 것을 참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시며, 이해하지 못할 상황에서도 비판하기보다는 수용하면서 뜻을 찾으셨던 모습에서 거룩하신 그분의 모습을 뵙게 됩니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2,5) 하시며 이웃의 어려움을 민감하게 알아차리며 도움을 주셨던 성모 마리아의 모습에서도 어머니의 모습을 뵙게 됩니다.
어머니가 절집에 다녀 오시면 꼭 한두 마디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오셨습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그러면서 들은 바 배운 바를 바로 이해하시고 생활에서 실천하시는 자세는 나에게 한 신앙인으로서, 스승으로서, 남겨주신 가르침이 되고 등불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운 어머니.
자라오면서 뵈온 당신의 모습은 살아 계신 ‘관세음보살님’이셨습니다. 당신의 삶이 기도이고 당신의기도가 삶이었던 모습은 지금도 저의 가슴 속에서 살아서 숨쉬고 있습니다.

부처님 모습을 닮으신 어머니.
해질 무렵에 드리는 저의 성무일도, 저녁기도에서 당신을 기억합니다.
특별히 ‘마니피캇(성모의 노래)’을 바칠 때는 많은 감사로운 은인들을 초대하고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셨던 스님들을 기억합니다.
오늘 하루 내가 사용한 말과 행위가 당신이 하셨던 것처럼 하였는지,당신이 베푸셨던 자비의 손길이었는지 되새깁니다.
나의 어머니, 나의 스승이시여!
부처님 나라에서,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복을 누리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