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천예축파래萬波千蘂逐派來 천만 꽃들이 물결 타고 오는데
구곡비류격노뢰九曲飛流激怒雷 아홉 굽이 빠른 물살 노한 우레 울리는 듯
춘래변시도화수春來便是桃花水 봄이 이르자 문득 도화가 내려오는 물이니
불식선원하처래不識仙源何處徠 신선의 근원 어디에서 오는가
겸옹은 그의 조부 등암藤庵 배상룡裵尙龍(1574~1655)의 유명遺命을 따라 과거를 통하여 벼슬에 나가기를 바라지 않고 강호에 자취를 묻고 실천의 공부에 힘쓰는 가운데 오직 산수 전원에 정을 붙였다. 때로 뜻이 맞는 벗들과 함께 아름다운 산수의 경치를 찾아 구경하고 유연자득悠然自得한 흥취를 즐기곤 했는데, 이 봄의 행차도 역시 6~7인의 벗들과 어울려 수도산과 가야산을 찾는 도중의 일이었다. 겸옹은 이 유람을 ‘덧없는 세상에 쉽지 않은 일(浮世不易事)’이라고 술회하였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덧없다 하여 흔히 ‘부세浮世’라 하는데, 이러한 세상에 얻기가 쉽지 않은 일이 어디 한두 가지이랴. 그러나 좋은 때(良辰), 아름다운 경치(美景), 이 경치를 완상하는 마음(賞心), 이 가운데 즐거운 일(樂事)의 사미四美를 구비함은 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일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이 봄에 도화가 흘러내리는 홍류동에서 찾아봄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