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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세浮世에 쉽지 않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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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류동천 - 김홍영 2004년 04월 266호
4월 무렵이면 홍류동에는 이제 겨우내 쌓였던 눈이 녹아내려 골짜기의 물살이 불어 그 흐름이 점차 빨라지고 푸른 솔 사이로 여기저기에 기화 요초가 각기 그 자태를 자랑하기 시작한다.
이즈음 가야산을 찾는 나그네가 있었는데, 그는 성주에 살았던 겸옹謙翁 배석휘裵碩徽(1653~1729)이다. 겸옹은 가야산 경관이 수려하기가 그림으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 하고, 가야산이 사계절에 걸쳐 천태만상千態萬象의 아름다운 경관이 있는 까닭에 그 성가聲價가 지리산과 대등하다고 하였다. 그는 홍류동의 천태만상 가운데 봄을 맞이하여 불어난 물을 따라 떠내려오는 도화를 바라보며 신선이 사는 도화원桃花源이 이 골짜기 어디엔가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며 시를 읊었다.

만파천예축파래萬波千蘂逐派來 천만 꽃들이 물결 타고 오는데
구곡비류격노뢰九曲飛流激怒雷 아홉 굽이 빠른 물살 노한 우레 울리는 듯
춘래변시도화수春來便是桃花水 봄이 이르자 문득 도화가 내려오는 물이니
불식선원하처래不識仙源何處徠 신선의 근원 어디에서 오는가

겸옹은 그의 조부 등암藤庵 배상룡裵尙龍(1574~1655)의 유명遺命을 따라 과거를 통하여 벼슬에 나가기를 바라지 않고 강호에 자취를 묻고 실천의 공부에 힘쓰는 가운데 오직 산수 전원에 정을 붙였다. 때로 뜻이 맞는 벗들과 함께 아름다운 산수의 경치를 찾아 구경하고 유연자득悠然自得한 흥취를 즐기곤 했는데, 이 봄의 행차도 역시 6~7인의 벗들과 어울려 수도산과 가야산을 찾는 도중의 일이었다. 겸옹은 이 유람을 ‘덧없는 세상에 쉽지 않은 일(浮世不易事)’이라고 술회하였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덧없다 하여 흔히 ‘부세浮世’라 하는데, 이러한 세상에 얻기가 쉽지 않은 일이 어디 한두 가지이랴. 그러나 좋은 때(良辰), 아름다운 경치(美景), 이 경치를 완상하는 마음(賞心), 이 가운데 즐거운 일(樂事)의 사미四美를 구비함은 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일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이 봄에 도화가 흘러내리는 홍류동에서 찾아봄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