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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 부패청산을 위한 불자들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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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이상효/실천불교전국승가회 2004년 04월 266호

최근 탄핵정국에 휩싸인
우리 사회는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통령 탄핵소추’라는
헌정 초유의 위기 상황도
그러하지만 탄핵소추 절차와
탄핵 사유에 대해 대다수 국민들이
동의하지 못하면서 위기감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물론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결을
남겨둔 상태에서
대통령 탄핵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할 수 없지만
각종 지표에 나타난
국민여론과 야당이 제기한
사유로 봐서는 탄핵이
현실화되는 것은 다소 무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유 여하를 떠나
지금의 탄핵정국은 한 달 남짓 남은
제17대 총선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 등장하고 있고
야당의 무리한 탄핵소추 가결 이후
변화되고 있는 각 정당의 지지율은
이를 반증하고 있다.
또한 이같은 정치권의
변화 못지 않게 낙천·낙선운동과
개혁인사에 대한 당선운동을
준비해온 시민사회진영도
현재 시국을 민주주의 질서가
파괴되고 있는 상황으로 규정짓고
‘탄핵무효와 부패정치청산
범국민행동’을 결성,
강력한 저항운동으로 전환하고 있어
정치권과 시민단체
그리고 국민 여론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조건들이 ‘탄핵정국’으로
급속히 휩쓸리고 있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과거 선거 때마다 불거져나온
이념 논쟁이나 지역감정의 문제가
향후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최소한 지금 상황이 지속된다면
‘탄핵정국’은 정치권 전체에
엄청난 파장과 지각변동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정치행위’
즉 선거법 위반으로 촉발된
탄핵정국의 본질이 무엇인지가
대단히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정권에 비하면
탄핵사유로서는 적법하지 않다는
대체적인 견해에도 불구하고
거대야당연합이 자충수를 둔 것은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과거 권력에 의해 억눌려 왔던
검찰이 대선자금 등
불법적인 정치자금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해왔고
이는 여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패의 뿌리가 깊고
속칭 ‘차떼기 정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부각된
야당 지도부의 위기의식을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즉, 다가오는 제17대 총선이
‘개혁 대 부패’라는 선거 구도로
진행되면 ‘반드시 패배한다’는
일종의 불안감에 휩싸이면서
스스로의 이성이
마비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보수언론과 소외 정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헌정사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미숙한 정치력을
비판하는 일종의
양비론적 시각도 있지만
이것은 반세기 이상 기득권을
누려온 소위 ‘수구세력’의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파병문제’ 등 그동안
노무현 정부의 정책을 줄곧
비판해온 500여 개 이상의
시민사회단체가 현 상황을
‘민주와 반민주’의 대립으로
규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으며,
‘민주수호와 정치개혁’을 외치며
거리로 뛰쳐나오는
엄청난 국민들의 분노와
저항에서도 이러한 사실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불행중 다행이라고
일단 지금의 탄핵 정국은
‘탄핵 소추’를 가결한
거대야당의 의도대로
움직이지는 않는 것 같다.
민의를 대변해야 할 정치권이
당리당략에 빠져
국민의 동의 절차 없이 탄핵소추를
발의한 것도 문제지만
대통령의 도덕성에 비해
한 점 나을 것이 없는
야당이 그것도 물리력을 통해
‘탄핵소추안’을 가결하는 모습을
지켜본 국민적 분노가
거세게 일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악행의 열매가
익을 때면 좋지 못한 결과를
만나게 된다(《법구경》).”는
인과의 가르침이
또 한번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묵과하고 넘어갈 수 없는
시대적 상황을 맞아
불자들의 역할 또한
대단히 중요한 시점에 서 있다.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한 만족도와
기대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인 상식과 합리적 이성을
기준으로 본다면
가장 최악의 상황은
현재 상황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며
두 번째로 나쁜 상황은
국민들의 오랜 숙원인
‘정치개혁’은 사라지고
‘탄핵정국’을 통해
특정 정치집단이
반사이익을 취하는 것이다.
물론 그 반대로 이상이 아닌
현실 속에서 가장 좋은 상황은
부패하고 썩은 오랜 정치적 관행을
깨는 계기를 마련하는
정도가 될 것이다.
최소한 앞에 언급한
불행한 두 가지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과거 어떤 선거보다
맑은 눈을 가진 불자들의 성숙된
선거의식과 실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많은 이들이 주지하고 있겠지만
이를 위해 필요한 몇 가지를
정리해본다.

그 첫 번째로
“유권자 자신으로부터의 개혁”을
꼽고 싶다.
“…정치인을 대신해서 변명하자면
정치의 타락은 사회의 타락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해도
틀린 주장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돈과 권력만을 생각하고
도덕에 개의치 않는다면
정치인이 이런 사회에서
타락한다고
크게 놀랄 일은 아닙니다.
따라서 정치인의 타락은
전적으로 정치인의 책임이라고
비난할 수만도 없습니다.
-<달라이라마, ‘정치인에게’>-”
어떤 정치가를 뽑을 것이냐는
전적으로 유권자의 선택에
달려 있고 다수의 유권자들이
지역, 이념, 연고, 종교 등을
기준으로 정치가를 선택한다면
그런 정치가가
국회로 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 불자들은
정치가를 탓하기 전에
자기 스스로를 점검하는
‘자정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또한 역대 선거에 비해
엄격한 선거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법과 제도 이전에
금품과 향응 등 주변의 작은 이득에
연연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불자라면 모두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 의존하여 살아가고 있는
존재라는 부처님의 연기사상을
보다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냉소와 방관이 아닌
참여정신”이다.
스스로를 정화하지 못하는
정치권을 욕하지만
결국 이들의 삿됨을 꾸짖고
바른 도의를 가르쳐야 할
사람도 우리이다.
이에 대해 부처님은
“바른 가르침을 듣고
이해하였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방법을 소중히 생각하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더럽다고 더 이상 피하지 말자,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어서
참정권을 포기한 결과가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치현실이다.
작은 방법일지라도
주변과 나누게 되면
스스로의 생각이 바른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고
또 이러한 과정에서 나온
바른 가르침은 사회적으로
보편적인 상식이 되어
우리 사회와 정치를
한 단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가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 종교, 이념,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난
정법에 의한 판단”이 필요하다.
최소한 이번 선거에서조차
지역감정에 얽매여
객관적인 판단기준이나
선택기준을 버린다면
우리 정치는 앞으로
한 걸음도 나아갈 수가 없다.
또한 ‘불자니까 찍어준다’는
식의 태도 역시
반드시 버려야 할 것이다.
바른 정치가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이 그 만큼
품을 팔아야 하며
후보자를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폭넓은 안목을 가지기 위해
자기판단의 분명한 기준을
만들어가야 한다.
‘생명을 억압하고
생명에 폭력을 가한
전력이 있는지(不殺生),
부정부패를 저지르고도
참회하지 않고 있는지(不偸盜),
나쁜 의도를 가지고
거짓되고 망령된 말로써
사람들 사이에 화합을 깨는
행위를 하고 있는지(不忘語)’ 등
꼼꼼한 후보 선택 기준을
만들자는 것이다.

최근 13개 불교단체가 구성한
<2004 맑은 정치 불교연대>가
실시한 ‘2004 총선 및
정치개혁에 대한 불교오피니언
그룹 의견조사’에서
응답자 대다수는
제17대 총선에 반드시 참가할
생각이며 후보 선택에 있어
지역과 종교, 이념을 떠나
정치인의 도덕성과 자질과
성실성을 최고의 판단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불자 후보가
시민단체가 지정한 낙선대상자라면
95% 이상이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혼탁한 정치 현실이나마
우리 불교지도자들의
현명한 판단처럼
이번 17대 총선이 부정과 부패를
일소하고 맑은 정치를
실현하는 새로운 전환점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