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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소임을 마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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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소리 - 원철 2004년 04월 266호
묵은 둥지를 털고 새로운 길을 나섰다.
한자리에 오래 머무름으로 인하여 타성에 빠진 내 모습이 싫어졌다. ‘남의 입을 빌려 자기 말을 하는’ 편집장 노릇을 한 것이 3년을 넘긴 까닭이다. 책을 36권이나 만들었으니 적지 않은 세월이 흐른 것 같다. 주제를 정하고 필자를 선정해야 하며, 마감이 가까워지면 원고 독촉하는 것이 매달 반복되는 일상사였다. 볼 것도 읽을 것도 없던 시절에는 〈월간해인〉이 참으로 각광받기도 했지만, 지금 같은 인쇄매체 범람시대에 우리 잡지라고 해서 별다른 대접이 있을 리 없다. 그래도 월간지 22년의 역사는 해인사의 또다른 이미지 홍보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해왔다고 자부한다.

서울로 오니 전·현 편집위원 스님들이 요소요소에서 활약하고 있었고, 얼떨떨한 산골 승려인 나를 위하여 여러 가지 도움과 자문을 아끼지 않았다. 새삼 편집실이 종단의 많은 일꾼을 길러낸 인재의 산실임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다. 그리고 많은 필진들이 일간지 매체에서도 가장 인기를 자랑하는 역량있는 승려필자로 분류되어 그 이름을 드날리고 있다. 또 올해에는 ‘통일의 꽃’ 임수경 씨가 우리 잡지의 연재대열에 합류하여 책을 더욱 빛내주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보이지 않는 편집실의 저력이요, 외호外護인 것이다.

편집장 3년 동안, 숙원사업이던 〈월간해인〉 전산화 작업을 마쳤고, 디자인을 현대감각으로 다시금 새롭게 하였으며, 종이의 질을 한 단계 더 높여 좀더 독자들의 눈에 편안하게 다가가도록 배려한 것으로 겨우 ‘자리에 대한 밥값’을 한 셈이다.

이제 역량있는 후배를 만나 편집장 자리를 물려주게 되었다. 명예가 아니라 멍에를 떠넘기는 것이라 해야 옳을 것이다. 그럼에도 새 편집장의 신세대다운 톡톡 튀는 감각은 또다른 모습으로 독자들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동안 조언과 후원 그리고 글품을 아끼지 않으신 많은 분들의 음덕에 힘입어 큰 허물 없이 소임을 마치게 되었다. 그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그 공덕으로 하시고자 하는 일, 모두 뜻과 같이 이루시길.
마지막으로 해인독자 여러분들의 변함없는 성원과 관심을 아울러 부탁 드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