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와 고소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해우소 - 길상
1999년 02월 204호
오랜 시간이 지난 뒤의 옛 이야기는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 감회가 새롭다. 모든 것이 생소하기만 하던 행자 시절, 지금은 열반하신 은자 스님께서 종무소 총무 소임을 맡고 계셨다. 절 집안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몇몇 이야기가 있다. 중이 고소를 먹지 못하면 중노릇을 못한다는 얘기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고소라는 나물은 참으로 희한하다. 처음부터 그 맛에 심취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몇 번 맛을 보아야만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영 먹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나도 영 먹지 못하는 사람 가운데에 하나이지만 내가 고소를 먹지 못하는 데는 나름대로 까닭이 있다.
은사 스님을 시봉할 때 일이다. 밤에 잠을 자는데 무언가가 자꾸 물어서 불을 켜고 찾아보면 모기 한 마리 없는데 몸이 가렵고 살이 부풀어 있고 잠을 자면 또 물고, 밤새 잠을 설치며 찾아도 결국은 아무 것도 찾을 수가 없었다.
은사스님에게 “스님, 뭐가 밤새 물어서 잠을 못 자겠어요”하고 투덜거리자, 스님은 “물긴 뭐가 물어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하면서 도통 시큰둥하셨다.
어느 날 과일을 깎아 먹고 난 뒤 별 생각 없이 창문 틈으로 과도를 넣어 옆으로 긋는 순간 벽을 타고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나는 곧 칼을 빼냈고 그 킬에는 피와 함께 납작하고 요상하게 생긴 것이 묻어 꿈틀거리고 있었다. 코끝에 칼을 대어 냄새를 맡는 순간 그 기묘한 냄새로 구역질이 날 뻔하였다. 은사 스님에게 물어 보니 그것이 바로 빈대라는 것이었다. 아! 빈대!
하루는 반찬으로 이상한 나물이 올라왔는데 스님들이 그것을 무척 맛있게 먹었다. 나도 무슨 맛있는 나물이기에 저러나 싶어 한 움큼 입에 넣어 보았다. 순간 “욱, 빈대 냄새”하며 입을 막고 화장실로 뛰어가 한참 동안 고생을 하였다.
그 뒤로 나는 고소와 빈대는 같은 것으로 생각하였고 지금까지 고소를 못 먹는 이상한 중이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