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 이섭절은 정적으로 가득하다. 안개처럼 깔린 고요함으로 인해 발을 옮기기가 조심스럽고,
소리를 들으며 걷는 기분은 가슴 뛰는 설렘과도 같다.
이 시간에 느낄 수 있는 소리는 더욱 민감하게 다가오고, 찬 공기의 신선함 또한 좋다.
여명이 오기 전의 절은 조용한 가운데 분주하다.
절 마당에 나고 있는 비질 자국은 이때 만들어지는 흔적.
해가 뜨기 전부터 해인삼매의 가르침을 구하고자 많은 이들이 산문엘 들어선다.
저기, 굽은 허리로 오르는 계단은 높아만 보이건만 노인의 눈은 힘을 잃지 않는다.
의상 대사의 화엄10찰 중 하나이며 팔만대장경판을 봉안한 법보사찰이기도 한 해인사.
802년(신라 애장왕3년) 순응과 이정 스님에 의해 창건되었으니
천년의 시간을 훌쩍 넘긴 세월을 거쳐 지금 우리 앞에 있다.
언제나 산 아래 대중을 내려다보고 계시는 부처님, 열린 문으로 새해 아침의 첫 햇살을 들인다.
온화한 미소가 법당에 가득하기 시작하고, 어둠 속 숨 죽이고 있던 만물은 제 모습을 드러내며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좌선을 하시는 스님. 창호지를 상하게 하지 않고 들어오는 빛, 그 아래 앉아 계신 스님.
법당 안은 이미 밝은 빛으로 가득 차 있고 스님은 실루엣이 되어 남아 있다.
백련암을 향해 산을 오르며 언제나 고마운 나무, 돌, 바람, 새소리 그리고 바람을 만난다.
가야산에 올라앉은 배를 타기 위해 여기에 와 있는 나는 어디로 가려고 이곳에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