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그림 / 김양수뒤란 감나무의 소리 없는 흔들림과
뜰 층계를 올라온 기다림 없는 햇살과
저수지의 색깔 없는 은빛 물결과 함께
나도 나 없는 하루를 시작합니다.
아침을 먹고 나무 한 짐을 하기 위해
길을 따라 산으로 올라갑니다.
누군가 오래 걸어다니며 만들어놓은 길은
숲을 오고가기에 안성맞춤입니다.
멀리서 바라보는 숲은 고요한 듯 하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면 침묵 속에서도
생명의 경이로움이 가득 차 있습니다.
꿈틀거리는 대지의 맥박 소리가 숲을 울립니다.
몸과 마음을 벗어놓고
나는 불쏘시개를 주워 모으고
수명을 다한 나무토막들을 주워
나뭇단을 만들어 짊어지고 내려옵니다.
나뭇단에는 구름도 한 점 올려져 있고
텅 빈 들판의 고요도 놓여 있습니다.
나뒹굴고 있는 못난 돌멩이도 주워 올렸습니다.
무심히 걷노라면 나도 그들과 나뭇단이 되어 있습니다.
올해는 내 삶의 깊은 숲으로 침잠해
그동안 씨름해온 번뇌와 발 끊고
오로지 무無의 정적 속에서 본성을 찾기 위해
남아 있는 나를 다 태우겠습니다.
골목을 들어서니 내 작은 처소의 싸리 대문에
까치 두 마리가 앉아 놀고 있습니다.
새해의 소망을 이룰 수 있는
좋은 소식을 갖고 온 게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