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수계대피심 白頭修契對披心 백발의 정다운 모임에 서로 마음을 여니
유수가야유고금 流水伽倻有古琴 흐르는 물과 가야산엔 옛 거문고 곡조 있네
옥관회비뇌재지 玉管灰飛雷在地 옥 대롱에 재 날리니 우레가 땅 밑에 있고
범궁종동월횡림 梵宮鐘動月橫林 산사의 종소리 가운데 달이 숲에 걸쳤네
산한송립간운회 山寒立干雲檜 차가운 산엔 구름에 닿을 듯 회나무 높고
탑고한서피설금 塔古閑棲避雪禽 옛 탑엔 눈을 피한 새가 한가로이 깃드네
대도동풍화신보 待到東風花信報 동풍의 꽃소식 이르길 기다려
여군휴수목란음 與君携手木蘭陰 그대와 손잡고 목란 그늘에 놀리라
첫째 연에서는 오늘 여기에 모인 벗들이 노경에 서로 마음을 알아주는 지음知音의 관계임을 말했다. 둘째 연의 첫 구절에서 ‘옥 대롱에 재 날린다’는 것은 동지에 양의 기운이 움직이기 시작함을 뜻하고, ‘우레가 땅 밑에 있다’는 것은 양의 기운이 비로소 회복되는 때가 되었음을 이른다. 이것은 양의 기운이 회복되어 앞으로 만물의 생성이 시작됨을 알리는 동지의 의미를 표현한 것이다. 셋째 연에서는 ‘겨울 산에 높이 솟은 회나무’와 ‘눈을 피한 새가 깃든 옛 탑’의 모습이 마치 격조 높은 한 폭의 옛 그림을 통하여 정적靜寂의 경계를 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게 한다. 마지막 연에서는 동풍에 꽃소식 이를 즈음을 기다려 벗을 다시 만나겠다는 희망을 읊었다.
우리가 맞이한 이 겨울의 추위가 비록 혹독하나 천지가 만물을 생성하는 양의 기운이 이미 싹튼 이상 그 기운이 점차 자라 삼양三陽의 봄이 되돌아옴은 필연한 순환의 이치이다. 그러할진대 우리도 동풍의 꽃소식 기다릴 희망을 품어봄직하지 않은가.□
*필자 주:김기수(1818~1873)의 호는 백후栢後이고 거창군 가조면 부산리釜山里에서 살았다. 본문에 인용한 시는 그의 시문집인 《백후집》 권1에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