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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귀만 소중히 생각하고 눈은 가볍게 여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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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우소 - 원철 2003년 12월 262호
행세깨나 하거나 공부 좀 했다고 목에 힘주는 벼슬아치들을 한방에 기를 꺾어버리는 선사들의 기상천외한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물론 선정禪定의 힘이다.
제자백가서를 오른쪽으로 꿰고 왼쪽으로 꿰는 실력에다가 팔만대장경까지 위로 외우고 아래로 외우는 유생거사들과의 대화는 논쟁이나 논리로 붙어봐야 ‘이겨도 손해, 져도 손해’인지라 이래저래 스타일만 구기기 마련이다. 그저 ‘한방棒 한할喝’로 끝내는 게 피차를 위해서 또 정법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다.
이고李가 낭주郎州 땅의 자사刺史의 벼슬을 지낼 때였다. 중앙에서도 국학박사로 사관史官으로서 국사편찬에 종사할 만큼 글에는 대가였다. 부임한 고을에 약산유엄(藥山惟儼 751-834)이라는 도인이 있다는 애기를 듣고는 겸사겸사해서 만나고자 하였다. 사또가 부르면 그 고을에 사는 백성 자격으로 냉큼 달려올 일이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나타나지를 않는 것이었다. 세 번이나 거절을 당하자 화가 이마 끝까지 올라왔으나 점잖은 체면에 드러내놓고 화를 낼 수도 없었다. 아무리 고을 백성이긴 해도 상대는 불교를 대표하는 인물이지 않는가. 그 역시 유교를 상징하는 위치에 있는지라 함부로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잘못하면 유·불의 대립으로 비칠 수 있는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이미 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찾아가서 버르장머리도 고치고 한 수 가르쳐 주어야겠다고 벼르던 어느 날이었다. 바람도 쐬고 콧대도 꺾어 놓을 심산으로 길을 나섰다.
대사는 꿈쩍도 하지 않고 경을 읽고 있었다. 자사가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걸 보다못한 시자가 마침내 태수가 왔노라고 아뢰었다. 얼마나 대단하길래 저렇게 도도한가 싶어서 가까이 가서 보니 아무 것도 없어 보이는 꾀죄죄한 한 늙은이에 불과했다. 화도 나고 어이도 없고 해서 한마디 툭 던졌다.
“얼굴을 보는 것이 이름을 듣는 것만 못하구나.”
그제서야 대사는 고개를 들고 태수를 바라보면서 지나가듯 대꾸하였다.
“그대는 어째서 귀만 중요하게 여기고 눈은 천하게 여기는가.”
구질구질한 심오한 법문 줄줄이 늘어나봐야 이 상태에서 무슨 소리가 귀에 들어가랴. 먼저 아상을 없애고 자기 마음을 비우게 하는 일이 선결문제인데. 이 한마디가 모든 것을 그 자리에서 끝내 버리는 도리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러자 태수는 두 손을 모으고 정색을 하고는 가르침을 청했다.
“어떤 것이 도입니까?”
진작 그렇게 나올 일이지. 너무 당연한 한 마디

“구름은 하늘에 있고, 물은 병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