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로스엔젤레스 시립 미술관(LACMA) 불교미술 특별전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성보여화 - 김진숙 2003년 12월 262호
작년 가을 일본 교토에서 미국 로스엔젤레스 근교로 이사를 왔다. 수십 년 이상을 이곳에서 살고 계시는 현지 교민들에 비하면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한국이나 일본과 너무나 다른 사회구조와 시스템에서 지금까지도 적응하느라 바쁘다. 자전거로 다니던 시장 길은 자동차로 프리웨이(통행세가 없는 고속도로)로 바뀌고, 관공서 등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친절함과 신속함 대신에 태만하기 그지없이 보이는 업무 태도에 기다리는 줄이 아무리 길어져도 누구도 불평하는 사람이 없다. 또한 재활용이 절약을 위한 생활의 지혜로만 알고 있었는데 여기서는 위생적이고 편리한 일회용품 사용이 현명하다고 한다. 한편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불교를 진정 평화스런 종교, 심오한 철학을 갖고 있는 종교, 그리고 자신의 수행을 바탕으로 하는 종교 등으로 알고 있다는 사실에 크게 놀라기도 했다. 특히 불교의 참선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은 한 특정 종교의 수행 방법이라는 사실을 이미 넘어서 자신들의 생활의 일부로 정착시키고자 여러 면에서 적극적으로 연구되고 있음은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올 9월 뉴욕에서의 달라이라마의 강연이다. 참석자의 이야기에 따르면 수만 명이 강연에 참석해 달라이라마에게 합장 예배하고 그분의 법문에도 귀를 기울였다고 한다. 그리고 나의 영어 공부를 도와주고 있는 미국인 할머니도 내가 불교신자이며 불교미술을 전공했다고 하자 아주 기뻐하며 당신은 비록 종교가 없지만 불교에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LA 근처의 불교사원들을 소개시켜주고 직접 나를 데리고 아시안 박물관도 안내해 주었다. 또 이곳 대학에서 만난 한 학생으로부터는 왜 불교는 동아시아 쪽으로는 전파가 되었는데 서남아시아와 유럽으로는 전파되지 않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동안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의문인지라 신선한 충격을 받기도 했다.
이번 호부터는 이러한 미국인들의 불교에 대한 관심이나 활동 등의 분위기도 전하면서 아울러 미국의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불교미술품과 불교미술에 관한 특별전 등에 대해서 쓰고자 한다. 박물관마다 많은 차이는 있으나 보존상태가 좋고 예술적으로도 뛰어난 불교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는 곳도 있으며, 또한 지역별로 분류하여 독립된 전시실을 만들고 그곳에 함께 불상 등을 전시하는 곳도 있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이들 작품에 대한 단순한 소개나 감상보다는 불교미술품이 어떻게 이곳 사회에서 이해되고 있는지 나아가서 미국인들은 이 작품들을 통해서 무엇을 느끼는지 등에 관심을 두고 싶다.
먼저 현재 불교미술에 관한 특별전을 개최하고 있는 LACMA (The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를 찾았다. 이곳은 LA 중심가인 윌셔가에 위치하여 도심 속의 휴식처로 이곳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박물관의 구조는 중앙에 여섯 개의 건물이 들어서 있고 그 주변으로 야외 조각 공원과 야외 공연장 그리고 휴식 공간이 있다. 각 건물에는 상설전시장 12곳을 포함하여 특별전시실이 있으며 그리고 휴식처와 서점들이 있다. 이 외에도 이곳에서는 영화상연, 콘서트, 교육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가을 특별전의 중심적인 전시는 ‘축복의 원圓: 불교 명상예술(The Circle of Bliss: Buddhist Meditation Art)’로 티벳, 네팔, 몽골, 인도 그리고 중국 등의 불화, 불상, 의류, 의식용품 등 약 16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2003.10.5~2004.1.4) 주로 히말라야 지역에 전해오는 불교 탄트라를 중심으로 이를 통해 불교에서 추구하는 명상의 세계 즉 깨달음의 상태를 전하고자 하는 것이 전시의 주목적이다. 이를 위해 박물관 측은 여러 노력들을 한 흔적이 보였다. 먼저 한 전시 공간을 소규모로 하여 같은 테마의 작품들을 모아 진열하면서 이들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해 판넬, 사진, 도표, 그림 등을 이용하여 자세한 설명을 함께 하고 있다. 단순히 작품들을 나열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각 작품들을 통하여 인간의 마음 세계를 명상의 단계 중에서 어느 단계에 해당하는가, 또 우주와 인간이 어떻게 교감하는가를 도표를 통하여 잘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전시는 한 가운데 비로자나 부처님을 모시고 동서남북의 벽에는 색깔에 따라 사방의 영토를 관장하는 부처님의 만다라를 설치하고 천장에는 각 구역에 해당하는 빛을 설치한 입체적인 전시였다. 그리고 전시가 끝나는 곳에는 실제로 참선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토요일 오후인지라 특별전을 찾는 사람들은 많았으며 전시를 설명하는 투어에 참여해보니 70살도 넘어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이 전시를 설명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사람들로 전시실이 가득 찼다. 그들 대부분은 진지하게 설명을 듣고 의문이 있으면 바로바로 질문을 하였다. 그 중에서 한 사람이 “왜 부처는 팔이 네 개인가” 하고 물으니 “보다 많은 능력 갖고 있음을 보여 주기 위함이며 그 팔마다 다른 힘을 가지고 있고 심지어는 천 개의 팔도 갖고 있는 부처님도 있다”고 답하니 모두들 감탄을 했다. 또 다른 사람이 “이 부처님은 왜 여성으로 표현되어 있는가” 하고 묻자, “이 부처님은 모든 부처님을 낳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며 따라서 남성보다 여성이 더 위대하다”고 법신불에 대해서 명쾌하게 설명하자 여성들의 환호가 대단했다. 그 외 육계의 표현과 손의 움직임, 부처님이 다스린다고 하는 각 국토의 개념 등에 대해서도 많은 질문이 오고 갔다. 우리라면 상식적으로 알고 있을 만한 것을 아주 진지하게 물으면서 전시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태도를 보고 새로운 느낌을 가졌다.
개인적으로는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인도지역에 대한 불상은 실제로 볼 기회가 적었는데 미국에서는 이것들을 포함해서 전체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좋은 정보와 치밀한 계획을 세우면 미국에 머무는 동안 또 다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박물관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