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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숫눈처럼 아름다운 법장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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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이행자 2003년 11월 261호
《사람이 그리운 산골 이야기》를 쓴 법장 스님을 내가 처음 만난 곳은 그의 책 출판기념회가 열린 인사동 식당이었다.
학승답지 않게 소탈한 모습이 마치 아무도 밟지 않은 눈처럼 아름다워 보였다. 《시와 진실》로 등단한 시인답게 그의 산문 또한 아름답다.
출가하기까지의 과정과 부모님과의 인연, 운수행자로 살아가는 길을 결정하기까지 힘들었던 과거를 솔직 담백하게 풀어놓은 대목들을 읽으면서, 저절로 그의 글에 마음이 흠뻑 빠지곤 하였다.
자식을 위해 지극 정성인 보살님 얘기라든가 만사를 제쳐놓고 절 일을 돕겠다고 산골짜기로 찾아오시는 고집불통 시골 할머니 얘기에서는 어찌나 재미있던지…… 혼자 싫도록 웃기도 했다.
아기자기한 얘기에만 머물지 않고, 그는 또 사회 현실과 자신이 속한 종단에 대해 따끔하게 충고도 하고 비판도 한다. 마치 다산 정약용 선생처럼…….
스님이 불교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날카롭게 비판한다. 물론 열정과 더불어…. ‘1994년 조계종단 개혁’에 대해 법장 스님은 4월은 개혁을 이뤄낸 빛나는 계절이며 무너져가는 사회와 불교가 다함께 사는 길이라며, 그때의 감흥을 일깨우면서도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사라질 줄 모르는 고질적인 악습과 병폐 앞에서는 울분을 참지 못한다.
해인사승가대학 학감과 도서관장까지 지낸 그가 전화조차 없는 산골에서 괭이와 삽으로 땅을 일구며 농사를 짓는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님에도, 그는 노동에 감사한다. 고로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을 쉬다가도 흐드러진 산벚꽃을 바라보면서 혼자 환호성을 지를 줄 아는 천상 시인이다.
밤 하늘의 별들이 금방이라도 숲속으로 내려와 앉을 것같이 아름다운 곳에 살면서도 그는 늘 그 동안 너무 쉽게 살아왔다는 자책감에 빠지곤 한다.
농사꾼들과 인연을 맺으면서부터는 그들에게서 모든 것을 겸허하게 배우고 언제나 반성하면서…… 이제는 아주 괜찮은 농사꾼이 되었노라고 스스로 자랑한다.
《사람이 그리운 산골 이야기》를 출간한 ‘바보새’ 출판사 사장인 김규철 씨는 늘 얘기한다. “누님! 법장 스님 계신 시적암에 한번 같이 가십시다. 된장국이 아주 기가 막힙니다! 밭에서 따온 어린 고구마잎과 호박잎 넣고 끓인 된장찌개도 기가 막히구요…….” 감히 누가 따라올 사람이 없노라면서. 하도 여러 번 자랑을 해서 나도 마음을 바꿔(스님이 한번 내려오라고 얘기하셨을 때 내가 인연을 더 넓히고 싶지 않아서 안 내려가겠다고 얘기했음) 한번쯤 된장 맛을 보러 내려갈까 생각 중이다.
지난 추석을 앞둔 9월 6일, 종각 옆에 있는 ‘영풍문고’에서 팬 사인회를 할 때는 동승 그림과 책으로 널리 알려진 ‘원성 스님’이 스님 곁에서 낙관을 찍어 애독자에게 나눠주곤 하였는데 사제지간의 돈독한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원성 스님이 “스-님! 얘기도 좀 나누시면서 쉬엄쉬엄 쓰세요…….”라고 하는데도, 부끄러움을 타시는지 그저 입을 꽉 다물고 열심히 쓰시기만 하는 우람하면서도 아이 같은 모습을 보면서 ‘동심여선’이라는 네 글자가 떠올랐다. 낮에는 물소리와 새소리뿐이고 밤이면 세상의 모든 별들이 마당으로 다 쏟아져 내려오는 곳에 그가 살고 있으니, ‘동심여선’이라는 말도 그에게는 어울리는 찬사인 것이다.
봄이면 온갖 꽃들이 수를 놓고 가을이면 하늘 첫 동네에서 땅 끝까지 색동잔치가 벌어지는 곳에 살고 있기에 그는 또 사진을 즐겨 찍는다. 사진 솜씨도 내가 보기에는 거의 전문가 수준이라고 생각된다.
봄이면 나물 뜯는다고 온 산을 헤매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애호박까지 말려가지고는 봄에 뜯어 말려놓은 산나물과 함께, 사랑하는 이들에게 나눠주는 그의 마음씨는 마치 시집 보낸 딸에게 꾸러미 꾸러미 챙겨 보내주는 친정 어머니의 마음 같다.
법장 스님이 책을 내게 된 이유 중 가장 큰 이유가 돈 좀 벌어서 전기를 놓기 위해서라는데…… 하필이면 가장 불황인 시기에 책이 나와서 안타깝다. 재판을 찍었다는 얘기는 출판사 사장한테 들었는데, 아직 전기를 놓았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법장 스님의 글은 단순한 문자향을 넘어서 아련한 그리움의 세계로 우리를 이끌고, 때론 탄탄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삶과 깨달음의 이야기를 녹여내고 있다.”
위의 글은 〈불교신문사〉 사장인현응 스님의 추천사인데 《사람이 그리운 산골 이야기》의 내용을 압축시켜 놓고 있습니다.

1. 사람이 그리운 산골 이야기
2. 인연 이야기
3. 산사에서
4. 운수행자로 살아간다는 것
5. 세상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
모두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장에서는 자연과 하나되는 사계절 산사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고, 둘째 장에서는 신심이 지극한 보살을 비롯해 자신의 어려움을 뒤로 하고 남을 위해 헌신하는 처사 등 스님이 만난 인연들을 곰살궂게 소개하고, 셋째 장에서는 실수라든가 면도기로 하는 삭발 행사 등 수행자들이 산사에서 겪는 얘기들이 스님 특유의 감성적인 문체로 재미있게 그려져 있고, 넷째 장에서는 운수행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드는 일인지를 우리에게 속속들이 보여주고 다섯째 장에서는 스님도 역시 인간인지라 세상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얘기들이 진솔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월간해인>을 읽으시는 독자들에게 스님의 책이 정말 괜찮은 책이라는 자랑을 하면서 이 글을 끝맺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