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한반도는 여전히 아픔으로 얼룩져 있다. 이념으로 갈라지고, 세대로 나누어지고, 지역으로 갈라져 끝없는 분열의 시간 속에 있다. 모두들 대안 없는 삶에 매달려 너와 나를 적대시하며 투쟁의 예봉을 꺾지 않고 있다. 정의도 선善도 없는 다툼 속에서 우리의 미래는 불안하기만 하다. 우리 땅 어느 한 쪽에서 어느 수행자가 생명평화의 날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우리들은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혼돈상태이다.
이 땅의 수행자라면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인한 민족의 아픔을 자기화하고 그 아픔을 치유하고자 했던 발원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부처님이 중생에 대한 끊임없는 연민으로 출가했듯이 우리 수행자들은 한반도를 떠도는 영가들에 대한 하염없는 연민으로 항상 기도해야 한다. 동족상잔의 비극에 대한 극복 없이는 한반도의 평화의 길은 열릴 수가 없는 까닭이다.
사실 우리들의 의식과 존재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우리의 미래는 없다. 인간은 많은 것을 이루었고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우리들 삶에 고통과 대립이 끊이지 않는 것은 세계와 존재의 본질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의 결여 때문이다. 우리가 존재와 전체와의 관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고통과 대립이 해소된 날들이 우리의 미래로 자리할 수 있을 것이다.
기도란 존재와 전체의 올바른 관계의 실천이다. 세계가 바로 자신의 생명이며 자신의 모습이 세계의 모습이라는 동체대비의 인식을 우리는 가져야 한다. 그래서 기도란 이 세계를 향한 나눔이며, 너와 나라는 대립이 끊어진 무심無心의 실천인 것이다.
수행자로서 진실을 담보해 일생을 올곧게 살아가기란 쉽지가 않다. 끊임없이 발심하지 않으면 그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저녁 어둠이 내리듯 세상이 혼탁해가듯 우리의 마음 또한 그렇게 쉽게 무너져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