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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노인복지센터 지완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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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계삼소 - 이연정 2003년 09월 259호
지완스님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위치한 서울노인복지센터는 회원 2만2천명에 상근하는 사회복지사만도 44명에 이르며, 하루 이용객은 3,500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노인복지시설로 과거 통계청 건물을 리모델링한 3층짜리 1,700평의 건물이다.
간편하고 말끔한 복장의 할머니들이 탁구를 치는가 하면, 공책과 연필을 든 노인들이 삼삼오오 교실로 향하고, 입구의 취업알선센터에서 심각하게 문의하는 노인들, 로비에 놓인 당구대 위에 큐대를 들고 볼을 맞추고 서 있는 노인들의 모습은 잠시 외국 어디쯤 와 있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이곳은 노인천하老人天下다.
애초 서울시가 종로 한복판에, 종로구 노인복지관이 있음에도, 이런 거대 노인복지시설을 계획하게 된 것은 탑골공원의 노인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원각사지 절터에다 3·1운동 진원지이기도 한 탑골공원에는 언제부터인지 전국에서 하나 둘 모여든 노인들의 쉼터가 되어왔다.
국민정부 출범과 함께 서울시는 이 역사적인 장소에 대한 성역화 계획을 세우고 정비작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과제가 이곳을 찾는 노인들, 이들에게 공원을 대신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고,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서울노인복지센터였다. 서울시는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에 이 서울노인복지센터를 위탁하였고, 조계사에서 운영을 맡아 2001년 4월 개관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초기에는 우려가 많았다. 과연 공원에서 자유롭게 지내던 노인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오겠느냐는 것이었는데, 막상 개관하자마자 육칠천명이라는 엄청난 수의 노인들이 이곳을 찾아온 것이었다.

노인복지 홍보대사 지완 스님
서울노인복지센터 관장은 비구니 지완 스님. 센터가 개관하고 4개월 후에 합류해 지금에 이르고 있으니, 노인복지센터의 오늘이 있게 한 인물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 스승에 그 제자라더니, 청소년 복지의 선두주자인 명우 스님이 은사스님이다.
자연스럽게 복지라는 개념에 익숙할 수밖에 없었는데,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소쩍새마을 사태가 났을 때 3개월 정도 가 있으면서, 기가 막힐 정도의 현장을 체험하면서였다. 그것이 동국대 사회복지대학원에 입학하게 된 계기였는데, 사실 학위논문은 ‘교정복지’에 관해서 썼고, 아이로니컬하게도 노인복지는 제일 점수가 낮았던 과목이란다. 사회복지기관에 있어 관장의 마인드와 역할의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는 시점이라, 조계종에서 노인복지센터를 위탁받으면서 전공자이면서 열의와 활동력이 왕성한 스님을 관장으로 발탁한 것이다.
말이 하루 2천명 무료급식이지 하루에 1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활동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한달 쌀만 100가마, 부식비는 5천여만원에 이른다. 여기에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인원이 5,000명에 이른다고 하니 가히 전국 최고의 규모라 할 만하다.
이 큰 시설을 이 정도로 이끌어온 분이라면 외모에서부터 카리스마가 풍길 것이라는 선입견은 스님을 만나는 순간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지극히 평범한 외모에 높낮이가 없는 어조, 다만 인상적인 것이 있다면 천진하면서도 환한 웃음. 스님은 참 잘 웃는다. 그것이 마주한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전형적인 외유내강外柔內剛형이다.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지배한다는 옛 성인들의 말씀은 그른 바가 없다.
시설을 맡게 되면서 지완 스님은 노인문제의 심각성을 새삼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우리 나라도 고령인구(65세 이상)가 7.4%대를 넘고 있는 본격적인 고령화사회로 접어들고 있다는 사실과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통 사람들은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지완 스님의 80노모 역시 혼자 살고 있기에 체감하고 있는 현실이다. 자식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식이 무조건 부모에 맞춰사는 시대가 아니기에 맞지 않으면 따로 살 수밖에 없다.
고령인구 20%가 넘는 최고의 장수국가 일본은 노인복지도 수준급이다. 노인복지 때문에 재정이 파탄날 정도로. 일본은 노인홈, 요양원, 재활센터가 의료시설과 연계해 토탈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의 노인복지의 현실은 후진적이다. 80년대 들어 겨우 노인복지법이 생기고, 90년대 들어 복지관이 서서히 생기다가 2천년대 들어와 확산되고 있는 실정. 그래도 서울은 어느 정도 대안을 세우고 있지만 지방은 한 군에 복지관이 하나 있을 정도로 열악하다. 그럼에도 서울노인복지센터만큼은 우리 나라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부러워하고, 시설견학을 올 만큼 노인복지시설의 모델이 되고 있다.
시설 운영뿐 아니라 노인복지의 현실을 주위에 알리고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내는 홍보대사 역할, 이것이 지완 스님이 요즘 주력하고 있는 일이다.

건전한 노인문화 형성에 기여
서울노인복지센터를 찾는 노인들의 80%는 남자로 구성된 특이한 구성비율을 보인다. 지역의 노인복지관 이용자의 대다수가 여성인 것과 비교되는 일이다.
이곳에 오기까지는 거리가 있기에 활동성이 강한 남자들이 과거 출근하는 기분으로 오게 되는데, 경기도가 집인 노인들도 집주변보다 부담 없이 하루를 즐기고,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아도 이용할 다양한 시설들이 있기 때문에 가까운 지역복지관이 아닌데도 이곳을 선호한다고 한다.
남성들이 많다 보니 사회참여의욕이 강해 사회활동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환경지킴이라 해서 정기적으로 인사동 주변을 청소하는 탑골사랑봉사팀이 있는가 하면, 자원봉사단도 여러 개가 구성돼 있어 실제 자체 급식봉사를 하고 있고, 예술단도 있다.
스님은 자상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실제 남성적인 성향이 강해 치우침이 없고 어르신들의 사회참여욕구를 적절하게 이끌어가는 데 어려움이 없다.
“노인들에게는 예방의학 차원에서 취미·여가 프로그램도 필요하지요. 여유있는 어르신들에게는 자원봉사를 권하고, 어려운 분들에게는 취업알선도 해주고 취업교육도 시키지요.”
노인들이 돈이 뭐에 필요하냐고 할지 모르지만 설문조사 결과 실제 노인들의 60%가 돈이 필요하다고 말하였다고 한다. 단독세대들에게는 특히 돈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간병인학교, 경비원학교, 창업학교, 훈장교육, 베이비시터 등등의 다양한 교육과 취업을 실시하고 있다. 작은 소득 창출도 될 뿐 아니라 자신이 배운 것을 다시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사회참여의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이집과 연계해서 서예나 한문 등을 가르치기도 하는데, 이는 1·3세대의 통합이라는 측면에서 권장되고 있는 일이다.
지난해 노인의 날 기념 축제기간 중에는 조계사에서 대학로까지 시민걷기대회를 열었다. 노인들과 봉사단, 청소년 등 5천명이 장관을 이루었는데 겉으로는 축제지만 내심 스님의 의도는 ‘지금은 젊지만 늙음은 바로 코앞의 일’임을 시민들에게 인식시킴으로써 노인도 우리 사회 구성원이며, 노인문제는 바로 나의 문제임을 알리고자 했던 것이다. 이 역시 통합의 의미가 담겨 있다.
노인을 사회로부터 소외시키지 말고 적극 참여시키는 일, 그리하여 세대간 통합을 이루고 노인들 역시 건전한 노인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끊임없이 캠페인도 벌이고, 사회 속에서 할일을 찾아나서고, 행사도 벌인다.

불교 내세우지 않아도 자연스레 불심佛心 우러나도록
5월에는 등축제를 열었다. 불교적 형식을 빌려오면서도 내용은 종교성을 배제하고 가족의 안녕과 타인에 대한 기원의 의미를 담아 나름의 이름을 짓도록 하였다. 이곳은 위탁시설이라 종교가 강조될 수는 없다.
스님은 머리 깎고 먹물 옷을 입고는 있지만 이곳에서는 관장이지 스님이 아니다. 하루에 사오십명에 이르는 급식 자원봉사를 하는 이들 대부분이 각 사찰의 보살님들이지만 여기서는 자원봉사자들이지 신도가 아니다.
교양강좌를 통해 스님들의 설법을 듣는 시간을 마련하기도 하고 명상시간을 두어 참선을 가르치기도 하지만 일률적으로 실시할 수는 없다. 이곳에서는 기독교인이나 불교신도나, 천도교인이나 모두 존중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님은 인사말 등을 통해 늘상 부처님 말씀을 인용한다. 그러면 노인들은 무척 좋아한다. 어떤 노인은 개강식 때 했던 인사말을 다시 듣고 싶다며 원고를 구할 수 없느냐고 하기도 하였다. 스님은 노인들에게 인기가 많아, 어떤 노인은 강좌시간을 꼬박꼬박 챙기는가 하면 먹을 것을 가져오기도 하고 무슨 날이면 양말 등 선물을 사오기도 한다. 그래서 무슨 일이 발생하면 스님이 해결사로 나선다. 직원들에게 거세게 항의하던 노인들도 스님의 설명을 듣고 나면 고개를 끄덕이며 센터 후원자로 변해 직원들이 신기해 하기도 한다.
노인들만 설복당하는 것이 아니다. 일전에는 라이온스클럽에서 사회복지 관련 강연을 한 적이 있는데, 말씀을 듣고 회원들이 즉석에서 1천만원을 후원한 적도 있다. 분명 달변은 아닌데 말에 설득력과 힘이 있다. 복지에 대한 소신과 경험에서 생겨난 것이다.
“서울노인복지센터는 서울시가 조계사라는 지역자원을 충분히 활용하여 성공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어요. 그동안 고민거리였던 탑골공원 문제를 멋지게 해결해줌으로써 서울시가 조계종을 바라보는 눈도 많이 바뀌었어요. 이렇게 관과 파트너십을 가지고 일을 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불교계 역시 사회적 역할을 했다는 측면에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지요.”
생로병사 사고四苦 가운데 세 가지 고통이 노인과 관련이 있으니, 나이가 들어 늙어간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윤회의 입장에서 볼 때 노년은 또 다른 의미의 시작을 준비하는 단계이기에 밝고 건강하고 보람있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밝은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불교계와 불자들이 노인복지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당위성이기도 하다.

취재·정리/이연정, 사진/신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