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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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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엄변상도 - 김양수 2003년 09월 259호
달 글·그림 / 김양수

오늘도 그는 창문 밖에서
풀벌레 소리를 등에 업고 서성거립니다.
조심스럽게 문 열어보니
온화한 빛이 온 천지에 가득합니다.
마음이 편안하고 흐뭇합니다.

그를 따라 길을 가며 바라보면
산은 더욱 높고 물은 더욱 깊습니다.
어느 곳에서 만나도 웃는 모습이요,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내 곁에 있어줍니다.
근심에 얽매였던 마음이 자유로워집니다.

나의 벗은
텅 빈 곳에 머물 줄을 압니다.
텅 빈 곳을 비춰 밝게 할 줄 압니다.
나는 내 마음을 비워
내 안에 그를 가득 들여놓고 싶습니다.

풀벌레의 애잔함도
바람에 흔들리는 댓잎의 소리도
달맞이꽃의 슬픈 사연도
그와 함께 있으면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그는 나에게 살아가는 지혜를 알려줍니다.

세상사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고
내 속 깊은 가슴앓이를 이야기하며
삶의 여백을 찾을 수 있는 것도
저 고운 빛을 세상에 뿌릴 줄 아는
벗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때로는 삶이 고달파
어디론가 숨고 싶다가도
벗의 넉넉한 품이 그리워서
고요하게 돌아와 앉습니다.
맑은 밤바람이 휘파람을 불며 함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