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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바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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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의 소리 - 원철 2003년 09월 259호
2003년 3월에 〈월간해인〉 표지 사진을 바꾸었다. 지난 15년 동안의 동일한 포맷은 매너리즘으로 굳어져버려 ‘그게 그거’라는 식상한 느낌으로 닿아간 측면이 더 많았다.
변신은 늘 위험 부담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래도 바꾸어야 할 때는 과감하게 바꾸어야 한다.
독자의 반응이 궁금하였다. ‘좋다’는 이야기는 생략하고 ‘싫다’는 사람의 반응은 이러했다.
“〈해인〉이 〈해인〉이 아닌 것 같아요.”
“화장품 회사 사보 같아요.(3월호)”
“너무 시류에 영합하는 것 같아 속俗스러워요.”
이 정도는 약과다. 〈해인〉 홈피에는 이런 준엄한 대갈일성 글도 올라와 있었다.
“7백년 된 고색창연한 팔만대장경을 치워버리고 그 자리에 최신형 펜티엄 컴퓨터를 놓아 둔 것 같으니 당장 원래대로 바꾸라.”

조심스럽게 전前 편집장 스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스님이 제일 많이 생각하고 고민했겠죠? 굳이 내 의견을 말하라면 나도 옛날 사람이 돼서 그런지 뭔가 생경하네요.”
근심스럽게 디자이너에게 원래 표지사진을 약간 변형시킨 안案으로 다시 바꾸자고 전화를 했다.
“스님! 본래 바꾸면 눈에 설기 때문에 그렇게 말이 많은 법입니다. 저도 많이 고민한거예요. 좀 지나 눈에 익으면 괜찮아질겁니다.”
그래서 모든 판단을 서너 달 후에 다시 하기로 하고 잠정적으로 바꾼 디자인 그대로 몇 달을 내보내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사진 보는 안목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런 디자인에 어울리는 사진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진작가 선생님께 특별히 작품에 신경 좀 써 달라고 신신 당부하였다. 편집장이 미덥지 못한지 몇 작품 가운데서 고를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그 동안 닦은 안목으로 어울린다 싶은 것으로 선택해야 했다.
6월호부터는 뭔가 사진이 자리가 잡혀가는 안정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독자들이 조용해졌다. 절집에선 말이 없으면 긍정적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된다.
어쨌거나 3월호 5월호 표지는 시행착오로 분류되지만 그 외는 그런대로 <해인>의 옛 분위기를 잘 이으면서 새로운 감각이 가미된 것이라는 칭찬의 말은 귀에 쏙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