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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대안을 논의해야 할 때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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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해인 2003년 08월 258호
지난 1991년 공사를 시작하면서부터 심각한 환경 훼손 우려가 제기됐던 새만금 간척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마침내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서울행정법원이 현재 강행되고 있는 방조제 공사 등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해 조성될 호수의 수질 유지의 어려움과 갯벌 훼손의 이유로 이 사업의 집행을 정지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 결정에 대해 새만금 간척사업 추진론자들은 큰 불만을 나타내고, 농림부 장관이 사퇴하고, 심지어는 대통령 퇴진운동까지 벌이겠다고 반발하고 있어 상황이 완전히 정리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법부의 판단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먼저 재판부의 결정 내용을 살펴보자. “본안소송의 판결 선고 전에 미리 정지해야 할 급박한 사정이 인정되므로, 방조제 공사와 관련된 일체의 공사를 중지하라”는 것이 결정문의 요지인데,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부분에 대해 사법적 판단의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먼저 담수호의 수질 오염 부분이다. “새만금 간척사업의 목적은 농지조성과 수자원 개발인데, 새로 조성될 담수호는 수질의 심각한 오염으로 인해 당초 계획대로 농업용수를 4급수로 유지할 가능성이 희박해 애초 사업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부는 또 “수질보전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했다는 사실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담수호의 수질 목표는 연평균이 아니라 수질이 가장 나쁜 시기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예측의 오류까지 범했다”며 졸속행정의 폐해도 지적했다.

지금까지 1조4천억원이 들어갔으므로 중지할 수 없다는 농림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재판부는 “사업시행으로 방조제가 완성돼 담수호가 오염될 경우 회복에 엄청난 비용이 드는 등 손해를 입게 되고 방조제 공사 중 미완공 부분도 조만간 완공 예정에 있어 본안 선고에 앞서 집행을 미리 정지해야 할 급박한 사정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방조제 공사가 중단되면 방조제 토석 유실에 따른 보강 공사에 비용이 소요돼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는 방조제 공사 완공으로 입게 될 수질오염이나 갯벌파괴 등 환경피해에 비하면 집행정지를 배제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잘못된 행정집행일지라도 일단 시행하면 바로잡지 못하는 그동안의 행정관행에 경종을 울린 대목이며, 행정편의에 의해 환경 등 무형의 보전 가치가 폄하됐던 개발시대의 유산을 청산하기 위한 재판부의 의지라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사법부가 행정부를 적극적으로 감시해야 한다는 사법적극주의를 보여준 사례라는 점에서 사법사적으로도 의미있는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정부는 사업을 강행하며 “기존의 투자를 뒤엎을 만한 명백한 이유를 발견할 수 없다”는 이유를 댔는데, 동시에 사업을 강행해도 될 만큼 수질 유지와 갯벌 보존을 위한 정부의 대책에 깊은 우려를 제기했던 환경단체와 전문가, 지역주민들을 설득시키지도 못했다. 말 그대로 강행이었다. 시간이 흐르면, 공사가 진척돼 사업을 원점으로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고착될 것이고, 환경단체 등의 반대 또한 누그러지지 않겠느냐는, 예전의 안이한 관행을 충실히 본받는 모습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이번 결정은 간척사업 지역 내 주민과 시민단체 등 3,539명이 2001년 8월 공유수면 매립면허 및 사업시행인가 처분취소 청구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으며, 이어 지난 6월 “본안 선고 전까지 공사를 중단시켜 달라”며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낸 데 따른 것이다.

법원의 공사 중지 결정으로 상황은 ‘대안’ 쪽으로 흐르고 있다. 대안의 원칙은 대체적으로 갯벌을 보전하면서 전라북도의 발전 욕구를 수용하는 것을 대전제로 삼고 있다. 둘 중 하나가 빠져버린다거나 소홀히 다뤄진다면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영탁 한국생태경제연구회 대표(한밭대 교수)는 “낙후된 전북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고군산군도 등 주변의 관광자원을 개발할 것”을 제안하고, 이필렬 방송대 교수는 “방조제 위에 풍력발전 시설을 세우는 등 대안을 찾아 이 지역을 미래 대안에너지 중심지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조경만 목포대 교수는 “현재까지 나와 있는 대안들이 중단을 목표로 제시돼 왔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새만금의 대안을 고려한 것들은 아니다”라며 “대안에 앞서 이 지역의 ‘문화재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섬지방부터, 새만금 갯벌, 인근 변산반도와 정읍, 익산 지역까지 역사의 줄기를 잡아 전체적 관점에서 ‘생태-문화 복합체’를 만들고 지역 안에서 생태학적으로 보존해야 할 핵심 지역을 설정해야 한다”며 “전북 지역 경제를 획기적 활성화할 수 있는 대책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중앙과 지역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을 중심에 놓고 새만금만 보지 말고 전국 국토개발 관점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석철 명지대 건축대학장은 중국의 동해안과 쌍벽을 이루도록 서해안을 따라 군산·목포와 연합한 항만기지를 이루는 등 새만금을 바다도시로 만드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한겨레 2003. 7. 17, ‘갯벌·전북 모두 살릴 해법 필요’>
그러나 아직도 정부 여당은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의 대안 제시에 소극적이다. 여전히 갯벌을 매립한 후 발생하는 토지의 친환경적인 사용이라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의 용도 변경 정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 구성된 새만금특별위원회는 서울행정법원의 공사 중지 결정 직후 새만금 간척지의 용도 변경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는데, 국민들의 생각과 한참 거리가 먼 현실인식이다. 이는 민주당의 지역주의 때문이다. 노태우 씨가 8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전북지역의 표를 얻기 위해 새만금 사업을 내걸었듯, 민주당 또한 전북지역에 상당 부분 기반을 두고 있다.

국책사업의 향배를 지역주의에 기반한 특정 정당에 맡겨서는 문제는 풀어지지 않는다. 애초 새만금 문제가 정치적 흥정에서 비롯되었는데, 문제의 해결 단계에 이르러 또다시 정치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민주당의 새만금특별위원회를 해체하고 전문가와 지역주민, 환경단체 등 두루 참여하는 ‘새만금 신구상기획단’을 구성해야 한다. 지금이 절호의 기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