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면 정답고 그리운 추억이 있습니다.마당 앞 작은 텃밭에 오이와 호박 넝쿨들이
하늘을 향해 손을 뻗고 있습니다.
호박꽃의 노란 미소를 받으며 고추와 가지가 자라고
흰나비 노랑나비는 덩실덩실 춤추듯 날아다닙니다.
키다리 아저씨처럼 우뚝 서 있는 옥수수는
작은 친구들이 다칠세라 두 팔 벌려
바람 따라 어깨춤을 춥니다.
연녹색 털은 촌로의 수염처럼 제멋대로지만
겨드랑이에서는 토실토실 옥수수에 살이 오르고 있습니다.
섬색시처럼 차려입은 옷을 살포시 벗겨내면
황금빛 치아를 닮은 속살이 드러납니다.
마당 한구석 가마솥에서 옥수수가 익어갑니다.
구수한 냄새에 감나무의 매미도 잠시 숨을 멈추고
날아가던 제비도 빨랫줄에 걸터앉아 날개를 쉬고 있습니다.
툇마루 아래서 졸던 강아지도 깨어 군침을 흘립니다.
지금도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옛모습 그대로인데
주위의 풍경과 시원하게 부는 바람을 받아들이는
내 가슴의 느낌이 예전 같지가 않습니다.
혹여 내가 살아온 세월에 부족함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변한 세상을 탓하기 전에 내 삶을 거울 앞에 비춰봅니다.
오늘은 크레파스로 내 유년의 추억을 그려봐야겠습니다.
제비가 집 지을 수 있는 소박한 집 한 채를 지어 놓고
텃밭에는 가지와 옥수수를 마음껏 심어
옥수수를 좋아하는 고운 내 님과 함께
노을이 물드는 저녁을 맞이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