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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온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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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윤영숙 2003년 08월 258호
안녕하세요.
7조 10번 윤청련심이구요… 3차 법우님들!! 지금 이 시간이면 다들 잘 돌아가셨겠지요.
전 해인고속에 몸을 의지해 눈을 감았다 떴다 몇 번 반복하니 금산휴게소 도착이구요, 우동 한 그릇으로 사시공양하면서 자꾸만 굽혀지는 허리에 어느새 나도 모르게 순간순간 꼿꼿이 허리를 펴는 자신을 발견하곤 혼자 빙그레 미소지으며 역시 습의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자신에 감탄(?)하면서 “허리 펴세요, 차수하세요.”하는 습의사스님들의 말씀이 다시 한 번 새겨지네요.
청주 IC 근처에 내리니 우리 남편이 마중하고 혼자만 수련회 간 미안한 마음에 비스듬히 그 얼굴 보니 나 집에 있을 때보다 얼굴이 더 부어 있고(?) - ‘아싸 이제 난 단기 출자자다’라고 작은 외침을 하였다.
집에 돌아와 대충 짐 풀고 샤워 마치고 밀린 잠 보충하려고 주변단속 잘하고 자리에 누웠는데 갑자기 알수 없는 공허감과 상실감이 밀려 오면서 해인사에서 생활한 4박 5일의 프로그램들이 주마등처럼 지나면서 마음을 찾을 수가 없더라구요.
첫날 - 입재식을 시작으로 큰스님을 비롯한 3차 법우님 모두 기념촬영도 하고, 차수, 묵언, 안행, 하심을 기본으로 발우공양 습의도 하고 또 저녁예불을 드리기 위해 대적광전에 올라갔는데 갑자기 해인사의 적막을 깨뜨리는 우렁차고 웅장한 스님들의 예불소리에 움찔 놀라 그만 외우고 있던 예불문이 입에서 떨어지질 않았답니다.
그리고 좌선에 대한 것들도 배우고 긴장감을 깔고 누워 모포 한 장으로 달랑 취침(오만 생각으로 만감 교차).
둘째날 - 긴장을 손에 쥐고 새벽 2시 45분쯤 기상, 고요히 해인사의 적막을 깨고 울려퍼지는 법고소리에 온 몸엔 소름이 가득… 전율… 환희심… 숨 가쁜 움직임은 시작되고 역시 박진감 넘치는 예불소리에 조금은 적응이 되고, 보경당 내려와 108배로 자신을 참회하고 또 《부모은중경》 독경할 적에는 거짓말 조금 보태서 눈물을 한 바가지는 흘렸을 것이다.
나 역시 자식 낳고 길러보니 그 억만겁 같은 부모님의 한량없는 크신 은혜와 사랑 뼛속 깊이 새겨지고 참회 가득한 마음뿐이구요.
오후에 시작된 좌선은 그야말로 곤욕스러울 정도로… 화두는커녕 허리 펴기 바쁘고 발에 쥐 나고 감각 없음에 끄달려 몸뚱이와의 다툼에 이내 지쳐 버린다.
괜스레 습의사스님들 발걸음만 기다려지고… 잠시 어깨를 내밀어 본다.
따아~ㄸㄷㄷ딱 반복되는 그 명쾌한 죽비소리, 아후~~~ 크! 시원타. 더 더 내리쳐 주이소.
그리고 다시 흩어진 화두를 주워 담는다 해서 늦은 시간 법진 스님의 법문은 잠시나마 피로회복제 역할도 하였다.
그리고 정신극기, 체력강화 훈련에 입소함으로 주제를 바꾸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음….
셋째날 - 새벽예불 드리기 위해 법당앞에 모였을 때 처음으로 해인사 새벽하늘을 볼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 옆 도반도 같은 상황이 발생(?) 아~~ 나만이 아니었구나!! 안도.
이날 참선은 성철 스님 사리탑 앞에서 장엄함과 신비감을 가슴으로 안고 선정에 들어갔다. 좌선이 끝났을 때 그 아침의 새벽은 이렇게 내게로 왔다.
나뭇잎 하나하나에 맺힌 이슬을 보면서 또 다시 부처님께 감사한 마음이 든다.
다시 나의 건강을 찾아주셨고 또 부처님을 만나게 되어서 또 또 감사드린다.
그리고 일자 일배의 반야심경 사경은 사춘기를 심하게 앓고 있는 딸아이에 대한 정신적인 성장 과정에 올바른 자리잡음을 발원하는 것과 또 나의 외동딸에 대한 집착적인 사랑법도 부처님께 참회하였다.
계곡으로의 포행은 잠시나마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이 되었고 잠시 묵언에서 자유로운 기회가 주어졌으나 평소 말하기를 별로로 여기던지라(단,불교와 관련된 사항은 열외) 오히려 말을 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방편이 어색… 어색도 하나 줄기차게 울려 퍼지는 계곡 물소리들마저 또한 해인사 스님네들 예불소리와 닮은꼴(?)이라는 사실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역시 초록은 동색이라’ 스님들의 불심 가득한 정기가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계곡물에도 묻어나니 어이 감탄하지 않을 수가 있으랴. 간식으로 스님들의 땀방울이 흠뻑 묻어난 해인사표 토종 감자로 입맛을 달구었기에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품 안 임을 알고 행복에 겨워한다.
넷째날 - 부처님의 계율에 미흡하고 서툴지만서도 한 발자국씩 닮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재미가 솔솔//, ‘이대로 그냥 궁둥이 붙여버려’///, 감히 엉뚱한 생각도 잠시///, 그리곤 두 손 모아 합장 또 합장….
지금도 눈에 선하다.
혜암 스님의 사리를 친견한 사실이 전생에 내가 무슨 복덕을 지었기에 이렇게 큰스님의 사리도 직접 친견하고 더 지난 날 알게 모르게 지은 모든 죄업 참회하고 또 참회해서 업을 소멸해야지. 감히 나 같은 사람에게 이런 크나크신 기회를 주셨는데. 다짐 또 다짐하고 원을 세운다.
점심공양 후 이어지는 1080배 - 솔직히 난 절이라면 자신 있었다.
작년 12월 31일 저녁 9시부터 새해 첫날 7시까지 철야정진 기도로 양평 법왕정사에서 3,333배를 드린 적도 있고 평소 500배 정도는 그냥 할 수 있었는데, 으~~~이건 아니다. 이건 정말 아니다. 아님 내 신심이 약해진 걸까 아님 체력이 노쇠한 걸까.
처음 500배는 오직 내 자신 참회와 “인간의 몸 받기 어렵고 부처님 만나기 어렵고 부처님 정법 만나기 더 어렵다고 하여서 감사한 마음으로 부처님 고맙습니다”라고만 하면서.
이렇게 제게 참회할 수 있는 기회 주심을 감사 드리면서 일배씩 하였는데 마지막 타임의 일배 일배는 그야말로 무상무념의 움직임이 되었다.
문득 남은 시간을 확인하고 싶었다. 근데 우~~ 무진 스님 절하시는 그 자세와 표정은 처음 일배와 똑같고 꼭 로봇이 움직이는 것 같다.(오토매틱 하면 아실는지요)
그리고 현오 스님의 ‘이제 다 되었습니다 기운 내십시오’ 하시는 말씀에, 다시 원기회복으로 시작했으나 다 되었다는 말씀의 기준이 몇 배를 이야기하시는지 삼배 정도 남았나보다(어마한 계산착오) 하고 자신을 위로하고 스님의 말씀을 믿으면서, 근데 어찌된 상황인지 5분 넘게 절한것 같은데 다시 뒤에서 현오 스님 음성이 또 들린다.
아까와 같은 말씀, 도저히 믿을 수 없다. 3분 더 지난 것두 같고.
다 마쳤다.
마지막 합장,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1,080배 하는 동안에 내리기 시작한 비는 아직도 그칠 줄 모르고 있다.
다행히 우의를 나누어 주셔서 1,080배 하느라 온 몸의 엑기스가 다 고갈된 내 육신법당에겐 덜 미안해도 될 것 같다.
잠시 열기 가득한 얼굴 들어 쏟아지는 빗줄기 그대로 맞이하니 얼마만이던가! 이 톡톡 쏘는 사이다 같은 짜릿한 느낌, 이 놈도 감로수네.
햐~~아 하늘에서도.
이곳 해인사의 하늘에는 우리 스님들 열심히 수행 정진하셔서 하늘 도량에서마저도 감로수가 넘쳐 흐르는구나.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하얀 고무신 신고 수중 산행이니….
‘마애불님 방수 날개 좀 내려보내주세요(하고 빽 좀 써 본다)’ 대중평등이라던데 그것 봐라 - 이기심 내니깐 안 들어주시지! 속히 참회. 이어지는 산행에서 난 고무신의 최대 장점을 체험할 수가 있었다. 그건 자동 발바닥 마사지가 된다는 것이다.
정상 5분 정도를 남겨두고 산멀미가 나는가보다(저혈압 때문에 또 또…) 어지럽다. 으 어지럽다.
이를 어쩌나 하는데 다행히 같은조 7번 법우님께서 목탁이 들어 있는 배낭을 메고 내 앞에서 올라가고 계셨다.
나의 힘듬을 눈치 채고 가파른 길 얼른 손을 내미신다. 그리고 얼른 배낭을 열어 물청심환을 권해주신다. 부처님 손길이 달리 없다.
마애불님이 방수 날개 대신이라 여기면서 또 나무석가모니불.
정상 올라 마애불님께 예불 드리옵고 하산길 계곡에서의 수박은 그야말로 둘이 먹다 하나 열반해도 모른다는 말 감히 하고 싶다.
오늘의 마지막 프로그램인 ‘차 한 잔을 나누며’ 시간이 잘 진행되던 순간 설마 이제 시간도 다 되어 가는데 나는 전혀 절대 아니라고 자부하면서 절대 안전이라고 다짐하고 있는데, 함께 온 자비월 보살님 덕에 평생에 이렇게 많은 대중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는 예측불허의 특혜를 받고 보니 참 떨리고 떨리거늘, 어찌 앞의 도반님들 그리도 말씀을 잘하시고 유머러스한지.
무슨 말을 하고 자리에 돌아왔는지 해서 소심한 마음에 또 잠 설치고. 부처님 저도 앞서 말한 도반님들 같은 언변능력 좀 주세요, 하고 반듯이 누워 ‘차수’하고 잠을 청한다(차수는 내 실제 자는 모습). - 일명 시체잠?

수련회 회향식날 - 이곳 저곳에서 벌써 그리움이 묻어난다. 삼귀의·보살계를 율원장스님으로 부터 수계 받고 좋은 법문 가슴으로 받으면서 대적광전 안을 두루두루 눈동자 굴려본다.
언제 또 우리 비로자나부처님 뵈러 오나 하구… 가슴이 메어오고 가슴으로 모셔갑니다. 도적질하지 말라는데. 용서해주시겠지.
이런 모든 것들에 넋이 나가 마음 가져 오는 걸 버리고 육신의 빈껍데기만 가지고 왔으니 현실생활이 갑자기 두려워지고 아득해지면서 과연 내가 이 생활들에 잘 적응하고 합류 할 수 있을까 하는 아득한 생각도 들고 다시 또 두고 온 마음을 찾으려 해인사로 짐을 꾸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맘에 자신에 대한 혼란이 오기도 합니다.
해병대 하사관님도 꼬리를 내렸다는 수련회의 힘든 내용물들은 다 어디메 가고 이렇듯 가슴 절절히 부처님에 대한 그리움만 새겨지는지?
그러나 수련회의 좋은 경험과 추억을 위안으로 열심히 기도하면서 생활할 것임을 법우님들께 약속드립니다.

끝으로 인연이 닿은 우리 3차 법우님들 꼬옥 성불하시구요. 쭉 함께 해주신 습의사스님들 정말 애쓰셨습니다.
정말로 감사 감사드립니다.
부디 부디 열심으로 용맹 정진하시어서 큰스님 되시옵소서.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