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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해우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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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우소 - 현진 2003년 06월 256호
통도사 스님이 자기 절 자랑을 했다.
“우리 절은, 스님들이 수천명이라서 국을 끓일 때 배를 타고 다니면서 젓는다.”
옆에 앉았던 범어사 스님이 말했다.
“우리 절은 워낙 넓어서 절 구경 다하고 나면 신발이 닳아버린다.”
듣고 있던 해인사 스님이 한마디 했다.
“우리 절 뒷간에서 정월 초하룻날 볼일을 보았는데 아직 그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해인사 화장실이 얼마나 깊고 컸으면 볼일 보고 떨어지는 소리를 듣지 못했을까.
지금의 해우소는 그 정도의 규모는 아니지만 그 깊이만큼은 여전하다.
어쩌다 절에 처음 온 이들은 해우소의 구조에 기겁을 하고
볼일을 다 마치기도 전에 문을 열고 나오기 일쑤다.
해인사 해우소는 여름날에는 모기에게 엉덩이를 보시해야 하고,
겨울이면 추워서 ‘똥탑’이 쌓이는 곳이다.
그리고 배탈이 나면 뛰어가야 하고 밤중에는 혼자 가기 무서운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해우소에서는 좌변기에서 볼일 볼 때처럼 신문이나 책을 보면서 여유를 부릴 수 없다.
도저히 다리가 저려서 오래 쭈그리고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은근한 냄새도 일찍 일어나는 데 한 몫을 한다. 노스님의 말을 빌리자면,
채식하는 사람보다 육식하는 사람들의 배설물이 더 냄새가 심하단다.
지금은 양변기를 달아놓아서 아이들이 빠지는 경우는 드물지만
지갑이나 귀중품을 빠뜨리는 경우는 종종 생긴다.
지난 해 월드컵 기간에는 외국인들이 일을 보고 바지를 올리다가 지갑을 빠뜨리는 일이
자주 발생하였는데 용케도 긴 장대를 이용해 건져준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고속도로 휴게소 남자 화장실에 가면 소변기 곁에 붙은 글귀가 아주 재미있다.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뿐만이 아닙니다!’
이런 의미를 해인사에서는 이렇게 붙여놓았다.
‘진일보進一步’
풀이하자면 이런 뜻이다.
“한 발짝 앞으로 다가서면 흘리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