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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니에 털이 돋는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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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하고 청정한 수행을 위한 법문 - 법전 2003년 06월 256호
불기 2547(2003)년 하안거 결제법문 구년소실자허엄九年少室自虛淹하니
쟁사당두일구전爭似堂頭一句傳이리오
판치생모유가사板齒生毛猶可事라
석인답파사가선石人踏破謝家船이로다
구년 동안 소림굴에서 허송했으니
어찌 그 자리에서 한마디 전한 것만 하리오.
앞니에 털 났단 말 오히려 당연하니
돌장승도 사씨네 배를 밟아 깨뜨리네.

조주 선사에게 어떤 납자가 물었습니다.
“여하시조사서래의如何是祖師西來意닛고.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판치생모板齒生毛니라. 앞니에 털이 돋는 것이니라.”

하안거 결제를 맞이하여 ‘조주판치趙州板齒’ 공안으로 한마디 하고자 합니다.
이 공안 역시 예로부터 이빨조차 들어가가지 않는
어려운 화두 중의 하나로 선객들 사이에 알려져 있습니다.
근대의 선지식인 전강 선사도 이 공안으로 많은 납자들을 제접해온 까닭에
선가禪家에는 비교적 잘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불법의 대의大意를 물으니 조주 스님께서는 앞니에 털이 났다고 대답합니다.
조주 스님은 ‘고불古佛’로 불릴 만큼 120살까지 사신 까닭에 치아 때문에
나름대로 애로가 있었는지 치아에 대한 법문이 더러 있습니다.
‘판치생모’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진부鎭府 태수가 나이가 드실 대로 드신 조주 선사에게 치아의 상태를 물었습니다.
“스님께서는 높으신 연세에 치아가 몇 개나 남아 있습니까?”
“어금니 한 개뿐입니다.”
“그렇다면 음식을 어떻게 씹습니까?”
“한 개뿐이지만 차근차근 씹지요.”

마조도일馬祖道一의 제자 불광여만佛光如滿의 법을 이은
백낙천白樂天은 향산香山 거사로 불립니다.
항주杭州 자사刺使로 있을 때 작소도림鵲巢道林 선사를 만나
불법에 눈을 뜬 후 서울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경사京師 근처에 있는 사찰을 찾게 되었습니다.
어떤 노승이 경을 읽고 있는 것을 보고는 물었습니다.
“춘추春秋는 얼마나 되셨습니까?”
“85세올시다.”
“경전을 송頌한 지는 얼마나 되었습니까?”
“60년 정도 됩니다.”
“출가한 사람에게는 본분本分이 있습니다. 어떤 것이 화상의 본분입니까?”
이에 그 노승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백낙천은 한마디 하였습니다.
“공문유로空門有路이건만 부지처不知處하여 두백치황頭白齒黃에 유념경猶念經이로다.
공문에 길이 있건만 갈 곳을 알지 못하고 머리가 세고 이가 누렇토록 문자만 외우고 있구나.”

본분사本分事를 잊어버리고 지말사枝末事에 걸려
세월만 보내는 사람을 ‘이가 누런 사람’이라고 해버립니다.
그리고 언어문자로 흉내만 내는 사람에 대하여
‘입술과 치아에 걸려 있는 사람’이라고 고인들은 경책을 하였던 것입니다.
약산유엄藥山惟儼 선사와 석실石室의 고 사미高沙彌가 이런 경우에 해당됩니다.

고 사미가 약산 선사에게 인사를 하러 왔습니다.
“어디로 가는가?”
“강릉으로 계戒를 받으러 갑니다.”
“계는 받아서 무엇을 하려는가?”
“생사生死를 면하고자 합니다.
“어떤 사람은 계도 받지 않고 생사를 여읜다고 하는데 너는 알고 있느냐?”
“그렇다면 부처님께서는 왜 250계를 제정하신 것입니까?”
그러자 약산유엄 스님은 고함을 지르면서 말했습니다.
“에끼 이놈! 저 말 많은 사미가 아직도 입술과 치아만 놀리고 있구나.”
약산유엄 선사의 질문에 안목이 열리지 않아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여
그동안 흉내만 내고 있던 고 사미의 살림살이가 들통이 난 것입니다.
구지俱 선사와 똑같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는 흉내를 내던 동자승도 마찬가지입니다.

양기방회楊岐方會 선사께서 상당上堂하여 말씀하였습니다.
“백장百丈 스님은 불을 들고 밭을 갈면서 불법佛法의 대의大意를 설하셨다는데,
이것이 무슨 말이겠는가?
나도 이틀 동안 벼를 심었는데 역시 대단한 법문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는 다시 말씀하였습니다.
“달마 대사는 앞니가 없다.”

치아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이렇게 치아의 의미가 아니라
불법의 진수眞髓라는 의미와 통하게 됩니다.
부처님 치아(佛齒牙)를 받았다는 것은
단순한 치사리齒舍利의 의미가 아니라
불법의 정수精髓를 체득했다는
의미로 알아들어야 제대로 공부한 사람의 안목이라고 할 것입니다.
판치노한서래후板齒老漢西來後에 무한평인피륙침無限平人被陸沈이라고 했습니다
판치노한 즉 달마 대사께서 서역에서 온 이후로 무수한 사람들이 속임을 당해왔다는 말입니다.
금번 하안거에 결제대중들은
판치노한의 말에 속지 말고 열심히 정진해야 할 것입니다.
이 ‘조주판치’ 공안을 들고서 구순九旬이 지나가길 기다릴 것이 아니라
당장 이 자리에서 결판내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공부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결제結制를 할 때에는 맺음 없이 맺어야 합니다.
그러한 진정한 맺음이라야 제대로 된 결제라고 할 것입니다.
아무리 앉아 있어도 앉음 없이 앉아 있고, 아무리 머물러 있더라도 머문바 없이 머문다면
시시처처時時處處에서 참으로 제대로 된 결제가 되는 것입니다.

체비형상體非形相이니 이출치아理出齒牙라
우진칩문雨震蟄門할새 사사실치邪師失齒니라
몸은 형상만이 아니니 진리는 치아에서 나옴이라.
침묵의 문 안에 우레가 떨어지니 삿된 스승은 치아를 잃었구나.□

불기 2547(2003)년 하안거 결제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