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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여는 목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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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우소 - 현진 2003년 05월 255호
목탁소리와 함께 산사의 하루가 시작된다. 새벽 3시, 대중들의 잠을 깨우는 도량석道場釋 목탁은 기상나팔과 똑같다. 목탁이 길게 울리면 승방마다 불이 켜지고 잠들었던 이부자리를 정리한다. 그러므로 산사에서의 첫 의식이 바로 도량석이다.
나도 한때 도량석 소임을 맡은 적이 있었다. 일초라도 시간을 어기면 대중들에게 늦잠을 자게 하는 허물을 범하기 때문에 늘 긴장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너무 긴장해서 생긴 실수가 있다.
여름 안거安居에 들어간 다음날이었던 것 같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정확한 시간에 도량석 목탁을 울리고 염불을 하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어떤 스님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영문을 모르는 나에게 그 스님은 시계를 보이며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지금, 몇 시인 줄 아십니까? 새벽 2시입니다.”

이 도량석 때문에 일어난 재미난 일화가 또 있다.
어떤 거사님이 산사에서 처음으로 하룻밤을 묵었단다. 다음날 새벽예불에는 꼭 참석해야 한다는 다짐을 받고 객실 한 칸을 얻을 수 있었다. 이 거사님은 여행의 피로 때문인지 일찍 잠이 들었다. 새벽이 되자 도량석 목탁소리를 듣고 일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도량석 하는 스님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자라, 자라!”
‘더 자라’는 말 같아서 다시 잠자리에 눕자, 잠시 후에 스님이 또 이렇게 말했다.
“마라, 마라!”
이번에는 ‘자지 마라’는 말 같아서 다시 벌떡 일어났다. 스님들은 참 변덕도 심하다고 생각하면서 새벽예불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나는 한참을 웃고 말았다. 알고 보면, 그 말은 도량석 때 외우는 천수경에 ‘신묘장구대다라니’ 염불이 있는데, 이 소절 중에 나오는 ‘자라자라 마라마라’ 의 내용을 천천히 끊어서 듣다보니 생겨난 해프닝이었다.

지금도 나는 예불을 할 때마다 불경스럽지만 재미난 상상을 해본다.
“석가모니불, 석가모니불…”
이 염불을 이렇게 대입하면 더 재미있게 들린다.
“석가홑이불, 석가홑이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