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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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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엄변상도 - 김양수 2003년 05월 255호
법당 앞에 등 하나 달아볼까.
큰 등 달면 부처님 가피를 많이 받을 수 있을까.

작년 이맘때가 생각납니다.
허리 굽은 할머니 한 분이 절 마당에 들어섰습니다.
할머니는 법당에서 먼 후미진 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손가방에서 초 한 자루를 꺼내 불을 밝혔습니다.
혹시 촛불이 꺼질까봐 신문으로 바람을 막아봅니다.
두 손으로 촛불을 감싸안아 바람을 막습니다.
촛불 심지 곧게 서지 않을까, 노심초사 살피고 또 살핍니다.
할머니의 촛불이 꺼질까봐 조마조마한 내 마음도 보탰습니다.

손금 닳아 없어지도록 손 비비며
하늘 한번 쳐다보고 촛불 한번 쳐다보며 기도하실 때
할머니 무릎 위에 떨어지는 눈물을 보았습니다.
등 하나 켤 수 없는 가난한 할머니.
할머니의 가난한 소망은 무엇일까.
분명, 할머니 자신을 위한 기도는 아닐 듯 싶었습니다.
할머니의 등 뒤로 그 동안 할머니가 밝혔을 촛불을 켜보았습니다.
절 마당에 켜놓은 수많은 등불보다 더 밝았습니다.
촛불과 등불은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나는 그 끝자리에 표나지 않도록 할머니를 위한 촛불 하나 밝혔습니다.
올 사월 초파일에는
그늘진 마음, 경직된 마음 모두 거두어들이고
가난한 할머니의 마음을 닮은 예쁜 등 하나 가슴에 켜겠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온 세상이 초록빛입니다.
향긋한 싱그러움이 가득합니다.
저 푸른 세상 속으로 걸어가고 싶습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에 소중한 가치를 느껴봅니다.
향기로운 숨소리가 들려옵니다.
너와 내가 따로 없는 세상의 소리입니다.
그대에게 등 하나 전해드립니다.
밝히소서, 온 세상이 환해지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