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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과 석가탄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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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김동정_1 2003년 05월 255호
초록의 달, 5월의 들머리에 서면 누구나 기쁘고 행복한 마음이 된다. 온 산천이 화사한 색깔로 칠해져 공허한 우리네 마음을 고즈넉하게 감싸준다. 봄바람에 실려오는 들 내음 산 내음은 어찌 그리 향그러운지. 시골집 뒤뜰에 핀 살구꽃 복숭아꽃 철쭉꽃도 이즈음 볼 수 있다. 가정의 달, 5월은 무엇보다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내가 가족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바야흐로 신록이 짙어지는 오월, ‘계절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5월은 가족행사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5월 5일은 어린이날이다. 이 날은 모든 어린이들이 맘껏 뛰놀며 하루를 보낸다. 학교 공부를 마치자마자 학원으로 내닫던 아이들도 모처럼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놀이공원을 찾는다. 이 날은 어린이가 따뜻한 사랑 속에서 바르고 씩씩하게 자라도록 하기 위하여 지정한 기념일이다. 1923년 소파 방정환 선생이 주축이 되어 만든 어린이날은 본래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잡았다가 1945년 광복 이후부터 5월 5일로 정하여 행사를 벌여왔다.
5월 8일은 어버이날이자 석가탄신일이다. 해마다 찾아오는 행사이지만 매번 그 느낌이 다르다. 어버이의 은혜에 감사하고 어르신을 공경하는 경로효친의 미덕을 기리는 기념일. 이 날에는 각 가정에서 자녀들이 부모와 조부모에게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감사의 뜻으로 선물을 하거나 효도관광에 나서기도 한다. 만고의 진리이지만 어버이는 하늘과 같은 존재다. 어버이의 가슴은 한없이 부드럽고 따뜻하다. 어버이는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다. 받는 것보다 베푸는 것을 먼저 생각한다. 끝없는 자기 희생 속에서 가정과 자녀를 위하여 묵묵히 몸 바치는 어버이의 모습은 숭고함 그 자체이다.
불교 신도들에게 석가탄신일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리라. 종교를 믿든 안 믿든 이 날은 모두 하나가 되는 날이다. 석가탄신일은 불교의 연중행사 가운데 가장 큰 명절이다. 모든 사람이 불교의 가르침을 본받고 그 거룩함을 마음으로 맞아들이면 세상이 화평해질 거라는 믿음. 그래, 사람들은 가정에서 혹은 직장에서 또는 사찰을 찾아 고요한 마음으로 예불을 올린다. 어지러운 세상, 불안한 나날을 평화롭게 해달라는 간절한 기도!
석가탄신일의 백미는 연등행사이다. 사찰마다 길거리마다 수박등, 거북등, 오리등, 일월등, 학등, 배등, 연화등, 잉어등, 항아리등, 누각등, 가마등, 화분등, 방울등, 만세등, 태평등, 병등, 수복등을 내걸고 부처님 오신 참뜻을 널리 알린다. 각 사찰에서는 사월 초파일을 기념하는 법회를 비롯하여, 신도들은 탑돌이 등 불교적인 놀이를 행한다. 특히 초저녁에 펼쳐지는 제등행렬은 많은 이들이 참여해 길거리를 울긋불긋 수놓는다. 부처님오신날의 상징은 무엇보다도 연등이다. 지혜의 등, 자비의 등으로 일컬어지는 연등은 참 진리에 어두운 무명중생들의 마음을 밝히는 등으로 부처님의 깨달음을 표현한다.
사월 초파일은 석가모니가 이 세상에 와서 중생들에게 새빛을 준 날이라는 데에서 일차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초파일 연등행사에 대한 불교적 의미는 지혜를 밝힌다는 상징이 담겨 있다. 초파일의 연등燃燈 행사 풍습은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풍년 농사를 기원하고 국가발전을 빌던 연등회燃燈會 행사가 그 시초인데, 고려시대에 들어와 궁중의 팔관회八關會와 함께 민간의 행사로 확대되었다.
부처님전에는 인등·자명등을 밝혀 거룩한 존경심을 되새긴다.
그렇다면 등불은 언제부터 무슨 뜻으로 밝힌 것일까? 아사세왕이 기원정사에서 부처님께 법문을 청해 들을 때 동참한 모든 불제자들이 기름등불을 켜서 법회자리를 밝힌 데서 유래한다. 이때 ‘난타’라는 한 가난한 여인이 많은 사람들이 기름등불공양을 올려 공덕 쌓는 것을 보고, 스스로도 복을 쌓고 싶었으나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어 복 인연을 맺을 수가 없음을 안타깝게 여기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팔아서 기름 한 되를 구하여 불을 밝혔다고 한다. 아침이 되어 모든 불은 거의 꺼졌으나 이 난타의 불만은 꺼지지 않고 밝게 타고 있었다. 아난과 목건련 존자가 이를 보고 부처님께 여쭈니, 부처님께서는 “이 등불은 지극한 성심과 큰 원력을 가진 사람이 밝힌 등불이기 때문에 꺼지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이때 난타 여인이 부처님전에 예배하자 부처님께서 “네가 오는 세상에 이 아승지겁을 지나 부처가 되리니 이름을 동광여래라 할 것이다.”고 수기를 내리셨다. 난타는 이 말을 듣고 출가하기를 청원, 계를 받고 수행자가 되었다 한다.
우리는 등불을 밝힘으로써 마음속에 든 아집과 욕심을 걷어낼 수 있다. 화엄경에서는 “믿음을 심지 삼고, 자비를 기름으로 삼으며 생각을 그릇으로 하고 공덕을 빛으로 하여 삼독(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음)을 없앤다.”라고 하였다. 또 대열반경에는 “중생은 번뇌의 어두움 때문에 지혜를 잃는 데 비해, 여래는 방편으로 지혜의 등을 켜니 모든 중생을 열반에 들게 한다.”고 하여 등불의 참뜻을 전하고 있다.

부처님의 나심은 온 누리의 빛이요
뭇 삶의 목숨이라 빛에 있어서
밖이 없고 목숨은 때를 넘느니
이 곳과 저 땅에 밝고 어둠이 없고
너와 나의 살고 죽음이 없어라

거룩한 부처님 나신 날이 왔도다
향을 태워 밝히고 기를 들어 외치세
꽃머리와 풀 위에 부처님 계셔라
공경하고 공양하니 산 높고 물 푸르더라

만해 한용운 스님이 쓴 부처님오신날을 축하하는 시를 음미하며 이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