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는 서산으로 넘어가고 이집저집의 굴뚝에서
자욱한 연기를 뿜어내면 멀리 논밭에서
누런 소 돌아오는 울음소리 나고 집안 아낙네의
발걸음이 분주해진다. 동네 우물가에서 물 길러다
매운 연기 마시며 저녁을 준비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거친 보리를 확에 잘 갈아서 먼저 삶은
뒤에 적당한 양을 쌀과 섞어 저녁밥을 짓는다.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에 이 골목 저 골목
텅빈 논밭에서 개구장이 놀음에 정신없던
꼬맹이들도 흙먼지 털며 집으로 졸랑졸랑 들어가고
동네는 어둠과 함께 고요하다.
절구는 통나무나 돌을 깎거나 쇠를부어 만드는데,
그 재료에 따라 나무절구, 돌절구, 쇠절구로 나눈다.
나무절구는 바닥에 곡식이 잘 찧이게 바닥에
우둘투둘한 쇠판을 깔기도 한다. 쇠절구는 크기가
작으며 주로 양념을 다지는 데에 쓴다.
나무절구는 위 아래의 굵기가 같은 것이 대부분이나
남부 지방에서는 허리가 잘록한 것을 많이 쓴다.
돌 절구는 윗부분에 비하여 아랫부분을 좁게 깎아
만든다. 특히 아랫부분을 정교하게 다듬고 여러 문양을 조각하기도 한다.
절구의 크기나 형태는 지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제주도의 절구는 돌을 쪼아 만든 확 주위에
큰 함지박을 끼워 놓은 점이 특이하다. 곡식이
확 밖으로 튀어나와도 곧바로 다시 쓸어 넣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이렇듯이 절구는 쌀과 보리가 주식인 우리 식생활에
한요한 부분을 차지하였다. 확에 잘 갈은
그 쌀물을 대접에 건네주던 어머니의 손길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