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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심을 더한 해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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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우소 - 원철 2003년 04월 254호
종립학교에 볼일이 있어서 갔다.
긴 시간 운전 끝이라 소피가 매우 마려웠다.
부랴부랴 화장실 문을 치고 들어갔다.
그런데 나이가 좀 드신(50대로 추정) 비구니 스님 한 분이 빙그레 웃으면서
나를 쳐다보는 것이었다.
“비구니 스님들은 다음 생에는 비구로 수행하기를 발원한다고 하더니
그래서 화장실도 남자 것을 사용하나 보다”하고는 시원하게 근심을 풀었다.
평소에 소변보는 곳보다는 위의威儀 때문에 대변보는 곳에서 소변을 하는 게 익숙한지라
‘그런가보다’ 하고 나오는데, 일렬로 쭉 서 있어야 할 소변변기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갑자기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문을 열고 나와서 뒤돌아보니 ‘아뿔사’ 여자용 화장실이 아닌가.

그렇게 한 번 얼굴 붉히는 일을 치르고 나서 다음 만남 장소인 시내 카페로 갔다.
오늘은 왜 이리 소변이 자주 마려운지 모르겠다.
커피집 입구의 화장실로 부랴부랴 들어갔다.
안에서 ‘어머머!’하는 비명소리가 났다.
젊은 아가씨가 볼일을 마치고 나오다가 나와 정면으로 마주친 것이다.
오늘은 내가 왜이러지.
미안해서 얼른 뒤돌아 나왔다. 그리고 중얼걸렸다.
‘비구니 스님보다는 확실히 도가 한 수 낮군!’

볼일을 마치고 인쇄소로 달렸다.
마지막 남은 원고가 제대로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오늘 최종 마감시켜야 하는데.
계단 구르는 소리를 내면서 올라갔다.
또 소변이 아까부터 마려웠기 때문이다.
이 곳은 화장실이 두 칸 밖에 없고 남녀공용이다.
마음놓고 화장실의 입구문을 밀었는데 그게 잠겨 있다.
안에서 누군가 볼일보는 사람이 바깥문까지 아예 걸어놓은 것이다.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오늘 저지런 일에 대한 과보를 단단히 치루는군.”□